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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Jun 09. 2024

애 수

9화

은정과 선우가 앉아있는 거실.

 

“잠깐만요 은정 씨. 그 부분에서 궁금했어요. 지어낸 이야기인가요?”

선우가 은정의 이야기를 듣느라 식어버린 찻잔을 내려놓으며 질문을 했다.

“글쎄요... 어떤 거 같아요?”

“저는 픽션이 추가된 것이라 생각하고 원고를 읽었어요. 흔치않은 상황이라서 물어보는 거예요.”

은정이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갔다. 

“차가 식었는데 다른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저는 와인을 한잔해야겠어요.”

“은정 씨 술 마셔도 괜찮아요?”

“와인 한잔 정도는 괜찮아요. 지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술 생각이 나네요.”

“그럼 저도 같은 걸로 할게요.”

은정이 냉장고에서 화이트 와인 한 병과 선반에 있는 두꺼운 종이로 된 사각 트레이를 꺼내어 들고 왔다. 

“봉봉 초콜릿이에요.”

은정이 사각 트레이를 열자 각양각색의 초콜릿이 들어있었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토핑과 견과류가 박힌 모양이 꽤나 먹음직스러운 모양이었다. 은정이 그중에 아몬드가 박힌 초콜릿을 집어 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바로 아몬드 봉봉이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이죠.”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깝네요. 그런 초콜릿은 잡지 속 사진에서 보거나, 가게 진열장 속에 있는 것 만 봤어요.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받거나 제 돈으로 직접 사 먹어 본 적이 없어요,”

은정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아몬드 봉봉을 베어 물고 선우에게 질문을 했다.

“편집장님 와인은 어떠세요? 입에 맞으세요?”

“네 무겁지 않네요. 게다가 달콤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고 적당한 게... 이름이 뭐예요?”

“피스 포르테에요. 독일산 백포도주.”

“처음 맛보는 건데 심플하고 향긋한 게 좋네요. 그런데 와인이랑 곁들이기엔 초콜릿보다 과일이나 치즈가 어울리지 않나요?”

“맞아요 그런데 저는 초콜릿이 입에 맞더라구요.”

선우가 사각 트레이 안에 있는 초콜릿 한 개를 가져와 한입에 넣고 어금니로 씹자마자 상큼한 오렌지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의 탄성이 새어 나왔다.

“와아! 봉봉 초콜릿이 화이트 와인과 왜 어울리는지 알 것 같아요. 과일 과즙이 와인과 너무 잘 어울리네요.”

“부모님이 가끔 드시던 와인과 초콜릿이에요. 이제는 제가 맛을 알아버렸지만.”

은정이 선우의 잔에 와인을 따르자, 선우가 두 손을 맞잡고 팔꿈치를 무릎에 올려 둔 채 질문을 했다. 

“아직 대답을 안 해주셨어요. 아버님 친구분에 대해서요.”

“편집장님 생각을 말해보세요. 픽션일까요?”

“질문에 답이 녹아 있네요. 믿기지 않지만 사실인가 봐요.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물어보시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은정이 들고 있던 둥그런 와인 잔 받침대를 잡고 빙글빙글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반은 맞고 반은 저도 몰라요. 제가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들은 것과 느낀 것도 존재하니까요. 기명이 아저씨 이야기는 어머니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도 궁금해서 여쭤본 적이 있었는데 대답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저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어요.”

“왜요? 궁금하지 않았어요?”

은정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간결하지만 묵직한 대답을 한숨을 쉬듯 뱉어 냈다.

“때로는 모르는 채 그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울 때가 있지 않을까요?”

“음 그런가요?”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고 전부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실 기명이 아저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모두 들은 이야기이고 거기에 제가 느낀 걸 쓴 거죠. 핵심은 그 아저씨가 존재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가 중요하니까요.”

선우가 은정이 바라보는 창밖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은정에게 말했다.

“그럼 계속해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까요?”

선우의 요청에 은정은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여전히 창밖을 바라본 채 눕듯이 소파에 기댔다. 시간은 어느덧 정오가 되어 해가 높이 떠있었고, 잔에 담긴 와인은 햇살을 받아서 옅은 노란 빛깔의 옐로우 시트린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은정의 옆에는 커다란 곰 인형이 여전히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다. 

 

 

초겨울 어느 날.

찬혁은 퇴근 후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집 앞에 주차한 뒤 은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미 몰래 무언가 작정을 한 듯 들뜬 기분에 연신 싱글벙글하며, 몰래 잠복한 스파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차 안에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러기를 삼십여 분쯤 지났을까 저만치 걸어오는 은미를 발견하고 찬혁은 들킬 새라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몇 분이 흐른 뒤 은미가 지나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드는 순간 찬혁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안 들어오고 뭐해!”

