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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Jun 02. 2024

애 수

8화

찬혁이 첫 번째 사출공장을 그만두고 경력을 인정받아서 옮긴 직장도 같은 사출공장이었다.

첫 번째 공장보다는 규모도 크고 직원들도 많은 대기업 1차 밴더였다. 하지만 세상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이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텃세 같은 것이었는데 따돌림은 일상이었고, 심지어는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 인간미 없는 삭막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6개월을 버티며 일을 했지만 7개월째 접어들면서 실적이 좋지 않자 계약직을 먼저 정리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그 범위 안에 찬혁이 포함되어 권고사직을 당하고 말았다. 한 회사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면접을 보러 다니는 일이 생기자 두 사람의 관계도 점점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찬혁은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서 집에 있는 동안에도 가시방석이었기에 되도록 빨리 안정된 직장을 찾아다녔고, 가까스로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공장에 입사하게 되었다. 첫 번째만큼이나 규모는 작았으나 면접을 보면서 느낀 사람들의 분위기는 꽤나 가족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기에 찬혁은 괜찮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어느덧 계절은 여름을 지나서 짙은 가을의 향기를 품은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부터 출근하기로 했어?”

미소가 사라진 은미의 얼굴에서 찬혁에 대한 실망감을 읽을 수 있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잘됐네.”

은미는 찬혁의 희소식에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은미의 마음에는 또다시 얼마가지 않아서 그만두었다거나, 잘렸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찬혁 역시 그런 은미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지만, 내심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못난 남편이지만 경제적인 무능력함에는 어쩔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도 미워지고, 말 한마디라도 응원해주지 못하는 은미도 원망스러웠던 것이다.

“자기야.”

“왜?”

“내가 부족한 건 아는데 그래도 날 좀 봐주면 안 돼?”

찬혁의 말에 은미가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찬혁을 바라봤다.

“내가 자기한테 뭐라고 했어?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러니까 그... 아무 말이... 그게 더 슬프다.”

“그게 무슨 말이야? 슬프다니 내가 뭘 어쨌다고.”

“그저 힘내라고... 빈말이라도 좋으니 괜찮다고 그런 얘기를...”

찬혁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웠던 것이다. 은미는 찬혁을 바라보며 힘겨운 듯 말을 꺼냈다.

“나도 알아. 자기가 힘든 거... 그런데 자기야 우리 나이를 생각해야 돼. 이제 우리도 오십 대야. 우린 가진 재산도 없고, 여기 집도 한 부모 혜택이 끝나서 이사 가야 해. 그런데 입사하고 얼마못가서 힘들다고 그만두면 어떻게 해. 자기도 힘들겠지만 다들 그렇게 힘들게 직장 생활하는 거야. 어쩌겠어 다른 도리가 없잖아.”

“그래 맞아... 그렇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그리고 그만두거나 잘렸어도 한 두 달을 논 것도 아니고 일주일 안에 빨리 알아보고 바로 일을 하잖아. 난 단지 자기가 나한테...”

찬혁의 말도 일리는 있었지만 별일도 아닌 것 가지고 따지는 찬혁이 못마땅했던 은미의 감정이 드디어 폭발했다.

“난 힘든 일이 없는 거 같아? 그러는 자기는 나한테 한 번이라도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기라도 한적 있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투정인데?”

찬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은미보다 남자로서 또 남편으로서 당당하게 말 한마디도 못하는 못난 자신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알았어 미안해. 그만하자.”

찬혁은 은미의 어깨를 다독이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찬혁은 옥상 위에 앉아서 집집마다 켜져 있는 불빛을 바라보며 연신 담배를 피우고 또 피워댔고, 거실에서 혼자 앉아있던 은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음날.

