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무엇인가가 영원히 지나가 버리고 있다.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 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이 시는 <<디 에센셜: 한강>>에 수록되어 있다.
먹어야 산다.
때맞춰 먹는 일은 시기 잘 맞춰 사는 일이다.
늦은 저녁에 넘기는 흰 공깃밥엔 서둘러 살아가는 목멤이 담겨있다.
밥시간이 지났다.
청춘이 흘러갔다.
두 눈 덮은 안경 위로 공깃밥의 김 서림 가득 찼다.
나를 닮은 노인을 앞세우고 지나가 버린 숱한 시간들.
유한한 세월 속에 상실이 쌓인다.
오늘도 밥을 먹었다.
흰 공깃밥에서 피어오른 김 서린 안경이 이내 가신다.
뜬금없이, 김훈이 끓여 먹던 라면이 생각났다.
그가 혼자 먹던 김밥, 짜장면, 칼국수, 육개장, 짬뽕, 가락국수가 먹고 싶었다.
그는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즐겨 탔다.
아직 미숙하던 스케이트보드도 탔다.
두 발로,
또 여러 가지 바퀴로 이 땅을 딛고 살았다.
한강도
김훈도
살아가는 일로 시간을 쓰는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때론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그 모습까지 똑같다.
먹고사는 일은 녹녹하지 않지만
땅을 밟고 살아있는 한,
모두 밥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