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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혁 Mar 21. 2023

내가 세상을 보는 방법

일곱 번째 이야기

아르헨티나에서 육로로 넘어온 이과수에서 시작한 브라질은 대자연이 펼쳐진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특히 넘치도록 흘러 내려오는 물이 절벽 아래로 비상하며 폭포가 되는 광경은 비산하는 물이 내 옷을 다 적시는지도 모르는 채 가만히 서서 빠져들게 만들었다. 비록 잠깐 테이블에 올려 둔 제로 콜라를 코아티가 이빨로 물어뜯는 바람에 콜라 한 개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리우에서는 이틀이면 충분하겠지? 브라질은 위험하니까.’ 도착 날을 포함해 리우에서의 일정을 고작 이틀만 잡은 이유였다. 멕시코에 살면서 뉴스로만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대뜸 멕시코 욕을 하는 건 싫어했으면서 나도 모르는 새 편견을 갖고 브라질을 판단했다. 위험하다는 정도가 너무 심하기도 한 탓에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알아볼 생각도 없었고, 코파카바나 해변과 셀라론 계단은 소매치기가 심하다는 말에 영상을 찍을 생각도 안 했었다. 내가 생각하는 브라질은 그랬다. 회색 도시 그 자체였다. 숙소에서 나가지 말고 이틀 동안 영상 편집을 하는 게 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여행을 하겠다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꼭 그러라는 법은 없듯 도착하자마자 찾아 간 Pan de azúcar,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일명 ‘빵산’에서 해가 떨어지는 순간 보이는 리우의 전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리우데자네이루가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린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치안이 안 좋다는 핑계로 도시를 둘러보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두 팔을 벌리고 산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예수상을 보러 갔고, 오후에는 칠레의 예술가 호르헤 셀라론이 60개국에서 받은, 2000개 넘는 타일로 만든 셀라론 계단을, 저녁에는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비치볼을 즐기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저녁을 먹었다.


브라질의 전체적인 모습은 내가 살던 멕시코와 관광지만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았다. 브라질이 멕시코와 다르다고 생각한 건 그저 내가 가진 편견일 뿐이었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색안경을 맞춘다. 이를테면 한번 사람에게 크게 데인 적이 있는 사람은 다시 사람을 만날 때 색안경을 끼게 될 거고, 혹여나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전과 비슷한 색으로 보인다면 그도 그럴 것이라며 조금도 알아가기 전에 함부로 본인만의 색으로 분류한다. 


만약 당신은 누군가를 멋대로 빨간색으로 분류했지만 알고 보니 그는 빨강의 보색인 녹색이었을 경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순식간의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를 녹색으로 바꿀 것인가? 아마 당신은 색을 한 바퀴 돌려 그를 다시 녹색으로 분류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그를 더 알아보기 위해 아무 색이나 골라 섞다 결국 검정으로 분류하고 말 것이다.


편견은 ‘내가 저 부류는 경험해 봐서 아는데-’라는 추측으로 시작해, 소문만 듣고는 ’내가 그럴 줄 알았어.‘로 끝난다. 직접 경험을 통한 자기 판단이 아닌 간접 경험을 통한 추측성 판단으로 끝나는 경우를 말한다.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닌 간접 경험만 쌓이는 건 엉뚱한 색들이 조화롭지 못하게 섞이다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검정 색안경을 끼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자각하지 않고 쌓여가는 편견이 무섭다.


가끔은 내가 가진 색안경이 몇 개쯤 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겠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이 있듯. 한번 경험한 안 좋은 일로 좋았던 경험마저 검정으로 물들이는 실수를 범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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