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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68

목사의 역습(명예훼손 재판) - 11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238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답 : 제 동기 목사님도 그 이야기를 한 걸로 봐서 노회에 알고 있는 목사님은 몇 분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판사라고 하더라도 버젓한 단독심을 진행할만한 판사였다. 추 목사는 판사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판사는 그가 계속해서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라는 모호한 말투를 쓰는 것에 두 번째 일침을 가하려던 참이었다. 법조인의 귀에 그 말은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주장하고 싶습니다.’라는 말과 똑같이 들린다는 것을 그 법정에 있던 추 목사만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판사가 그의 거짓 연기에 속아주는 척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찔러 물었다.


문 : 동기 목사라는 분이 누구인가요?


답 : 김 모 목사입니다. 기록에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 : 증인이 김 모 목사한테 이 사건 관련되어서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판사가 내가 다 알고 있다라는 식으로 푹 찌르듯 핵심을 찔러 물었다. 그러자 추 목사가 움찔하며 다시 어설픈 거짓 연기에 돌입했다.


답 : 그거는 저도 1년이 지나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하게는 지금 기억이 안 납니다. 제가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노회 쪽에서 ‘웬만하면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 얘기는 제가 기억이 납니다.


문 : 누구한테 그런 얘기를 들었나요?


답 : 동기 목사인 김 모 목사님, 그리고 반장 목사님에게도 ‘웬만하면 법적으로 해서 승소를 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니까 그냥 넘어가는 것이 어떻겠느냐?’이 정도 제가 기억이 납니다.


판사는 그렇게 특별한 사안에 대해 고소 당사자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돌리는 것에 어떤 의미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매일같이 형사법원에서 단독심을 하며 증인석에 올라서는 사람들을 살펴보게 되면 그가 최소한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진실이 아니면서도 어쨌든 우기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 구분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어설픈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거나 지금 추 목사처럼 앞뒤가 안 맞는 소리를 하다가 자신의 논리에 엉켜서 발이 걸려 넘어져 어버어버대는 사람들에 대한 진위여부는 판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그의 새로운 증언이 거슬렸다. 그의 증언은 마치 이제까지 기록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동기 목사를 끌어들이면서까지 여러 사람에게 이미 이러한 명예훼손성 발언들이 퍼져나갔다는 악의적 법률자문에 의거한 거짓말이기에 진위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강 변호사가 추가 질의에 나섰다.


문 : 반장 목사는 제삼자나 다른 목사한테 이 일에 대해서 얘기할 이유가 없다고 해서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 동기인 김 모 목사는 누구에게 그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하던가요?

되는대로 꾸며대서 급조한 인물에 대해 강 변호사가 이빨을 드러내며 콱 물어뜯겠다고 달려들자 추 목사가 당황했다. 자칫 현장에서 임기응변이랍시며 한 거짓말 때문에 덜미를 잡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배가되어 덮쳐왔다.


답 : 1년이 지나면서 저도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그 말에 판사가 피식 웃기고 전에 공판 검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쯤 되면 이미 거짓증언을 자신이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놓고 공개한 것이었다. 강 변호사는 쐐기를 박겠다는 눈빛으로 자칭 목회자라는 자의 거짓된 가식을 후벼 파는 질문을 던졌다.


문 : 김 모 목사에게 사실확인서나 누구에게 전해 들었는지 자료 같은 것을 통해 지금의 증언이 증명 가능한가요?


핵심을 찔려 당황한 것인지 추 목사가 마치 못 알아들은 것처럼 동문서답으로 그 궁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답 : 제가 사실 확인서 사인은 반장 목사님에게 받아서 제출했습니다.


이미 제출한 반장에게 요구했던 사실확인서는 지금의 증언에서 추궁받는 동기 목사에게 들었다는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이미 법조인들은 다 알고 있었다. 강 변호사는 결코 물어뜯겠다고 달려든 순간 그를 쉽게 놔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문 : 김 모 목사가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다는 그 사실을 확인할 자료를 구비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겁니다.

이 정도 상황이 되자 이제 추 목사는 대강 임기응변식으로 땜빵식 거짓말을 하던 행태에서 울상이 되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당황해하며 주춤주춤 더듬거리는 말투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겨우 끄집어내며 대답했다.


답 : 그 부분은 저도 지금 정확하게 어떻게 사실관계가 되는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아서 그 부분은 제가 자료를 제출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그 마지막 강 변호사의 일침으로 추 목사의 추악한 거짓말을 저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자신이 말한 내용을, 그리고 상대가 들었다는 내용을, 자신이 기억나지 않으니 증명할 수 없다는 황당한 거짓말 수준에도 닿지 않는 헛소리는 오히려 그의 고소를 성립시켜준 그 허술한 경찰과 도대체 얼마나 되는 금품과 향응이 오갔는지는 몰라도 기소까지 하며 벌금형을 때려 적당히 약식기소로 70만 원 정도 벌금을 때리며 내고 말겠지라는 식으로 넘어간 안일하기 그지없는 검사의 몫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리에 없었고 그저 하루에 처리해야 할 재판만 수십 건이 넘는 공판 검사만이 그 부끄러움을 그대로 안고 판사의 시선을 피하느라 그지없었다.


그렇게 블랙코미디인지 시트콤인지 모를 증인 심문이 끝나고 바로 판사가 강 변호사와 김 교수에게 말했다.

“오늘 이것으로 종결하도록 하지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최종으로 하시면 됩니다.”


강 변호사가 먼저 최종변론을 하겠다며 공판검사를 노려보며 일어섰다.


