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날, 점심 뭐 먹지?

by 작은콩





점심 뭐 먹지?




'오늘 점심을 뭘 먹느냐'는 고민은 급식 안내표를 교과서 대신 달달 외우는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에게도, 가정주부에게도 그리고 직업 없는 백수에게도 가장 중대한 매일의 고민 아닐까 싶다. 이것은 병원 가는 환자에게도 예외가 아닌데 아침 기상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사실 계획형 J는 전날 밤부터 고민한다.)


1. 우선 정확한 피검사를 위해 4시간 전엔 공복을 권하므로 공복으로 집을 나선다. 검사 후 배고프더라도 병원 밖으로 나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귀찮고 시간이 많이 드니 병원 내 식당에서 무난하게 먹을 것인가?


2. 병원 식당에서 먹는다면 한식, 중식, 분식, 양식 중 무엇을 선택할까?

염증을 줄이려면 부드러운 한식이 좋을 텐데, 오늘따라 밀가루가 먹고 싶어 고민된다. 떡볶이? 피자? 햄버거? 괜히 배고프니 정크푸드가 떠오르지만 그래도 그냥 된장찌개 먹어야 하나?


3. 병원 방문 시간이 오전인가, 오후인가? 오전엔 식당이 많이 문을 열지 않아 생각보다 먹을 것이 없고, 오후엔 식당에 사람이 많은 편이라 복잡하다. 종종 베스트 메뉴는 품절되기도 한다.










과거에서 벗어나 다시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일상의 힘


별 시답잖은 고민을 내내 머릿속에 띄우며 습관처럼 병원으로 향한다. 처음 이름도 모르던 생소한 희귀병을 진단받았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그 모든 절망과 좌절은 시간이 지나 일상에 묻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렇게 크고 무겁게 느껴지던 병도, 아무리 아픈 상처도, 일상이 되고 나면 어이없을 정도로 편안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끌려들어 가지 않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는 그것. 그게 바로 일상의 힘이었다.



점심 고민은 살면서 느끼는 '고민'류 중에 가장 즐겁게 느껴진다. 고민한 결과가 어쩌면 어제보다 더 맛있는 밥이 될 수도 있다는 묘한 기대감, 현재의 번뇌를 잊게 하는 나름의 중대성(일단 배가 고프면 다른 일을 못 한다), 잘 해결했을 때 느끼는 묘한 쾌감(아 오늘 밥 맛있었다!)까지! 그러니까 점심 고민을 우습게 생각하고 대충 넘기지 말아주면 좋겠다. 한국인은 밥심이라지 않던가.




근데... 그래서 오늘 점심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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