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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부직포 갈아 끼우는 여자

나의 밀대 사용 루틴

by 춤몽

소파에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 생후 3개월 된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 몇 개월 간 이 자세가 무리가 되었는지 오른쪽 골반과 허리가 시큰하다. 오랜만에 엄마가 오셨다. 딸내미 먹일 반찬 양손에 주렁주렁 들고서.

엄마는 반찬이 든 장바구니를 풀지도 않고 식탁에 올려두고선 무선 청소기를 집어 들고 마룻바닥 결을 따라 앞뒤로 바삐 움직인다.


"흐엑, 이 머리카락 좀 봐."


"며칠 전에 밀었는데? 나 요새 탈모 생겨서 그래요."


"며칠씩이나 됐다고? 애기 있는 집이면 매일 아침저녁으로 쓸고 닦아도 모자란데."


아기 낳고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바이오리듬도 엉망진창이라 날 타박하는 말로 들린다.

식탁에 차분히 앉아 차 한 잔 음미할 여유도 없는데 아침저녁 쓸고 닦으라니요. 모유 수유하고, 아기 목욕 시키고, 안고 업고 달래느라 손목이 너덜너덜해져 무선 청소기 하나 무게도 천근만근으로 느껴진다고요.

오늘 몇 그램 더 자라 보려고 젖을 힘차게 빠는 아기를 내려다보며 부글거리는 속을 진정시킨다.


그땐 나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아기를 중심으로 공전했다. 젖몸살로 밤새 앓는 나보다 말간 콧물이 살짝 비치는 아기를 더 걱정했고, 똑같은 반찬으로 하루 세끼를 때우는 나보다 어쩌다 한 번 모유를 게워내는 아기를 더 안쓰러워했던 비이성적인 시간이었다.


이게 벌써 9년 전 일이다. 그때 엄마는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를 키우는 집은 위생적이고 청결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나는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시기였기 때문에 '며.칠.씩.이.나. 됐.다.고?'라는 말이 여덟 개의 화살촉처럼 느껴졌다. 아기를 낳고도 어른이 되지 못하다니. 나도 참 옹졸했구나 싶지만, 그때의 나는 갑작스러운 신체적, 정서적 변화 앞에 너그러울 수가 없었으니까. 토닥토닥.



9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청소기를 매일 돌리지는 않는다. 예전에 무거웠던 청소기가 지금이라고 가벼워졌을 리 없다. 게다가 나는 타고나길 청각 자극에 취약한 편이라 기계가 내는 소음에 신경이 쉽게 날카로워진다. 먼지통 비우는 일은 또 얼마나 성가신지.


이러한 성향과 사용 편의성을 고려하여 정착한, 몇 안 되는 애착 살림템 중 하나가 바로 '3M 청소 밀대'다. 먼지 흡착성이 좋은 얇은 부직포를 끼워 슥슥 밀면 구석에 뭉쳐있는 먼지, 머리카락, 외부에서 날아든 미세먼지 등이 착 달라붙는다. 아침에 한쪽면, 저녁에 반대면까지 알뜰히 쓰고 버린다. 양면 모두 똑같은 채도로 새카매지는 걸 보면 청소 효과는 확실하다. 나는 가볍고 소음 없는 이 밀대를 집안에서 제일 자주 오가는 길목에 두고 수시로 바닥을 닦는다.


나에겐 일명 '밀대 루틴'이 있다.


1. 자기 직전 부직포를 새것으로 갈아 끼운다.

다음 날 종횡무진하며 활약할 밀대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청결한 잠옷으로 갈아입힌다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려나.


2. 다음 날 눈 뜨자마자 거실 양쪽 창문을 열고 밀대로 거실 바닥을 닦는다.

나는 보통 남편과 아이 모두 자고 있는 시간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밀대로 거실을 대충 슥슥 훑는다.

남편이 출근 준비하면서 분주히 움직이거나, 아이가 강아지와 논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골든 타임을 놓친다. 먼지는 밤 사이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바닥에 누운 먼지를 쓸어내야 한다.

1분 정도 왔다 갔다 하면 끝이다. 1분 움직임으로 아침잠이 달아나고,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할 동력도 생긴다.


매일 아침 회색으로 변한 부직포를 보면서 사람과 공간이 만들어 내는 일상 먼지 양에 새삼 놀란다. 우리 집에서 오래오래 활약해 주길 바라며 밀대 손잡이를 한번 쓰다듬고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먼지 한 번 닦아내고 버리는 부직포라고 해서 질을 무시하면 안 돼요. 생활용품 다 있는 모 매장에서 저렴한 청소용 부직포를 구입했는데 두껍고 신축성이 없어 갈아 끼우기가 매번 불편했어요.
매일 받는 잔잔한 스트레스, 무시하면 안 됩니다.
쌓이고 쌓여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니까요.
청소 용품의 질에 따라 사용자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걸 깨닫고 저는 매일 쓰는 물건은 만족도가 높은 걸 최우선 순위에 두기로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밀대와 같은 브랜드의 청소용 부직포를 쓰고 있는데, 먼지 흡착력, 두께, 신축성 모든 면에서 우수해서 애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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