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형식인지 뭔 상관이람?
❚ 자리가 뜻을 만든다!!
내가 몇 형식인지 뭔 상관이람
Q. 왜 영어 문장을 만들 때 단어 순서에 신경을 써야하는 걸까?
A. 우리말은 각 단어 뒤에 조사 (꼬리표)가 붙는다. 그 꼬리표가 있어서 단어들은 문장 내에서 위치에 대한 제약이 영어보다는 훨씬 적은 편이다. 영어 단어는 그런 꼬리표가 없다. 그래서 문장 내 단어의 순서가 그 단어의 역할을 결정지어준다.
<예문 1> Tom is my son. Tom이 내 아들이다.
<예문 2> I like Tom 나는 Tom을 좋아한다.
영어 문장에 똑 같은 Tom이지만 <예문 1>에서는 주어(~가), <예문 2>에서는 목적어 (~를) 역할을 한다.
결국, 영어 문장에서는 단어의 배열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 어순이 중요하다면, 영어문장의 1형식에서 5형식도 중요하겠네?
Q. 그 다섯 종류의 단어 배열 패턴들도 중요할까? 달달 외워야 할까?
A. 단어의 배열 순서가 뜻의 차이를 가져오지만, 그 단어 배열 패턴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이 다섯가지 패턴을 외울 필요는 전혀 없다. 외워서 쓸 데가 도대체 없다. 오히려 독해의 속도를 늦출 뿐이다.
중학교 영어시간에는 영어 문장을 1형식부터 5형식으로 나누어서 수학 공식 외우듯이 달달 외우라는 선생님들이 많다. 나도 중학교 영어교사이지만 궁금하다 왜 다들 그러시는지. 나는 그 1형식이니 5형식이니 하는 문장 패턴을 안 가르친다. 아니 기를 쓰고 안 가르친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디서 얻어 들었는지 약간 복잡한 문장이 나오면 늘 나한테 ‘선생님, 이 문장이 몇 형식 문장이에요?’ 하고 묻는다.
왜 묻는 걸까? 그게 1형식이면 어떻게 할 것이고, 5형식이면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 그게 5형식인지 알고 문장을 보면 그 문장이 더 쉬워지는 건가? 만에 하나 어떤 문장이 5형식에 비슷한데, 딱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그 문장을 버릴 셈인가?
❚ 영어문장의 다섯 가지 형식을 외우면 안 되는 이유
더 웃기는 일은 소위 말하는 1형식에서 5형식까지의 문장 구별법이 절대 진리도 아닌데, 우리는 절대 진리 인 듯이 달달 외운다. 미국대학교에서 영어교육 석사를 하던 중에 영어 문법 수업을 신청해서 한 학기 동안 들은 적이 있다. 원서로 된 영어 문법 책 <Grammar by Diagram>에는 영어 문장을 10가지 패턴으로 구별 지어 놓았다. 문장의 패턴을 소위 1형식에서 5형식까지가 아니라 10형식까지로 구별 해 놓은 셈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수학 공식처럼 외우는 그 1형식부터 5형식까지의 패턴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어 문장을 구지 몇 형식인지 메겨가면서 공부하도록 세뇌시키고 있다.
내가 문장을 말할 때, ‘나는 3형식 문장을 만들거야’ 하면서 머릿속에 판을 짜 놓고 그 각각의 빈 칸 (주어자리, 동사 자리, 목적어 자리)에 단어를 하나씩 채워넣는 식으로 영어 작문을 해야 하는 건가? 과연 우리의 뇌는 그렇게 해서 영어 문장을 생성해내는 건가?
아래 상황들을 영어 문장으로 표현해보자.
❶ 나 = 엄마
❷ 나 <------ 행복하다(happy) ^ ^
❸ 나 ♥(like) 우리 엄마
❹ 나 부른다 우리집 개 = Tommy
❺ 커피 만든다 나 <------행복하다(happy) ^ ^
❻ 나 줬다 우리 엄마 선물(a gift)
각 문장의 핵심 정보를 영어 단어로 배열하여 문장을 만들어 보자.
❶ I am a mom.
❷ I am happy.
❸ I like my mom.
❹ I call my dog Tommy.
❺ Coffee makes me happy.
❻ I gave my mom a gift.
이걸 만들 때 우리는 각 문장이 몇 형식인지 알고 미리 빈 칸을 쭈욱 깔아 놓고 그 각 빈 칸에 단어를 집어넣으면서 문장을 만들었던가? 절대 아니다.
반대로 각 영어 문장의 의미를 파악할 때 우리는 몇 형식인지 판단하고 나서 그 뜻을 파악하는 가? 절대 아니다.
그건 너무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우리는 생각을 직선의 단어 배열로 풀어낼 때 미리 몇 형식인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 형식 따위는 몰라도 된다.
다만 한 가지 핵심 원칙만 생각하면 된다.
❚ 영어 문장 구성의 핵심 원칙
❶ 주어를 맨 먼저 쓴다.
❷ 그리고 동사를 그 다음에 쓴다.
❸ 위의 두 가지만 알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상식에 맡겨도 충분히 될 일이다.
몇 형식인지 분석할 시간에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차라리 통째로 외우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내가 10대일 때는 문장이 몇 형식인지를 구별하는 시험에 대비하는 영어 공부를 강요받았다. 공식 외우듯이 달달 외우고 문장을 해부하고 쪼개고 분석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분석적 접근법은 이제 와 되돌아 보니, 나의 독해 속도를 늦출 뿐 이었다.
❚ 이제 ‘형식’이는 폐기 처분될 때
이제 우리는 이 노후된 ‘형식’이라는 기계(문장을 1형식부터 5형식으로 기계적으로 분류하는 습관)를 폐기 처분할 때이다. 영어는 기계가 아니다. 문법은 그 기계의 철저한 매뉴얼도 아니다. 문법은 내 생각을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일 뿐이다. 내 생각에 집중하고 그걸 표현할 길을 찾는 일에 더 몰두할 때이다.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전달하는 게 관건이다. 그리고, 상대가 전하는 메시지에 몰입할 때이지 그 문장이 몇 형식에 맞춰서 표현된 문장인지 알 필요가 없다.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제부터 우리는 문장을 만들 때든, 이해할 때든, 딱 두 명의 주인공(주어와 동사)가 무엇인지만 신경 쓰면 된다. 그리고 그 문장이 담고 있는 내용의 핵심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