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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7) X를 찾아서

by 송영채


소년은 경도와 위도를 파악한 뒤에도 출발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지도를 볼 수 있는 전자기기가 없었으므로, 사서로봇은 도서관 한구석에서 오래된 지도책을 찾아냈다.


로봇은 책장을 넘기다 한 페이지에서 멈춰, 지도 위의 한 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소년에게 지도를 읽는 법을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침반이 없는 상황에서 동서남북을 찾는 방법, 축척을 기준으로 거리를 어림잡는 법, 그리고 그 좌표를 따라 목적지까지 경로를 짜는 요령까지. 모든 걸 익히고 나니, 어느새 밤이 저물고 새벽이 밝아오기 직전이었다.




소년은 도서관 밖을 향하며 하이데거의 책을 조심스레 점퍼 속에 품었다. 지도책에서 찢어낸 종이는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주머니 위로 손을 얹어, 접힌 종이의 감촉을 한 번 더 더듬어보았다.


“조심하세요.”


사서로봇은 현관까지 나와, 소년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도라는 것 자체가 어색한 소년에게, 30년 전에 발간된 낡은 지도를 들고 길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도 위에 표시된 지형지물과 건물들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대다수의 건물과 시설은 폐허가 되어 숲과 덩굴에 뒤덮여 있었고, 무언가 있었던 자리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곳도 많았다.


외곽으로 갈수록 숲은 점점 더 깊어졌다. 하지만 소년은 그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느꼈다.

이제는 아무도, 어떤 로봇도, 그리고 그 어떤 CCTV도 소년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년이 오로지 길을 찾는 데만 집중하는 사이, 어느새 날이 완전히 밝아져 있었다.


점점 더 깊은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때, 소년의 모바일 워치가 진동하며 경고음을 냈다.


“실종 접수. 실종 접수.

응급 상황 발생 시 구조 버튼을 눌러주세요.”


놀란 소년은 황급히 모바일 워치의 전원을 끄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소년은 자신이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어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방향이지? 주위를 둘러봐도 모두 다 같은 숲의 풍경일 뿐이잖아.

어디서부터 다시 길을 찾아야 하지.’


그렇게 두리번 거리는 소년의 시야에, 저 멀리 야트막한 담장 안에 안겨 있는 낡은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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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