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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Mar 05. 2024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


행복에 관한 문장 중 나에게 울림이 가장 큰 문장이다. 뇌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가짜 미소를 지어도 뇌반응은 진짜 미소를 지을 때와 같다고 한다. 우리 뇌에서 웃는 표정을 지을 때의 경험을 기억하고 긍정적 반응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얼굴에 옅은 미소만 짓는 것만으로 건강도 좋아지고 행복해진다면 이보다 남는 장사가 어디 있을까?

행복해지는 건 참 쉽다. 어떤 사람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시각벼랑실험 : 출처 : ebs

웃음의 위대한 효과를 검증한 실험이 있었다. 시각벼랑실험이다. 원래 이 실험은 생후 5개월 이후 유아들이 깊이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그런데 건너편에 있는 엄마가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아기의 행동이 완전히 달랐다. 환하게 웃는 엄마를 본 아기는 망설임 없이 시각벼랑 위를 기어갔지만 무표정한 엄마를 본 아기들은 머뭇거리다 제자리로 돌아갔다.

결국 이 실험은 작은 영혼이 고난과 마주했을 때 웃음이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를 검증한 실험이 되어버렸다. 환한 웃음은 연약한 영혼에게 주는 용기 한 스푼이자 응원 두 스푼인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7GEwoFVhWI


나도 같은 상황에서 다른 경험을 했다.

눈이 많이 내린 날 밤 남편은 지하주차장 기둥 옆에 차를 세워놓았다. 늦게 퇴근하고 오니 이미 지하주차장은 만차였고 펑펑 내리는 눈 속에 차를 세워놓을 수 없어 그렇게 한 것이다. 아침에 차를 옮겨야지 생각하고는 깜빡해 버렸다. 다음 날 오전 10시쯤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차 좀 빼주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중년 여성 목소리에는 뭉툭한 말끝에 격앙된 감정이 묻어 있었다.

차키를 손에 쥐고 서둘러 주차장으로 갔다. 우리 차 옆구리 앞에 하얀 중형차가 머리를 반쯤 내밀고 있었다. 주차구역에서 나가려고 시도하다 안 돼서 나에게 전화를 건 모양이었다. 얼른 차에 타려는데 50대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차에서 내리더니 목청을 높였다.


"차를 그렇게 주차하면 어떡해요?"


안경 뒤로 보이는 부리부리한 눈에 힘이 들어갔다. 두툼한 코와 입술은 강한 인상을 만들고 있었다. 인상을 쓰진 않았지만 영화 '마틸다'의 교장선생님처럼 화와 짜증이 스며들어 있었다.


"어제 눈이 와서 남편이 여기에 댔나 봐요. 죄송해요."


내 말을 듣자 그녀는 말없이 차로 돌아갔다.


그녀의 말투와 목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그녀의 화에 편승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 급한 일이 있었겠지, 어쨌든 기둥에 주차를 한 건 우리 잘못이니까.

죄송하다는 나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녹였을까.

 그러다 문득 '오늘 그녀의 하루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기분 나쁜 일에 휘말리진 않았을까, 그래서 또 화를 내진 않았을까. 다른 상대, 다른 장소에서는 환하게 웃었기를.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제 기둥 옆에 차 대지 마세요. 어떤 아주머니가 엄청나게 화냄."

어쩌다 남편이 저지른 일을 뒷수습하게 되다니.


도서관에서도 주차공간이 협소해서 일렬주차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도서관 바로 옆이 정발산이라 등산객들 차까지 합세해 주차장은 늘 붐빈다. 그래서 차량 이동때문에 전화를 하고 받는 게 흔한 일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아, 죄송한데 차 좀 빼주시겠어요?"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선 굵은 남자 목소리에 미안함이 느껴졌다.

도서관 계단을 빠르게 밟으며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했다.

"아닙니다. 제가 미안합니다."

분명 내가 미안해할 상황인데 그는 나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40대로 보이는 남성은 곱슬머리에 곰돌이를 닮은 얼굴을 하고 있어 마음씨 좋은 아빠의 푸근함이 느껴졌다. 서둘러 차에 타려는 나를 보며 말했다.


" 천천히 빼주셔도 돼요."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화를 내고 어떤 사람은 미안해했다. 각자 그 순간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화를 내는 그녀의 표정에는 회색 먹구름 깔려있었고 미안해하는 그의 미소는 어슴푸레 밝은 빛과 함께였다.

같은 세상을 보고 누구는 희망이 없다고 하고 누구는 살만하다고 한다. 내 주위에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것이 있다. 웃는 얼굴이다.


거울 앞에 서서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본다. 화가 나보인다. 피곤해 보인다. 더 늙어 보인다.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어본다. 눈이 반달로 변하고 광대도 올라가니 인상이 좋아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 더 젊어 보인다.

유튜브에서 어떤 피부과 의사가 말하길 평소에 "은 ~~~~"이라고 말하면 리프팅 시술이 필요 없단다. 웃을 때 위로 움직이는 광대 근육이 중력을 거슬러 젊음을 유지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빨을 보이며 웃는 표정을 하면 뇌를 속여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은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어떤 이는 작은 행복도 크게 만들 수 있고 어떤 이는 큰 행복도 일상에 묻히게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조용히 말해본다.

은~~~~~ 흐~~~~~ 리~~~~~


한 줄 요약 : 미소만 지어도 행복해진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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