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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호 Oct 11. 2024

몸도 짓고 마음도 짓다

<31일 차>

 2024년이 밝았다. 고로, 오늘은 새해 첫 요가가 되겠다! 연휴 동안 정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작년 마지막 날 쇼핑몰을 잠시 들렀던 것 말고는 거의 집에서 와식 생활자와 비슷하게 있었던 지라 몸이 엄청 굳어 있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죄책감에 스트레칭 비슷한 몸짓을 한 번 했는데 햄스트링이 말도 안 되게 또 아파왔다. 살짝 우울했다. 도대체 언제쯤 나아지는 건가.


 2개월 넘게 요가를 했는데도 저절로 나아지는 게 아니라면 필히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유튜브를 켜서 ‘햄스트링 스트레칭’에 관해 검색을 했다. 앉은 자세 전굴로 천천히 이완하기, 서서 이완하기 등 이미 알고 있는 동작에 더해 양다리를 쫙 펼쳐서 허리를 숙여 내려가는 방법도 있더라. 그중 양다리를 쫙 벌려 허리와 가슴 순으로 곧게 내려가는 이 방법이 도움이 되었던 건지 동작을 마치자마자 엄청난 개운함이 몰려왔다. 다리가 요 근래 어떤 날보다도 가볍게 느껴졌다. (다리를 쫙 벌린 상태에서 발 끝을 천천히 부드럽게 돌려 이곳저곳 근육에 자극을 주었던 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건 일시적인 것일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좀 더 시도해 본 뒤 나의 스트레칭 루틴에 넣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아무튼, 이렇게 연휴를 보내고 새해 첫 요가를 가게 되었다. 스트레칭 한 번 했다고 동작들에 어려움들이 대거 해소되는 것은 아닐 테고, 연휴 내내 누워만 있어서 그나마 만들어진 근육도 다 풀어졌을 거란 생각이 더해지니 오늘 요가도 입에서 피맛이 날 정도로 힘든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내 기우와는 달리 오늘은 정말 그 어떤 날보다 가뿐했고 단단하고 올곧게 좌 우 골고루 힘이 전달됨이 느껴졌다. 정말이지 처음으로 ‘제대로’ 요가를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늘 몸의 왼쪽이 유독 아프고 약한 탓에 서서 전굴 자세를 할 때에 두 다리에 공평하게 힘을 가하지 못했었다. 앉아서 전굴을 할 때에도 왼쪽은 거의 가망 없는 굳은 자의 몸뚱이 형세를 하고 있었다면 오른쪽은 ‘오 제법 다니신 분의 유연함인가요’ 싶은 정도로 수월했다. 이토록 극명한 비대칭의 몸짓이었는데, 그랬었는데! 오늘 드디어 제법 대칭에 가까운 몸동작을 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러니 요가 시간이 너무 재밌게 느껴졌다. 물론 제일 힘든 빈야사 시간이라 체력적인 면에서 금세 지치기도 했지만 부쩍 유연해진 햄스트링 덕분에 아주 기분 좋은 땀을 흘리고 왔다. 이 느낌이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서 얼른 앉아 글을 써본다.

 ‘이거 이거. 나랑 맞는 운동을 찾은 것도 같은걸?’

 운동이랑은 영 거리가 멀던 사람이 뭔가 자신과 맞는 걸 찾았다는 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나도 이런 날이 있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하다.



 작년 연말에 가족의 일로 커다란 근심이 하나 생겼었다. 그 어떤 연말보다도 기분이 좋지 않았었고 쉬이 해결될 일도 아니어서 멘탈도 금세 지치고 한없이 우울해지기 일쑤였는데, 요가를 다녀오는 순간만은 신기하게도 이 우주에서 그저 해결해야 할 하나의 부분으로 보여 조금은 정돈된 마음으로 그 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그것이 찰나의 순간이라 할지라도 잠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레 내 몸에 집중하게 되고 내가 처한 문제들과 잠시 단절되어 떨어져 있게 되는 순간이 온다. 어쩔 수 없다. 몸을 끊임없이 쓰고, 근육들을 살피고, 손 끝의 모양, 발 날의 모양, 고개의 각도, 내 컨디션에 맞는 동작, 체력 분배 등등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것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없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 자체가 명상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쉬탕가 시간에 선생님께서 요가(아쉬탕가)의 목적은 움직임을 통해 명상에 다다르게 함이라고 하셨던 적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정돈할 수 있는 데엔 내겐 요가만 한 게 또 없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더 해보자. 기대 없이 조바심 없이 그냥 해보는 거다.