찬혁이 출근하고 은미는 집에서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귀에는 헤드셋을 끼고 커피 한잔을 준비해서 책상에 놓았다. 오늘도 무사히 고객을 응대하길 바라며 마음을 추스르고 모니터를 켰다. 늘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소위 말하는 진상들이 오늘만큼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후가 되었을 즈음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거기 XX도어록 AS센터 맞아?”

처음부터 반말이 나오자 은미는 불안감을 느꼈다.

“네 맞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아니 물건을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어야지 집에 못 들어가게 엉터리로 만들면 어떻게 해?”

“아 네 도어록에 문제가 있으신가요?”

“문제가 있으니까 전화했지! 내가 시간이 남아돌아서 전화한 줄 알아?”

상대가 반말에 언성까지 높여서 대꾸하자 은미도 참을 수가 없었다.

“고객님 화부터 내지 마시고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주세요.”

“아니 이봐 내가 지금 화가 안 나게 생겼어? 구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멀쩡하던 게 고장이 나서 집에 못 들어가는데!”

“고객님 그러니까요. 어떻게 문제가 생긴 건지....”

“아 됐고. 사장 나오라고 해. 당신 말고 높은 사람 말이야!”

“고객님 일단 진정하시고요. 혹시 언제 구매하신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얼마 안 됐다니까 같은 말 자꾸 반복하게 만드네 짜증 나게.”

“그러니까 그게 언제...”

“야! 너 지금 나가지고 말장난하냐? 사장 바꾸라고!”

그 순간 은미는 당혹스러움과 서러움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하는 수없이 직원들 단체 톡방에 도움을 요청했다.

[팀장님 저 좀 도와주세요. 막무가내로 높은 사람만 찾아요]

[내용은? 무슨 내용인지도 몰라요?]

[그냥 반말에 고함지르면서 높은 사람만 찾아요]

[알았어요. 일단 내가 처리할게요 넘기세요]

[네 감사합니다]

은미는 잠시 헤드셋을 벗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심심찮게 당하는 스트레스지만 오늘은 무척이나 참기 힘들었다. 허약체질인 은미는 몸을 쓰면서 하는 일은 도저히 감당이 안되었기에 최저임금 수준인 텔레마케터 일을 하게 되었고, 그나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데 이일도 정신적으로 점점 힘들어지자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언니 괜찮아요?]

[응 괜찮아]

[힘들면 잠깐 쉬어요. 내가 땡겨 받을게요]

[아니야 콜수 적으면 눈치 보여]

[알았어요 그럼 언니꺼 만 받아요. 욕심내서 땡겨 받지 말고. 알았죠?]

[그래 고마워]

힘들 때 늘 옆에서 도와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은미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에게 걸려오는 전화 말고도 다른 사람이 상담할 때 대기하고 있는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것이 땡겨 받는다 라는 은어였다. 대부분 상담사들은 할당량이 있는데 할당량 이상으로 그렇게 땡겨받게 되면 한 달 동안의 통계를 합산해서 순위를 매기고 1등 2등 3등에게는 부상을 주기도 하는데, 은미는 늘 상위권이었다. 성격도 부지런한 게 한몫을 했지만, 부상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나 상품권 등이 꽤나 돈이 되는 것들이기에 힘들어도 땡겨 받는 일을 포기하긴 힘들었던 것이다. 일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시간이 다될 무렵 찬혁의 전화가 왔다.      

“자기야 오늘도 수고했어.”

“응 자기도 고생했어. “

“오늘 시간 돼?”

“왜? 무슨 일 있어?”

“기명이가 한잔하자고 전화 왔어.”

“그래 알았어 마시고와.”

“아니 자기랑 같이 나오라는데?”

“나? 난 왜?”

“그건 모르겠고 같이 나오라고 막 고집을 부리더라.”

“글쎄 난 별로 내키지 않는데...”

“기명이도 그렇지만 우리도 밖에서 외식한 지 좀 됐고... 별일 없으면 나와.”

“그래 알았어.”

