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와 연락이 두절된 지 어느새 두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부동산 일을 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겪었지만, 이렇게 완벽히 잠적한 세입자는 처음이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 때마다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라는 기계적인 안내가 흐를 뿐이었다.
집주인에게 상황을 전할 때마다 나는 마치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이 세입자는 계약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혼자 사는 60대 아저씨였고, 조용하고 느릿한 말투에 인상도 무던한 편이었다. 잠적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역시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몇 번의 월세가 밀리고 난 후, 그는 언제부턴가 전화를 받지 않기 시작했고, 결국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 와중에 한파가 심하게 몰아친 어느 겨울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2층 세놓은 부동산이시죠?저희 1층인데요. 천장에서 물이 계속 떨어져요. 비 오는 것처럼요. 물소리가 아까부터 계속 나는데 점점 심해져요."
나는 급하게 문제의 집으로 향했다.
아랫집 현관을 열자마자 천장 벽지가 물에 젖어 볼록하게 불어 있었다. 물이 한쪽 벽을 따라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고, 집 안 전체가 눅눅하고 차가운 공기로 가득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세입자는 결국 연락이 안되서 경찰을 대동해 도어락을 부수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었을 때 펼쳐진 광경은 예상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집안은 현관 앞까지 이미 물로 차 있었다.
물에 흠뻑 젖은 우편물과 뒤집힌 슬리퍼 한 짝이 거실 바닥을 둥둥 떠다녔다. 장판은 들뜬 채 아래 시멘트 바닥이 훤히 드러났고, 일부는 가장자리부터 말려 올라가 있었다. 벽지까지 축축하게 젖어 곰팡이가 슬기 시작한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지경이었다.
급하게 수도 밸브를 잠그고 빌라 관리인에게 연락했다. 수도관 동파였다. 이미 물은 오랫동안 새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집주인에게 전화해 이런 상황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집이 물에 잠겼다고요? 그럼 그 사람은 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
집주인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입술을 깨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게... 수소문을 좀 해보니까요. 지금 구치소에 있다고 하네요."
잠시 정적이 흐르고, 집주인의 황당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사는 아저씨가 사정도 안 좋다길래 월세도 깎아줬더니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요?"
상황이 이쯤 되니 울 수도, 화낼 수도 없었다.
다음 날부터 복구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피해 규모는 생각보다 커서 아랫집까지 천장 공사를 새로 해야 했다. 망가진 장판과 젖은 쓰레기들을 치우면서도, 이 아저씨가 집을 나간 뒤 어떤 일을 겪은 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집주인이 무서워할 만한 큰 죄는 아니기를, 집에 돌아와서 집주인과 원만히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며칠 뒤 우편함을 정리하다가 세입자 앞으로 온 등기우편을 발견했다. 발신처는 법원이었고, 그제야 세입자가 실제로 구치소에 수감됐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중개인이라는 직업이 여러 사람들의 삶을 접하는 일이라지만, 가끔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이게 진짜 현실인가 믿기 어려울 때가 있다.
피해 복구를 마치고 나서 나는 집주인과 마주 앉아 한숨을 쉬었다.
"큰 죄는 아니라서 조만간 나온다고 하네요. 다시 들어올 땐 새 도어락 비밀번호 알려주겠다고도 했어요." 라며 집주인이 말했고, 나는 "잘 해결돼서 다행이에요" 하며 눈빛으로 집주인을 토닥였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공인중개사는 아니지만, 나 같은 중개보조인도 그날만큼은 현장을 지킨 사람으로서 한몫 했다고 느낀 하루였다.
이 사건 이후로는 중개할 때마다 신경이 더 많이 쓰인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게 이 바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