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날고 싶다가
웅크리고 숨고 싶다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싶은
그런 날이 있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그 순간 순간을
따라가지 못하는 찰나가 되는 그런 날
손에 잡힐 것 같다가
움켜쥐고 놓지 않다가
한줌 흙이 되고 싶은
그런 날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눈 먼 새가 되어
그저 부리로 쪼아대는 허공을 원망한 날
휘청이는 바람따라
꼿꼿하게 서성이는 나무를 지나
한 마리 나비가 되고 싶은
그런 날이 있었다
꽃과 노니며
너른 들판을 끝없이 날고 있는
끝없는 자유로움을 멍하니 바라보던 날
숨조차 쉬기 버겁다가
낮은 탄식을 내뱉어 보다가
바다 멀리 외딴 섬이 되고 싶은
그런 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