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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Aug 08. 2024

마치, 친자매처럼, 엄마처럼

- S로 시작하는 Sharing(쉐어링: 나눔)

나눔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아끼는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기꺼이 내주는 것이다. 


나눔은 "하나를 둘 이상으로 가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나누다의 명사형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나눔의 종류에는,

인터넷 중고 사이트 등에서 물건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

물건뿐만 아니라 재능기부의 형태로도 자주 이루어짐.

리블로그(reblog) 버튼 등을 누를 수 있는 마이크로 블로그인 텀블러.

쿠폰. 

등등이 있다.(나무위키 검색 정리)




여태껏 나는, 내 것을 뚝 떼어 나누어주는 일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무엇을 두 개 이상 가지고 있으면 좀이 쑤신다. 

그래서 그것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기꺼이 준다.

또한 내게 필수적이지 않은 것은 가급적 필요한 이에게 나눠주었다. 


고작 나의 나눔은 그 정도였다. 

한평생 살아오면서 내가 받은 것과 나누어 준 것을 부등호로 표시한다면, 

나눠 줌〈 나눔 받음

이런 부등식이 된다. 


나눠준 것보다 나눔 받은 것이 절대적으로 많다. 

나눔을 '사랑의 빚'으로 환산한다면 나는 적자 인생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나눔을 많이 하며 살았던 사람은 흑자 인생인 셈이다.


12년 전, 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후부터 각양각색의 나눔을 받았다.

우리가 당한 고통은 인간이 참고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은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다가온 나눔이 그 한계 이상의 것을 채웠다. 

받은 나눔은 아픔을 줄여주는 묘한 힘이 있었다.

마취제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아픔을 순간순간 잊게 했고, 고통을 망각하게도 했다.

그래서 마냥 주저앉아 있지 않을 수 있었다. 

다가온 수많은 나눔은 우리 삶에 빛이었다.

칙칙한 터널 같았던 12년 동안, 우리는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가 어려움을 당하자 평소에 잘 지냈던 분들의 모습이 각양각색으로 드러났다.

몇몇 분은 우리에게 다가오기는커녕 오히려 소식을 끊었다. 

그분들은, 기가 막힌 우리의 상황에 할 말이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우리의 아픔을 함께 겪을 용기가 없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어려움을 당한 우리가 뭔가 잘못한 것 같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의 아픔에 공감했다.

이 일로 말미암아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됐다.

우리의 어려움을 알고 다가온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을 보면 지나치기보다 손을 내밀게 되는 모양이었다.


L사모님과 지낸 지는 꽤 오래됐다.

L사모님은 친자매처럼, 엄마처럼 우리와 동행하셨다. 

L사모님은 만날 때마다 애타는 마음으로 우리의 손을 잡아주셨다.  


누룽지를 끓이다가 흘린 눈물(L사모님의 나눔에 대한 에피소드)


'Α~Ω'(알파~오메가), 곳곳마다 있는 좋은 당신!(병약한 상황에서도 나눔을 놓지 않으시는 L사모님)




나는 올 2월에 교직에서 퇴임했다. 

그래서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에 L사모님 내외분과 인천대공원에서 만나고 있다. 

그분들이 먼저 그곳에 미리 텐트를 치고 야외 카페를 준비해 두시곤 하셨다. 

세상에 이 보다 멋진 카페가 있을까?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그늘 아래, 산새가 날아 앉는 곳이었다.

그 카페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지친 삶에 피로회복제와 같았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들른 것보다 좋았다.

[사모님이 챙겨 주신 먹거리: 한우 뭇국, 명란젓, 불고기, 닭갈비 등등]


그때마다 사모님은 꼼꼼하게 챙긴 먹거리를 전해주셨다. 

이번에도 잔뜩 챙겨 오셨다.

봉지마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깨알 같은 설명이 적혀 있었다. 


예전에 친정 엄마가 내게 반찬거리를 보내 주실 때 일일이 먹는 법을 메모해서 보내주셨다.

L사모님이 주신 먹거리를 보면 마치 엄마가 보내온 듯한 데자뷔 현상을 느끼곤 했다.


친자매나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인 듯하다.

이 많은 것을 준비하려면 하루 이틀에 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한 달 내내 지지고 볶으셨을 것 같다.

두둑하게 챙겨 주신 먹거리로 거뜬히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의 땀은 또 누군가에게는 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나도 퇴임을 했으니 집안 살림을 할 수 있다. 

오히려 내가 L사모님을 챙겨야 할 때다. 

왜냐하면 L사모님은 지금 항암 중이기 때문이다. 

비록 초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니 그 치료과정이 만만치 않다. 

항암제 후유증도 겪으신다.

투병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시는 모양이다. 

정신적으로 우울하고 지치실 것 같다. 


L사모님으로부터 배운 대로 나도 나의 땀과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며 살아야겠다.

이제 나도 힘닿는 대로 옆을 돌아보며 살겠다고 다짐해 본다.


나눔은 누군가에게 등불이 될 수 있다. 
절망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표시등'이 될 수 있다. 
기꺼이, 단 마음으로 나누는 삶이여!!!!


#나눔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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