올 한 해도 잘 부탁한다, 요가!




<32일 차>

 아쉬탕가 시간이다. 요즘 가족의 일 뿐만 아니라 몇 가지 골치 아픈 문젯거리들이 더 있어 밤잠을 잘 못 이루는 중이다. 꽤나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겼다. 요가를 하면서 잠시 잊어보자 싶어 아침 일찍부터 부리나케 요가원으로 향했다. 전에도 썼듯이 요가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명상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오늘도 그 기분을 만끽하러 온 거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명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바람에 오늘 요가는 정말이지 역대 최고로 우스꽝스러웠다. 엉망진창 대잔치!

 

 평소 알던 자세인대도 자꾸 실수 연발이라 나의 자세를 교정해 주기 위해 선생님께서 몇 번이나 오고 가셨는지 모른다. 조용히 다가와 자세를 교정해 주실 때마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가 어이없어 웃음이 났다.

 ‘아. 오늘 요가 그냥 망했다. 허허’

 초심자이니 잘 못 하는 게 당연하지만 오늘따라 유독 집중이 안되고 다른 잡생각들이 한 번씩 떠올라 괴로웠다. 혼자 붕 뜬 기분이랄까.

 ‘개인적인 일에 마음이 너무 깊이 빠지면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이구나.’

 분명 다른 회원님들과 같이 요가를 하고 있음에도 혼자 다른 곳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방인이 된 것 마냥 이 공간이 약간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날도 있구나…


그래도 나름 애쓰며 열심히 따라는 했는지라 비 오듯 땀이 뚝뚝 떨어지며 몸은 금세 개운해졌다. 우여곡절 끝의 요가를 끝마치고 밖을 나와 차가운 겨울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셨다. 비로소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에 포근하게 샤워를 한 뒤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와 오랜 시간 통화를 했다.


 나의 고민거리들을 가만히 듣던 친구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너는 할 만큼 했어. 그러니까 이제 좀 쉬어.”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그 많던 고민들이 눈 녹듯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어쩔 줄 몰라 바글바글 애 끓이던 감정도 자연스레 정돈이 되었다. 스스로에게 그렇게나 많이 들려줬던 말인데 친구에게 들으니 효과가 남다르다. 역시 나란 인간은 어느 정도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들을 들어야 사나 보다.


 아. 오늘의 명상은 친구에게서 얻었다. 나름의 좋은 삶을 위해 가져야 할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하나는 친구 같은 운동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를 알아주는 친구이다. 그렇다면 나는 일단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걸로…!


 그래. 이만해도 감사하다.




<33일 차>

 아, 가기 싫다.


 생리 기간 동안 요가를 며칠 빼먹었더니 그새 정신상태가 해이해졌나 보다. 날도 춥고 집은 뜨끈하니 눈 뜨자마자 가기 싫단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오늘은 일주일 중 제일 운동이 많이 되는 원장님의 빈야사 시간이다!

 ‘가자… 가. 오늘 가야 또 는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침 커피를 마시고 정신을 깨운 뒤 요가원으로 향했다.


 밖을 나서니 눈 발이 조금씩 날리고 길이 꽤나 미끄럽다. 잔뜩 움츠리며 종종걸음으로 도착한 요가원엔 이미 많은 회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계셨다.

 '역시. 다들 부지런하셔.'

 날이 추워 많이들 빠졌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일찍이 자리 잡아 계신 모습들을 보고 나도 좀 더 바지런해지자고 마음먹어 본다.


 본격적인 빈야사 수업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훅 추워진 탓에 몸을 평소보다 오래, 느긋하게 풀어주는 동작들로 시작되었다. ‘오. 오늘은 이렇게 깊숙이 풀어주는 동작 위주인가?’의 생각도 잠시. 이내 휘몰아치는 매운맛의 향연들.


 나는 왜 오늘따라 앞쪽에 자리 잡은 건지. 앞에 자리 잡으니 뭔가 원장님 눈에 떠 띄는 기분이고 뭔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쪼금 부담스럽네.

