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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Sep 17. 2024

공허함과 헛헛함을 느낀다면

소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감정전이'는 이유리의 소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에서 나오는 의학 용어다. 없애고 싶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장기이식처럼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도너와 레시피언트 만났을 때만 가능하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아직 사랑하는 수진은 남편의 외도로 사랑이 식어버린 친구 영인에게 자신이 가지기엔 버거운 사랑의 감정을 전이해 준다. 그런데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전이된 감정이 없어지고 나면 극도의 공허함을 느끼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 쏟아지는 것이다. 수진의 이 공허함은 결국 영인이 소개해준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 치유되는 듯했다.


수진이 감정 전이로 인해 느끼는,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은 감정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종종 느낄 수 있다. 직장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아 잠까지 줄여가며 열심히 준비한 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그날 팀원들과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느껴지는 공허함. 당분간 해결해야 할 일도 없고 뭔가 잘 해내야 하는 압박감도 사라졌는데 삶의 의지마저 소실된 것 같은 헛헛함을 느낄 때가 있다.


감정이라는 것이 소설 속 이야기처럼 한 순간에 없앨 수 있고,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면 평소에 가지고 있던 감정의 소중함은 사라져 버릴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감정도 돈과 상황만 맞으면 없앨 수 있고 가져올 수 있다면 어떤 일에 또는 어떤 사람에게 쏟은 진심이 부정당하는 느낌일 것만 같다.


살다가 공허함, 헛헛함을 느꼈다면 어떤 일에 진심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했으며 그 일을, 그 사람을 사랑했으리라. 좋은 결과를 바라고 노력한 만큼 마음 한 조각을 케이크칼로 잘라낸 같은 공허함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도 인생을 살면서 어떤 일에 진심을 다해 노력할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우울감을 호소하는 많은 이들은 어떤 일에도 열정을 가지지 못해 힘들어한다. 나를 위한 일이든, 가족을 위한 일이든, 사회를 위한 일이든 어떤 일에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 자체로 사람은 멋진 삶을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휴식,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기도, 누군가에게는 초조한 기다림,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위한 준비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네 가지 순간은 모두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 일 수 있다. 같은 여정, 같은 순간을 통과하고 있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느냐에 따라 휴식도 기도도 기다림도 준비도 될 수 있다.


지나간 순간은 바꿀 수 없다는 불변의 자연법칙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순간은 어떠해야 하는지 정답은 어렵지 않다. 우리의 손에는 타임머신이 있다. 과거로 돌아갈 순 없지만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타임머신.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타임머신을 손에 쥐었으니 어떻게 활용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얼마 전 비인두암을 진단받았던 김우빈 배우의 인터뷰를 봤다. 처음 암을 발견했을 때 짧게는 6개월이 남았다는 시한부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은 어떤 상황이든지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는 이라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한다. 암에 걸린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치료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미래를 만들어 간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 속에 열심히 치료를 받아 완치 판정을 받았고 영화계에도 복귀했다.


큰 병에 걸린 사람에 비하면 어떤 일을 끝내고 나서의 공허함과 헛헛함은 미안해질 정도다. 그래도 감정은 소중하니 열심히 한 자신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토닥여주고 미래를 잘 만들어가 보자고 얘기해 주자. 멘털 리허설을 하며 뇌를 긍정적으로 속여보자. 실제로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 것처럼. 그래서 곧 그런 일이 일어나게.


앞으로 우리의 세상에는 소설 속 '감정전이'같은 건 필요 없지 않을까.

한 줄 요약 : 불현듯 공허함과 헛헛함이 느껴진다면 열심히 살았다는 말이다. 자신을 위로해 주고 토닥여주라.


#라라크루

#라이트 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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