“오늘 증인 심문을 보셨겠지만 목회자라고 하는 이들이 이단 행위에 대해 어떤 부끄러움도 그것을 지탄해야 한다는 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도 경악스럽습니다. 피고는 저주의 기도를 당하고 목사라는 자가 자신의 돌이 갓 지난 아기를 들고 나와 던지려는 경악할만한 행동을 보고 그가 정말로 현역 목사가 맞는지 그리고 상식적으로 그가 정말 목사가 맞다면 해당 교단에서 그런 이단 행위와 말도 안 되는 상식을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해달라고 정중히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조사의 결과 사실이 맞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당연히 면직을 취할만한 일이 아니냐고 의견을 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명예훼손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법 이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선에서도 판단할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일들을 경찰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억지로 명예훼손이 성립된다고 검찰에 송치하였고 검찰에서는 제대로 된 사실조사조차 확인하지 않고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이게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에 맞는 행동들이었는지 저는 묻고 싶습니다. 오늘 소위 목회자라는 이들이, 게다가 고소인까지 나서서 어떻게 해서든 피고를 유죄로 만들려는 노력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증언을 하면 할수록 말을 하면 할수록 그것이 얼마나 엉성한 거짓말들로 만들어진 허술한 기소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판사님의 현명하신 판단을 기대하겠습니다.”


공판 검사는 약식기소를 정식 재판까지 청구하였으니 실형을 내려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기어코 입 밖으로 내뱉고야 말았다. 김 교수는 최종 변론에 섰을 때 강 변호사의 눈치를 봤다. 강 변호사가 이전 통화에서 자신과 대화를 할 때처럼 아무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길게 말하지 말 것과 사실을 나열하는 것으로 법조인들의 양심을 째고 그 안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되니 그저 억울하고 불쌍한 느낌을 줄 정도로 간략하게 최종변론을 하라는 조언이 생각나서였다.


할 말은 정말로 많았지만 김 교수는 강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짧고 굵게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왜 정작 아동학대라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고 그것을 밝히고 진실에 대해서 조사해달라고 교단에 전화했던 제가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아야만 하는지 저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앞서 변호사가 말한 ‘상식’이 정말로 통용되는 사회인지도 저는 이제 알 수가 없습니다. 목회자라는 자들이 자신들이 부끄러운 짓을 하고서도 버젓이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던 일반인을 처벌케 하기 위해 세 명이나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꼴을 보고서 대한민국에서 영향깨나 발휘한다는 저 교단이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지를지에 대해서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가 왜 굳이 국민참여재판까지 판사님께 요구하면서 이 재판을 공론화하고자 했는지를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판사님의 현명하신 판결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뜨거운 2021년의 여름은 끝이 났고, 3주가 지난 판결 전날 강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원래대로면 약식기소의 벌금형에 대한 정식 재판 청구니까 판결일에 안 나가셔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저는 결과를 직접 들으실 걸 추천드려요.”


“네? 그저 판결을 들으러 서울에서 수원까지요? 어차피 유죄로 그래도 나와도 항소할 것이고, 무죄로 나와도 검찰에서 기계적으로 항소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요?”


“맞아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1심에 무죄를 받으면 훨씬 마음 가볍잖아요. 게다가 이 건에 대해서는 증인 심문까지 다 해서 기계적인 항소를 한다고 해서 2심에 뭔가 결론이 바뀔만한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1심의 판결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강 변호사는 안 나올 생각인가요?”


“통상 판결일에 변호사는 나가지 않아요.”


“가능하면 나가고 싶은데 그날 학교 회의도 있고 해서요.”


“네. 일단 그러면 판결이 나오면 저도 조회해서 알려드리던가 할게요.”


그런데 판결일에 인터넷을 통해 사건의 결과를 검색하려고 하자 판결 선고가 미뤄졌다는 표기가 보였다. 이상한 생각에 재판부에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으니 재판부의 직원이 어이없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피고인이 판결일에 나오지 않아서 판결 선고가 2주일이나 미뤄졌습니다.”


“네? 피고인이 직접 판결일에 출두하지 않아도 된다고 변호인에게 들었는데요.”


“아닙니다.”


“이 건은 약식기소 벌금형의 사건이 정식 재판으로 청구된 건이라서 그렇다고 들었는데요?”


“아닙니다. 약식명령 재판부에서 판사가 재량권으로 재판에 청구된 건이라고 기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판결일에 출두하지 않으면 판결은 안됩니다.”


괜스레 괘씸죄라도 찍혀서 판결이 뒤바뀌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까지 들어서 강 변호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원인을 묻자 강 변호사가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보고 나서 진상을 파악하고 나서야 김 교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본래 검찰에서 약식기소로 넘긴 것에 대해 김 교수가 약식명령을 내리는 법원에 항의 전화를 했을 때, 그 내용이 약식명령을 판단하는 판사에게 보고가 올라갔고, 이건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때린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한 판사가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으로 넘겼다는 것이다.


문제는 본래 실형을 받아야 하는 자들에게 약식기소로 검찰에서 대강 넘겨주는 일들이 워낙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약식 명령을 청구하는 판사가 이건 도저히 벌금형으로 넘어갈 건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실형 여부를 다뤄야 한다고 판단하는 건에 대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는 반대 케이스와 구분을 따로 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처리하여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아니, 나는 판사가 이게 기소를 할 건이 아니었다고 판단해서 정식재판으로 넘긴 건데, 그게 벌금으로 눈감아주는 건과 달리 실형을 다퉈야 한다고 정식 재판을 청구하는 것과 형식이 같기 때문에 판결일에 반드시 나와야 하는 경우로 나눠졌다는 게,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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