은미는 항상 무슨 문제가 생길만하면 연락을 해서 만나자는 기명이가 고맙기도 했지만, 내심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부부간의 일을 시시콜콜 참견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으며, 한편으로는 찬혁이 기명이에게 두 사람만의 일들을 말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저녁시간 세 사람이 모인 술자리.

입맛이 까다롭다는 이유 때문에 메뉴는 은미가 결정했고, 결국 선택된 곳이 해물탕 전문점이 됐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에는 만석에 가까운 손님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세 사람이 있는 테이블만은 여기저기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달랐다. 먹음직스러운 해물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지만, 세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선 듯 국자를 들고 음식을 가져가지 않았다.

“뭐야? 이 사람들이 말이야 음식을 앞에 두고 제사 지내는 거야?”

무표정한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기명이가 핀잔 섞인 말투로 분위기를 바꾸려 애쓰고 있었다.  

“눈치는 챘지만 또 부부싸움 한 거야?

“쓰잘데 없는 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따라봐.”

기명이가 은미와 찬혁의 표정을 두루 살피며 찬혁이 내민 술잔에 술을 따랐다.

“뭐 살다 보면 싸움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런데 두 사람만큼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기명이의 의미심장한 말에 찬혁이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우리 두 사람이 뭐? 우리는 다른 사람하고 다르다던?”

“암 다르지... 달라야지.”

기명이의 단호함에 은미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명이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말이야... 그 뭐랄까 운명적인 만남 아니야?”

뭔가 특별한 대답이라도 나오는 줄 알고 귀를 기울였던 찬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기명이에게 핀잔을 준다.

“야 임마 식상하다. 거창하게 운명적인 만남은 무슨... 그렇게 따지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잖아.”

찬혁의 반응에 기명이의 얼굴이 평소답지 않게 굳어진다. 그러고는 손에 든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가볍게 듣지 마. 두 사람은 다르다고! 그러니 후회할 짓 하지 말라고!”

지금까지 기명이를 만난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표정과 말투에서, 찬혁은 생소함을 넘어서 묘한 두려움까지 느꼈다. 게다가 그 말 그대로 인정하지 않거나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강력한 힘이 담긴 메시지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뭐야 너답지 않게 왜 그래?”

“그러게 기명 씨 무섭다.”

두 사람이 당황하며 놀란 표정을 보이자, 기명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처럼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얼렁뚱땅 얼버무리는 말로 대꾸했다.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짜슥아 형아가 잘하라할 때 말 들으라는 소리지 알간?”

“지랄하네 똥폼 잡지 말고 술이나 마셔.”

“친구야.”

“왜?”

기명이가 찬혁과 은미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을 이어간다. 그런 기명이의 얼굴은 미소는 짓고 있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다소 진지함이 깃든 표정이었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후회를 하지. 게다가 지금 이 순간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모르거든.”

“갑자기 무슨 개똥철학자 같은 소리야?”

“그래 개똥이든 소똥이든 하여간 잘 들어둬라. 그러고, 두 사람은 각자에게 소중한 존재란 것을 잊지 말고.”

“얼씨구 점점?”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한 말이 기억날 때가 있을 거야.”

“너 뭐 잘못 먹었냐? 오늘따라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자빠졌네.” 

은미는 찬혁과 기명이의 대화를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러고는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래요 우리 요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요. 하지만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기명 씨.”

“그래요 저도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길 바래요. 꼭 그래야 해요. 꼭.”

“알았어요. 제 술 한잔 받아요.”

은미가 술을 따르며 기명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은미는 불현듯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기명이의 눈빛에는 마치 한겨울 너른 들판에 아득히 눈이 내리는 듯한 공허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그리움 그 어디쯤의 무엇이었다.

“기명 씨...”

은미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서 뭔가 느낌을 눈치챈 기명이가 재빨리 오른쪽 검지를 곧게 뻗어서 입으로 가져가며 눈을 살며시 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쉿.”

찬혁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두리번거리며 쳐다보았다.