 ‘가만가만… 우리 회원님들 먼저 와서 뒷자리 차지하는 게 이런 이유였나?’

 ‘그렇군… 이제 알았어.’

 희한하다. 보통 동네 운동센터들 같은 경우 오래된 회원님들은 앞줄이나 원장님 근처에 먼저 자리를 잡고, 신생 회원님들은 앞자리 회원님들의 기에 눌려 뒷자리 구석에 쭈구리처럼(?) 수업을 듣는다고 하던데 우리 요가원은 특이 케이스인가 보다. 오래된 회원님 들일수록 가생이 자리에 도인처럼 앉아 계신다. 아. 부럽다. 저 뒷자리들 탐이 난다. 나는 도인의 경지는 아니지만 다음엔 더 일찍 와서 뒤쪽 자리에 앉아야겠다.


 오늘의 빈야사. 여지없이 험난한 동작들이 차고 들어온다. 늘 그렇듯 허벅지가 터져 나가 너덜 해질 때쯤 반대쪽 동작으로 넘어가고, 반대쪽 허벅지가 터져 나가 너덜 해질 때쯤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헤헤. 역시는 역시다.


 그런데 지난주 보다 힘이 좀 덜 들어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체중이 조금 줄어서 그런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여러 급한 일들이 있어서 먹는 걸 소홀히 했더니 확실히 기력이 덜한 것 같아 요가 끝나고 든든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움직이려면 에너지 공급을 잘 해줘야겠군.'

 누군가에겐 빠지면 좋을 살이고 체중이지만 나는 좀처럼 살이 잘 안 붙는 체질이라 체중의 1g 조차도 소중하다.


 ‘쭉정이는 1g도 잃을 수 없어!’


 말라서 예쁜 것도 아니고, 호리호리 늘씬해서 보기 좋은 것도 아닌 그냥 깡 마른 쭉정이. 그렇다고 내 몸을 사랑하지 않아 요가를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이 상태로 계속 나이를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요가를 시작한 거다. 더 튼튼하고 더 건강하고 싶다. 보통의 체력으로 남들이 후두룹 뚝딱 해내는 일들을 걸림 없이 수월하게 해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가기 싫고 귀찮고 무기력하지만 궁둥이를 들고 스스로 다독여가며 요가를 온 거다. 훗날, 좀 더 체력이 좋아지고 근력이 붙는다면 언젠가는 수영도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러니 지금 이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


 마지막까지 나름의 최선을 쥐어짜 내어 요가를 마쳤고 사바아사나로 누운 자세를 취했다. 턱 끝까지 올라왔던 가쁜 숨을 ‘후-’ 하고 몰아 쉬고는 기분 좋은 땀을 흘리며 한 타임을 마무리했다. 오늘도 하나 했다. 힘든 시간을 하나 또 겪었다고 생각하니 괜히 스스로가 더 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일도 가자! 강해지자!




<34일 차>

 길도 미끄럽고 추운 날이다. 어제 하루동안 내린 눈이 살얼음이 되어 요가원으로 향하는 동안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했다. 오는 길이 험해서 그런가 회원님들이 생각보다 많이 안 계셨다.


 사람이 적은 날은 적은 날 대로 좋은 것 같다. 많은 날은 다 같이 파이팅이 넘치는 분위기라서 좋고, 적은 날은 조용히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뭐든 현상에 관해 장점을 찾자면 얼마든지 보일 테지. 단점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많은 날은 요가원 내부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적은 날은 너무 소수인원이라 강사님의 눈에 잘 띄니 살짝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장점을 생각하는 게 좋다. 마음에도 신체에도- 그래야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분이 들고 이 긍정감은 상황에 대해 견딜 힘을 준다. 잘 견디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닥친 문제도 장점을 보며 견디어 낸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겠지. 정신승리라 할지라도.


 살면서 송사에 휘말릴 일은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잘은 없을 일이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삶이란 알 수 없나 보다. 앞선 글에서 말한 가족에게 생긴 문제란 게 바로 이거다. 생각지도 못한 송사에 휘말린 것. 변호사의 말을 믿고 패소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 밖의 곳에서 아무도 몰랐던 잘못이 드러났다. 책임의 소지를 묻자면 우리도 중간에 낀 억울한 피해자의 입장이지만 1년 이상 지속되던 소송에 지치기도 하여 일단 판결을 받아들이며 상대에게 결과대로 해주려 했다. 허나 사람을 잘 못 걸렸나 보다. 상대는 판결 이상의 돈을 요구하고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여러모로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변호사 사무소 여러 군데에 상담을 해도 상대가 요구하는 건 억지에 가까우며 그렇게까지 들어줄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상대하기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고… 한마디로 진짜 빌런을 만난 거다.


