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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의 봄

by 최은녕 라온나비

십일월의 봄


바람은 고요하게 십일월 들녘에 닿고

어제는 사라진 날, 새해는 빈칸이다

마음에 촛불 하나 켜 심지를 돋우는 때


서랍 속 구긴 달력 지난날이 잠든 자리

성에 핀 창틈에도 별빛은 스며들어

오늘도 베를 짜듯이 하루하루를 엮는다


내달리던 겨울이 가쁜 숨 몰아쉬면

갓 태어난 여린 호흡이 길을 열어주리라

연둣빛 눈을 비비며 나의 봄을 지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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