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딸 사랑이를 만났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던 순간인데, 반가움에 안아줄 수 없었다. 아이는 이미 소녀가 되어 있었고, 눈빛에는 내가 기억하던 해맑음이 사라져 있었다. 낯설었고, 어색했고, 아팠다.
만나기 전엔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묻고 싶은 상황도 수없이 떠올랐는데… 현실 앞에 서자, 그 어떤 말도 쉽게 꺼내지지 않았다. 수없이 상상하며 되뇌었던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삼켜졌고, 나는 그저 조용히 아이가 건네는 몸짓의 언어에 집중했다.
7월 한 달 동안 우리는 세 번을 만났고, 만남 이후 나는 매일 전화를 했고, 카톡을 보냈다. 보낸 만큼 부재중 전화가 남았고, 답 없는 메시지도 쌓여갔고, 간혹 찍히는 공감에 감사했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변함없이 사랑이에게 연락을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아이의 마음을 향해 걷고 있다.
평범한 가족으로 함께 살았다면, 지금쯤 “다 엄마 때문이야.”라며 방문을 쾅 닫는 아이에게 갱년기로 감정 조절을 못하고 버럭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4년이란 시간과 거리의 틈은 나로 하여금 감정을 최대한 조절하며 아이의 감정 온도에 더욱 민감하게 마음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버럭으로도 우리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질 수 있으니까.
이 책은 그런 나와 사랑이의 이야기다.
감수성이 유난히 예민한 엄마와 그에 못지않게 감정선이 섬세한 딸이 재회 이후 겪어가는 감정의 출렁임과 일상의 작은 파동들을 글 안에 담아두고 싶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인 딸과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정체성을 다듬어야 하는 갱년기의 나. 하필 다시 만난 시점이 사춘기의 정점이라는 중 2, 그리고 감정 기복이 유난한 갱년기였다니…
누군가는 이것은 우연이라 하겠지만, 나는 어쩐지 자상한 우주가 우리에게 감정 성장의 기회를 다시 선물한 것 같다.
4년의 이별은 익숙함에 기대어 소중함을 잊지 않게 해 주었고, 다시 만남은 서로의 시간과 마음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해 주었다. 낯섦과 어색함, 아픔으로 시작된 감정이 조금씩 익숙함과 고마움, 그리고 사랑으로 변해가리란 기대에 감사한다. 딸 사랑이가 이 세상에 존재함에 감사하고, 내가 이곳에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감사’라는 감정을 선택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앞으로 사랑이와 함께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여정을 함께 지켜봐 줄 누군가 있음에 마음 깊이, 다시 한번 감사한다.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 이 이야기들이 가족을 향한 감사의 온기로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