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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n 29. 2021

1. K-여성학을 찾아 떠나는 여행

* 참고 : 본 브러치의 글들은 <표류사회 : 한국의 가족문화와 여성 인식의 변화사>(가제) 라는 이름으로 2021년 9월 말 경에 출간되기로 하였습니다. 


여자는 결혼 후 남편과 시댁의 소속인 듯 대접받고, 맞벌이에도 가사와 육아부담이 높으며, 친정보다 시댁일이 우선시된다. 암묵적으로 그런 것들이 요구된다. 거스르는 것은 왠지 무례해 보이고, 전통 파괴의 일탈 같고, 나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에 자존감마저 낮아진다.

 하지만 전통이라 이야기되는 가부장적 남성 중심의 가족문화는 18세기 이후에야 자리 잡은, 어찌 보면 외래문화이다. 특히 많은 것들이 일제의 잔재들인 경우도 많다. 이전까지 우리의 가족문화는 모계와 부계를 모두 존중하고, 가문이나 형식보다는 인정과 현실을 더 중요시했다. 남자와 여자를 떠나 자신과의 사회적·혈연적 관계를 더 중심에 놓았고, 결혼문화는 남자와 여자가 동등하게 자신의 권리와 재산을 행사하였으며, 시댁과 처가가 거의 대등한 ‘평등의 문화’였고, 여성도 자신의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는 ‘인간 존중의 문화’였다. 

 그렇다면 그 ‘평등의 문화’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차별화·서열화의 문화로 변질된 것일까? 지금의 선진국들이 모두 지향하는 ‘인간 존중의 문화’를 우리는 어떻게 해서 잃어버리게 된 것일까? 많은 사람이 말하듯 단지 유교 사상의 잔재가 남긴 병폐일 뿐일까? 그렇다면 과거 중국이 5·4운동을 통해 유교의 잔재를 청소하였듯 우리도 그렇게만 하면 되는 문제인 것일까?     

이제부터 다루려고 하는 ‘남녀 차별의 문화’와 현대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서열화문화’는 사실 뿌리가 같다. 때문에 우리 사상사에 잘못 뿌리내린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알고 지양하고자 노력한다면, 남녀평등과 인간 존중의 평등문화는 함께 성장해 갈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원과 거쳐 온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생각한다. 문제를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해결의 실마리는 시작되기 때문이다. 



 『며느라기』 『B급 며느리』 『며느리 사표』 등,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여성들만의 공분의 문화는 여성에 대한 인식과 가족문화가 더 많이 변해야 한다는 반증이다. 

무언가 시대와 맞지 않고 누군가 소외되고 누군가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문화가 아니다. 올바른 문화와 전통이란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을 더 바르고 행복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이제부터 ‘사람’과 ‘인정(人情)’을 그 중심에 두었던 우리 고유의 가족문화를 살펴보는 동시에, 잘못 꿰어진 첫 단추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이후 우리 사상사에 밀려온 몇 차례의 파도와 그로 인한 여성에 대한 인식 및 가족문화의 변화상을 적나라하게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하여 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여성상과 가족문화의 도출을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에 여성 및 가족문화의 문제점과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구성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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