찬혁의 날렵한 몸짓에도 불구하고 은미는 이미 눈치를 채고는, 조수석 밖 유리창에 얼굴을 가까이 댄 채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 깜짝이야. 들켜버렸네.”

“흥 내가 이런 장난에 속아 넘어갈 거 같아?”

“에이 재미없게.. 좀 속아주지.”

“늦었는데 어서 들어와서 밥 먹어.”

“어디 갔다 와?”

“시장 가서 반찬거리 좀 사 왔어. 들어가자.”

은미가 검은색 비닐봉지를 흔들며 앞장섰다. 그러나 찬혁이 쫓아오는 기색이 안 보이자 뒤를 돌아보았다. 

“자 이놈 봐라. 저번에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거 부러워하길래 내가 큰맘 먹고 사 왔어.

찬혁이 자신의 얼굴이 가려질 만큼 커다란 곰 인형을 들고 서있는 모습을 보고, 은미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며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뭐야... 언제 사 온 거야.”

“자 이 리본 봐라! 좀 닭살이긴 해도, 내 마음이야.”

“이그 돈 아깝게 뭐 하러 샀어. 얼마 줬는데?”

은미의 말을 듣고 찬혁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정말 이러기야?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주면 안 돼? 분위기 깨지게.”

“고맙지 고맙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꽤 비쌀 텐데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걸...”

“쳇 정말 김새네.”

찬혁은 어린아이가 심퉁이 난 것처럼 은미에게 곰 인형을 던지듯 안기고 돌아섰다. 은미가 곰 인형 목에 달린 리본에 적힌 글을 읽었다.

[언제나 곁에서 지켜줄게. 사랑해]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은미의 입가에는 기쁨에 겨운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퉁퉁거리며 앞서 걸어가는 찬혁을 불렀다.

“봉봉아 같이 가자. 나 무거워.”

은미의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심드렁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표정을 한 찬혁이 뒤돌아서서 은미가 들고 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받아들었고, 은미는 곰 인형을 꼬옥 끌어안은 채 신나는 발걸음으로 찬혁의 뒤를 따라갔다.

 

그해 겨울, 두 사람은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때문에 걱정을 하는 상황이었지만, 찬혁의 직장 생활도 큰 어려움 없이 지냈고 은미 역시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두 사람의 관계도 나름대로 순조로운 상태였지만, 마음속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서 생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편할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고, 찬혁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부업이나 투잡 그리고 SNS 등을 통해서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결국 늦은 나이지만 공부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자기개발에 목표를 두고 근무 중 틈틈이 시간이 나는 대로 휴식시간에 독서도 하고 퇴근 후에는 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들로 인해서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는 줄어들었고, 결국 오해가 쌓이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직장 생활에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이질감으로 시작된 분위기가 오해까지로 발전하면서 찬혁은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 소규모 회사에서 강조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는 대부분이 지인들로 구성이 되어있거나, 관리자나 사장에게 아부하는 분위기였는데 그렇지 못한 찬혁은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올게 오고야 말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에 공장 한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었던 찬혁에게 공무를 담당하던 박 차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박주임님 점심시간에 미안해요.”

예상치 못한 박차장의 전화에 찬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읽고 있었던 책을 덮었다.

“네 무슨 일이신데요?”

“잠시 회의실로 오시겠어요? 면담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면담이요? 어떤....”

“얼굴을 보면서 말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네... 지금 갈까요?”

“네 그래주시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찬혁은 전화를 끊자마자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 들어서 동료들의 냉담한 분위기와 자신을 빼고 회식을 하는 등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 자신이 없는 회식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찬혁은 이런저런 불안한 생각을 떠올리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직사각형 모양의 긴 회의용 테이블의 상석에는 메모할 준비가 된 볼펜과 다이어리 옆에 믹스커피가 든 종이컵 한 개 그리고, 다른 종이컵 한 개는 찬혁의 자리로 지정된 듯 보이는 곳에 놓여 있었다. 찬혁이 자리에 앉자마자 박차장은 다소 경직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박 주임님 입사하신지 얼마나 됐죠?”

“6개월째 됐습니다.”

박 차장이 잠시 생각이 잠긴 듯이 고개를 숙인 채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적은 뒤, 이내 결심한 듯 말을 꺼냈다.

“박 주임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순간 찬혁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이 회사에서 일하기에 뭔가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느낌이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네 말씀 하세요.”

“근로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할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찬혁의 반응에 박차장은 다이어리 안에 접어둔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찬혁에게 내밀었다.

“지금 연봉에서 좀 깎아야 할 것 같아요.”

찬혁이 종이 안에 내용을 살펴보니 지금보다 10퍼센트나 깎인 금액이 적혀 있었던 것이었다. 찬혁은 종이에 적힌 연봉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왜요? 무슨 이유 때문이죠?”

