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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된 나

250501 조카 탄생

by 피연

언니가 결혼을 한 것도 임신을 한 것도 너무 믿기지 않는 일들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언니의 딸내미가 태어났다. 태몽을 내가 꿨는데, 웬 하얗고 볼이 빵빵한 찹쌀떡 같은 여자 아이가 앉아있어서 뭐 저렇게 예쁜 애기가 있나 싶어 하며 귀여워하다가 깼었다. 그래서 이후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나는 딸일 거라고 확신했었다. 갓 태어난 사진을 받았는데 그 꿈에서 본 것 같은 하얀 아이가 있더라. 언니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놀랐다.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걸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아직 실제로 못 보고 사진이랑 짧은 영상으로만 봤는데도 그랬다.


출산이라니.. 너무 상상도 안된다. 지금 한참 회복 중인 언니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진다. 걱정도 된다. 얼마나 아플까.. 사람 한 명이 태어나는 건 이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구나. 우리 모두가 이런 시기를 거쳐서 태어났다니. 그리고 다시금 나는 저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너무 싱숭생숭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아가야 네가 태어났을 때 이모는 아직도 대학생이었단다. (ㅋㅋ) 뱃속에서 건강하게 잘 커서 3.6kg에 우렁찬 울음소리로 세상에 나온 걸 축하해. 이모가 돈 열심히 벌어서 맛있는 거 사주고 용돈도 주고 맨날 놀아줄게 !!


마음껏 보살펴주고 돌봐줄 수 있는 존재가 태어났다는 게 너무 축복이고 기쁜 일이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내 나이만 생각났었는데 이젠 조카가 몇 살인지 매년 카운트가 되면서 아기가 점점 커가는 걸 보게 되겠지. 잘해줘야지. 전화하면 이모 바꿔달라고 옆에서 보채는 조카로 컸으면 좋겠다.


처음 사랑이란 걸 해봤을 때도 그랬다. 지금껏 살아온 내가 너무 부끄러워지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자꾸 노력하고 싶은 마음. 회개하듯 귀하게 살며 착해져서 더 베풀고 싶어지고 이런 행복을 느낄 자격이 있는지 황홀해하며 매일을 멍하게 보내게 되는 일. 이런 아름다운 마음도 노력 없이는 언젠가 시들어버리는데 가족은 그렇지 않으니까. 기쁜 날이다. 봄처럼 찾아온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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