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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Aug 01. 2022

결국 회사원이 되려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걸까?

#PSH독서브런치193

사진 = tvN 미생 공식 홈페이지 현장 포토


1. 월급쟁이는 구조적으로 소모품, 일회용품의 처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소모되는 남자>에서 "대규모 기관들은 각 개인의 자리가 언제라도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을 구성원에게 분명히 인지"시키며 이를 통해 "구성원들로 하여금 그 기관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하고, 그래서 그들이 계속 그 집단의 구성원으로 살아남게 한다"고 말합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만족과 보수를 받는 자리는 구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이런 태도는 그 이후 2천 년 이상 지속되었다. 이 그리스 철학자에게 경제적 요구는 사람을 노예나 동물과 같은 수준에 놓는 것이었다. 육체노동은 정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기형을 낳는다고 보았다. 시민은 노동하지 않고 소득을 얻어 여가를 즐기는 생활을 할 때만 음악과 철학이 주는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이렇게 본다면 '보수를 받는 자리'를 얻기 위해 그곳에서의 소모품 처지와 심리적 기형을 감수하며 인생 초기 약 2~30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2. 스스로의 적성이나 자아실현 방식에 대한 구체적 고민 없이, 남들이 다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회사원이 되기로 결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박찬용 기자가 <잡지의 사생활>에서 "한국의 잡지계에서 함께 일하는 사진가, 스타일리스트,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편집디자이너 등의 전문 인력은 굉장히 수준이 높다.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치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남(회사)의 돈으로 한다. 내게는 굉장한 일이다"라고 말했듯 회사원이 되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보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또한 나심 탈레브가 <블랙스완>에서 "자기 사업을 하고 있을 때에는 일에 들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되든 어떤 착상에 몰입하기란 불가능하다. 즉 아주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근심과 책임감이 소중한 인지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자기 사업을 하는 대신 피고용자 신분이라면 연구, 명상, 저술이 가능해진다"고 말한 것을 보면 오히려 월급쟁이 처지가 때로는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보다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월급쟁이 처지 그 자체보다는 얼마나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본인의 진로를 선택하는지의 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1+2. 돈은 중요합니다. 돈의 요구 앞에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치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 큰 고민 없이 회사원이 되기로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안정적인 수입을 거둘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김훈 작가는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에서 "돈과 밥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지 말고 주접을 떨지 말라. ... 이 세상에는 돈보다 더 거룩하고 본질적인 국면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얘야, 돈이 없다면 돈보다 큰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 부(否, 아님을 나타냄)라! 돈은 인의예지의 기초다. 물적 토대가 무너지면 그 위에 세워놓은 것들이 대부분 무너진다. 그것은 인간의 삶의 적이다"라고 했는데, 어쩌면 회사원이 되기로 한 선택에 '주체성'과 '능동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리광' 혹은 '주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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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은 그럼에도 추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은 원래 힘든 것이고요. 박이문 교수가 <자비 윤리학 : 도덕철학의 근본 문제>에서 쓴 다음의 글로 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인생사의 모든 선택과 결단은 고통스럽다. ... 인생 자체의 만사가 원래부터 그러하지 않은가.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더욱 가치 있고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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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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