사과즙과 내 침이 뒤섞어 신문 위로 뚝! 뚝! 떨어지고
내 눈동자는 급하게 신문의 날짜를 찾았다.
'15 октября, 2024' (2024년 10월 15일)
오늘이 2024년 10월 24일이니, 일주일 전 신문이었다. 사진 아래에 적힌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려운 러시아어 단어들이 내 미간을 찡그리게 했다. 모르는 단어들은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휴대전화에 깔린 번역기웹으로 모르는 단어들을 번역하며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용은 대략 이랬다.
제목 : 조용한 마을 ‘옴스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루스끌로바 124번지에서 발견된 시신은 나타샤라는 40세 여성으로 밝혀졌다. 사망시간은 14일 새벽으로 추정된다. 나타샤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3년 전 남편을 잃었으며 유가족으론 두 자녀가 있다.
14일 새벽, 퇴근하는 한 여성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목과 가슴을 여러 번 찔렸다. 경찰은 가정용 칼로 범행도구를 추정한다. 잔인한 수법으로 보아,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주변인물을 중심으로 조사 중이며 피살자에 대한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의 자세한 기사 내용은 없었다. 기사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루스끌로바 124번지!
바로, 내가 사는 아파트 주소였다.
신문에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은 작지만 선명하게 아파트 건물과 그 옆에 누워있는 피해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걸어갔던 그 길이었다. 일주일 전, 한 여자가 그 길에서 죽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오싹했다.
범인은 잡힌 건지?
왜 나는 이 끔찍하고 찝찝한 사건을 모르고 있었는지?
문소리가 났다. 막심이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시계를 보니 7시 45분이었다. 빈 그릇과 함께 신문을 들고 막심의 아파트 문을 노크했다. 1분쯤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막심은 작고 검은 자신의 얼굴을 수건으로 닦으며 나를 보고 웃었다. 앞니에 해 넣은 두 개의 금니가 번쩍였다.
난 짧은 인사와 함께 빈 그릇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에게 아파트 사진이 선명히 인쇄된 신문도 함께 내밀었다. 힐끗 보더니, 막심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이미 일주일이나 지난 일이야. 모든 것이 괜찮아!”
그러고는 그는 씨-익 웃었다. 그 ‘괜찮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다시 물었다.
“범인은 잡혔어?”
그의 대답은 “몰라.” 관심조차 없었다.
그는 웃통을 벗고 있어 추웠는지 자꾸만 문을 닫으려고 문고리를 잡고 뒤로 물러섰다. 엉겁결에 신문까지 막심에게 주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낡은 철제 침대에 몸을 던졌다.
‘띵!’ 스프링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난 헛기침이 났다.
‘먼지 때문이다'
이 집에 있는 물건 중에서 내가 제일 젊다.
가운데가 꺼진 침대에서 가장 편한 자세는 옆으로 몸을 구부려 눕는 것이다. 벌레 같은 이 더러운 생활도 견디기 힘든데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바로, 내 방 창문 아래란 생각을 하니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
쥐며느리 벌레처럼 내 몸을 말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