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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전쟁이라면...

나는 군인, 민간인 어디쯤일까...

by Lena Cho

나는 혼자서 점심으로 샐러드를 자주 먹는

편이라서 점심에 샐러드 가게에 가면

예전에는 젊은 여성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젊은 남자 손님들도 꽤 눈에 보이고,

여러 카페에서도 다양한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뿐이겠냐... 요즘은 헬스클럽에 가도

그냥 외모상으론 전혀 운동이 필요 없을

거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나도 운동은 게을러서 자주 못하지만,

음식은 최대한 적게 먹고, 먹을 때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나름 계획하는 게 군것질은 안 하고,

탄수화물을 줄이려고 하는데 난 사실

밥을 좋아해서 쉽지는 않다...

시골입 맛...


저녁에 퇴근하고, 대충 때우던

습관도 지금은 여름철 과일이나

채소로 대체하려고 하는데, 아직

습관이 덜되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면 몹시 배가 고픈 게 문제이다.


거기다 아침엔 이른 출근으로 뭘 먹기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늘 빈속에

커피와 회사에 있는 간식으로 있는 과자

한 두 개를 먹는 정도이다.

그리고 점심엔 샐러드


이렇게 한지 며칠 안 됐는데, 확실히

바지 허리를 잠글 때 예전에 비해 약간

헐렁함(?)을 느낀다. 이게 일시적이지

않고 계속 꾸준히 하면 좋겠는데,

얼마나 유지가 될진 모르겠다.


주변에 먹거리가 너무 많고, 단순히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온갖 음식을

배달해 주니 마음만 먹으면 혼자 사는

집에서 손쉽게 얼마든지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지만 나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돈이 그렇게 아깝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거의 시켜 먹지

않고 햄버거나 치킨, 피자 이런

음식들은 1년에 5번도 안 먹을

같다...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말이다.


그런데 내가 얼마 전에 BBC KOREA에서

취재한 북한 식량난에 관한 짧은 영상을

봤는데 그 영상을 보고 한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북한 몇몇 주민들의 간접 인터뷰긴 했지만,

북한 주민들은 요즘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부에서 나오는 배급은 끊긴 지

오래고, 그러면서 어느 한 주민이 하는 말이

'이럴 바에야 그냥 전쟁이 나면 좋겠다'란

말과 자기의 바람은 '자신과 이웃주민들이

더 이상 굶어 죽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굶어 죽지 않는 거......'


나름 평양에 살면서 마트에 다닌다는 사람도

먹을 것이 없어 이틀을 굶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픈 부모를 대신해 아이가

동네에 밥을 동냥하러 다니기도 하고,

이웃주민 가족이 집에서 아사한 채로

발견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지금 나는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이고, 지금 당장이라도

냉장고문을 열면 10일은 족히 먹을만할

거 같은데 세상에 굶어 죽는다니... 할 수만

있다면 내 냉장고에 있는 모든 음식이라도

다 털어다 주고 싶었고...마음 한쪽이 아려왔다..

물론 세계 곳곳에 기근으로 아직도 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알지만 북한 소식은

또 남다르게 느껴졌다....


얼마 전 서울에 전쟁이 났다고 대피하라고

사이렌이 울리고, 긴급문자를 몇 번이나

받았던 생각이 났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나 출근하라고 사이렌까지 울리나'란

안일한 생각까지 하면서 일어났었다...

그런데 일어나서 좀 더 주의 깊게 방송

내용을 들어보니 전쟁이 났고 긴급상황이니

빨리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에다 문자까지

오니 갑자기... 혼자 사는 나는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실제 전쟁이라면 다리가 불편한 내가

대피를 하면 뭘 챙겨야 할지, 얼마나

걸어갈 수 있을지, 대피소에 가면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나 같은 사람이

그곳에선 안전하게 있을 수 있을지,

진짜 대피를 해야 하는 건지

집에서 혼자 덩그러니 죽음을 맞아야 하는건지

막막해졌다.


거기다 급하게 휴대폰으로 뉴스를

찾으려 인터넷을 연결해 봐도 평소에

5G로 잘만 연결되던 인터넷 연결까지

되지 않으니 나는 진짜 전쟁이 났을 수도

있게 다란 생각이 들었고, 그럼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잠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러는 와중에 내가 한 것은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출근준비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진짜 전쟁이었다면 나의 피난길은

아마 출근길이 됐을 것이다...

정말 그제야 든 생각이 세상 사는 게

쉽지가 않고, 또 이런 상황에서도 출근

준비를 하는 내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먹고사는 문제이고, 좀 더 현실

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출근을 하다가

전쟁을 맞더라도 우선 출근을 하는 게

더 낫겠다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일은 북한에서 위성을 쏜 것으로,

전쟁은 오보여서 다행이긴 하지만 나는 삶이란

인생에서 크던 작던 매일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정말 먹고사는 문제는 꼭 전쟁이

나지 않더라도 사는 거 자체가

전쟁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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