 법대로 하자고 달려든 상대는 법대로 하려고 하니 떼굴떼굴 구르며 이제 와서 악다구니를 쓴다. 빌런 아카데미라도 있는 건지, 인터넷에 비슷한 사례에 대해 찾아보면 우리에게 붙은 빌런이 자가 복제하여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흡사한 인간 군상들이 많이 보인다. 아무튼, 요 근래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러한 이유로 기분이 썩 좋진 않다.


 그러니 또 요가를 간다. 비틀고 쥐어짜고 숙이고 버티며 몸에 열을 내면,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는 기분도 든다. 물론 뚜렷한 해결책이 떠오른다거나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잘 견디어 나갈 힘을 조금씩 얻어 보는 거다.


 오늘은 아쉬탕가다. 온전히 내 몸을 생각하는 긍정적인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이상하게 집중이 안된다. 자꾸 잡생각이 떠오르고 가족의 일이 떠오른다. 그러다 갑자기 화가 난다. ‘화가 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다가 이 화가 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개새끼…'

 별안간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집중이 안되던 몸과 마음이 갑자기 활활 타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며 몸에 에너지가 도는 느낌이다.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몸의 활동 범위가 더 넓어졌다. 움츠러든 감정을 토해내니 몸도 활짝 열렸다.


 그러다 이내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어떻게 되든지 간에 상황은 벌어졌고 다시 토대를 다지며 일어나면 돼. 그 토대가 약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난 거겠지. 어쩌면 하늘이 주신 기회일 수도 있다. 지난 잘못은 돌아보고 정면으로 응시하여 다시 우리 손으로 토대를 다져 제대로 일어나 보라는 다신 없을 기회일 거야.’ 하고 생각하니 머리 위로 커다란 꽃나무가 피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긍정이다. 긍정의 단어가 자연스레 피어올랐고 몸과 마음은 더 이상 허둥대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생존본능이려나.


 요가 덕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요가를 해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내게 이런 행위가 상당히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한데 요가를 이렇게 화가 난다거나 빡친 상태에서 쏟아내듯 해도 되는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뭐, 지금은 몰라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것까지 알고 싶지 않다. 힘든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35일 차>

 열흘 동안의 긴 휴가를 다녀왔다. 제주도로! 매년 제주로 휴가를 가지만 작년 한 해는 너무 바빠 휴가시기를 놓쳤고 벼르고 벼르다 결국 무지하게 추운 겨울에 휴가를 다녀오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이 올라갈 시기가 봄이 될지 여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겨울 휴가를 막 다녀온 참이다.


 제주에서 나름 틈틈이 10-20분짜리 요가를 했다. 그러나 오늘 복귀 후 첫 아쉬탕가 수업을 가니 그간 내가 휴가 때 해온 요가는 요가가 아니라 스트레칭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참으로 힘들었다.


 하.


 한동안 이런 적이 잘 없었는데 오랜만에 눈앞이 살짝 까매지며 어지러웠다. 유연성은 많이 좋아져 아픈 곳은 없었지만 체력이 후달리고 금세 기운이 빠지는 게 여독이 덜 풀렸나 보다. 팔다리는 또 생뚱맞게 흔들리니 집중이 영 쉽지 않다.

 ‘아. 이래서 운동하는 분들이 하루 이틀만 쉬어도 몸이 안다고 하는구나’


 지금 내 상태가 상당한 근손실이 일어나 있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유연해진 대신 몸이 말랑하게 풀린 기분이다. 마치… 슬라임이 된 것 같다. 어서 빨리 체력을 회복하고 차근차근 근력을 키워야겠다..


 훌륭한 휴가를 다녀온 대신 근육을 잃었다. 역시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그럼 뭐 까이꺼. 다시 하면 된다. 하고 또 하고. 그냥 계속하는 거지 뭐.


인생이 그런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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