“놀라지 말아요. 렌즈 때문이에요.”

“렌즈? 너 렌즈 꼈어?”

찬혁이 황당한 모습으로 기명이를 바라보자 기명이가 얼버무리며 대꾸했다.

“은미 씨가 내 눈이 멋있다고 생각했나 봐. 패션렌즈 때문인데... 하하하.”

“별 희한한... 남자 놈이 무슨 패션렌즈냐? 싱겁기는...”

“어쨌든 둘은 싸우지 말고 서로 잘 챙겨주고 잘 살아야 해. 알았지?”

“어이구 오지랖이 하늘을 찌르네. 그만 까불고 술이나 마셔.”

“그래 자자 한잔씩들 하자구.”

찬혁과 기명이는 건배를 한 후 각자 술잔을 기울였지만, 은미만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술잔을 든 채 기명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셨어요? 어디 갔다 와?”

기명이와 헤어진 후 집으로 들어온 두 사람을 은정이가 맞이해 줬다.

“아저씨 친구 만나고 왔어. 저녁은 먹었어?”

“응 밖에서 대충 먹었어.”

찬혁이 미소를 지으며 은정이에게 검정 비닐봉투를 건넸다.

“자 은정아 오다가 네 생각나서 사 왔다.”

검정 비닐봉투에는 붕어빵이 담겨 있었다. 은정이가 봉투를 받아 들고 내용물을 보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내려놓았다. 

“저는 붕어빵 별로 안 좋아해요.”     

그 모습을 본 은미가 은정이를 나무랐다.

“이 기집애가 생각해서 사 오면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엄만 난 내 취향도 말 못 해?”

“굳이 그렇게 말하는 건 뭐니? 먹기 싫으면 먹지 마!”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왜 나한테 승질이야?”

뾰루퉁해진 은정이가 투덜대며 방으로 들어가자 찬혁이가 은미를 다독인다.

“자기야 그만해. 왜 그래 먹기 싫을 수도 있지.”

“자기가 다가가려 노력하는 거 알면서 쌀쌀맞게 구니까 하는 소리지...”

“자기가 좀 예민한 거 같다. 그만하고 들어가서 쉬어.”

은미가 비닐봉투를 집어 들고 붕어빵을 찬혁에게 건네며 말을 했다.

“자기는 못 느꼈어?

“무슨?”

은미가 붕어빵을 한입 베어 물고 눈은 가늘게 뜨고는 입을 씰룩거린다.

“기명 씨 말이야. 오늘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

“그래? 뭐가 어땠는데?”

은미가 머리 부분이 없어진 붕어빵의 꼬리를 잡고 까딱까딱 흔들며 마치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팔짱을 낀 채 이어 말했다.

“내가 술을 따를 때 말이야 이상하게도... 사람 같지 않았어.”

“사람 같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음... 글쎄 잘은 모르지만 뭐랄까 마치....”

“......”

“아 뭐라고 표현하긴 힘든데 하여튼 묘했어.”

“뭐야 싱겁게.”

찬혁이 어이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은미가 찬혁의 등뒤로 혼잣말을 했다.

“신비로운 존재 같았어.”

찬혁이 돌아서서 의아한 표정으로 은미를 바라보았다.

“신비로운 존재?”

“그래 무섭다 라기보다는 알 수 없는 슬픔과 아련함이 느껴졌고,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 보였어.”

찬혁이 은미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잡았다.

“우리 봉봉이가 요즘 많이 피곤했구나. 그동안 회사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가 보다.”

“내가 잘못 본 걸까?”

“그래 그런 거야. 기명이가 무슨 천사라도 될까 봐? 악마라면 모를까... 하하하.”

찬혁은 한바탕 크게 웃으며 은미를 안아 주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언젠가 기명이가 했던 말이 떠오르며 찬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 언젠가 내가 필요할 거야. 내가 너의 수호천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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