“이유를 모르시겠어요? 잘 아시리라 생각하는데요.”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이미 연봉 계약은 연말에 끝났는데 이제 와서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무작정 연봉을 깎는다니요? 게다가 10퍼센트나...”

박차장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홀짝 마시고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찬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직원들이 박주임님과 같이 일하기 힘들어해요. 사장님도 동의하신 거구요.”

“어이가 없네요.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단지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연봉을 깎는 게 말이 됩니까?”

찬혁이 지지 않고 대꾸하자 박차장의 언성이 높아졌다.

“사장님이 연봉 조정을 인정하지 않으신다면 그만두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하시겠어요?”

“인정 못합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만두라는 겁니까. 연봉을 조정하든 해고를 하시든 정당한 이유를 대 보시라 구요.”

“직원들이 지금 박주임님 보고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경력으로 뽑았는데 하는 일도 느리고, 같이 어울리지도 않아서 불편하다고 합니다.”

찬혁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자신을 빼고 회식을 하면서 입을 맞추었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했다.

“그런 건 각자 주관적인 주장이고 판단이죠. 제가 감봉을 당하거나 해고를 당할 만큼, 회사에 불이익을 줬다거나 피해를 입힌 증거를 대보시라고요.” 

“박주임 한 사람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다운되고 생산량에 지장을 준 것 자체가 피해를 준거라고요.”

“담배를 끊으려고 쉬는 시간에 못 어울리고, 술을 자제하려고 회식에 참가 못한 것이 분위기를 다운시켰다는 건 억지죠. 그럼 술 담배 안 하는 사람은 직장 생활도 하지 말라는 겁니까?”

박차장은 물러서지 않는 찬혁의 태도에 신경질적으로 다이어리를 덮으며 일갈했다.

“더 이상 말하기 싫어요! 대화가 안 되네요. 새로운 계약서에 사인을 하시던지 그만두던지 선택하세요. 만일 거부한다면 뒷일은 책임 안 집니다. 알아서 하세요. 그 대신 금형 교체 시간이 30분 이상 걸리면 그만큼 급여에서 공제할 테니 그렇게 아세요.”

찬혁은 분노를 넘어서 억울하고 기가 막혔다. 이것은 횡포이며 갑질이었다. 금형 교체는 빠른 시간에 해야 하는 것이 맞는 말이지만 사출기계마다 특성이 다르고, 금형마다 크기도 다르거니와 혼자서 작업을 하기에 시간을 정해놓고 작업하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저는 이미 연말에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그 계약서대로 일을 할 겁니다. 만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감봉을 하시거나 업무를 방해하시면 노동부에 신고하겠습니다. 괴롭힘 방지법도 잘 아실 겁니다.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서로 피곤하게 뭐 하는 짓이에요? 다들 같이 일하기 싫어하는데 굳이 그렇게 혼자 잘난 척 생활하는 게 맞다 고 생각 하는 거예요?”

“이제야 솔직한 속마음이 나오시니 저도 한 말씀 드리죠. 하루를 살면서 그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노력도 안 하고, 퇴근 후 매일 술 마실 생각만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은 것뿐인데 그게 잘못입니까? 그렇다고 제가 직원들에게 뭐라고 지적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난 나대로 할 일만 했습니다.”

“박주임님 혼자 그렇게 잘나셨어요?

“아니요. 잘난 게 없으니까 늦었지만 노력이라도 해보는 겁니다. 차장님의 친구인 이주임님 처럼 친구가 관리자니까 그거 믿고, 뒤에서 직원들끼리 편 가르는 사람 안되려구요. 됐습니까?”

“저는 전달할 말 다 했어요. 알아서 하세요.”

찬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공장 뒤편으로 갔다.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담배를 꺼내는 오른손이 알코올 중독자처럼 바르르 떨렸다. 얼굴은 소주를 몇 병 들이 킨 사람처럼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눈은 빠질 듯이 아팠고 몹시 충혈되어 있었다. 가까스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켜 마신 후 뱉어낸 담배연기는, 깊은 한숨 때문에 길고 빠르게 공중으로 흩어졌다. 

찬혁은 억울함과 분한 마음이 극에 달하자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공장 안에는 점심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작업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고, 듣지 않고도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 찬혁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점심시간 끝났는데 뭐 하고 있어?”

찬혁이 점심시간이 끝나도 일할 준비를 하지 않자 팀장이 호통을 친 것이다. 이유를 알고 있었던 팀장이었지만 이미 배려조차 없는 관계였던 것이다. 팀장의 호통에 찬혁은 쳐다보지도 않고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평소 같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문제가 될 일을 만들지 않는 찬혁이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은미야... 내가 또 미안하게 될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찬혁은 그 어느 때보다 은미가 보고 싶어졌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찬혁이었다. 결국 씁쓸한 마음을 억누르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같은 심정으로 작업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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