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슬프고 숙연한 것이다.
누군가 "요즘 사는 게 어떠세요?"라고 묻는다면,
“행복해서 기절할 것만 같아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만약 “사는 게 시 같아요!”라고 한다면?
대답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들릴까…
유년시절 유독 힘듦으로 범벅된 날들이 있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있어야 해?
신이란 존재가 있기는 한 거야?
만약 신이 있다면, 신은 나를 미워하는 게 틀림없어.
상실의 아픔과 믿음이 깨지는 관계를 여러 번 겪었다.
사회적인 시스템이 잘 되어있던 시기도 아니었고, 설상가상 주변에는 위험한 어른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참된 어른도 있었다. 중3 때 담임선생님이 그랬고, 덕분에 내 인생은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 속에서 더 오랜 밤을 보냈고, 벽장 속 어둠만이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30년 전쯤 지난 내 이야기다.
지나고 보니, 부단 내 인생만 아프고 고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슬픔에 무게가 다를까?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힘듦은 엄청난 불행을 피해 간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빠가 사고 났던 차에 모든 가족이 타고 있지 않았고,
엄마가 사고 났던 순간에 함께 있지 않았다.
죽자고 덤볐던 세상에 나는 기어코 살아남았다.
훗날 나쁜 기억이라고 말할 수 있음은, 그 다음 삶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인생이란 참 시 같구나.
by. 예쁨
<낙타 / 신경림 >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되어서.
*긴긴밤 끝에 맞이하는 새벽 첫 공기가 나에겐 길동무였다.
https://brunch.co.kr/@0e76dcb1975249f/15
삶은 슬프고 숙연한 것이다.
우리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이 세상에 보내져
여기서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누곤, 잠시 함께 걷는 거란다.
그러곤 다시 헤어지고 우리가 왔을 때처럼 갑자기,
그리고 까닭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 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