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회사에서도 내 일을 사랑할 수 있는 법
제목이 다소 어그로를 끌기는 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났으면하여 이 글을 작성해 본다.
서비스기획에서 의사결정방법을 제외하면 논할 것이 있을까?
서비스기획자에게 요구되는
“서비스를 관통하여 핵심지표를 끌어올릴 수 있는 데이터 문해력과 의견을 주장하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아 무사히 개발까지 이르게 하는 것”
이라고 취업공고에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나는 다른 얘기를 좀 하고 싶다.
내 생각에는 나를 포함하여 데이터를 서비스에 접목할 수 없는 기획자가 더 많을 것 같다. 주위 기획자들을 살펴보면 시장조사 정도는 시장에 나와있는 데이터는 활용한다. 하지만 화면설계에 들어서면 데이터를 뽑는 일부터 어렵기 때문에 적용하기엔 하기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를 활용한 기획을 할 수 있다면 훨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거란 꿈만 꾸게 된다.
데이터를 쉽게 확인하고, 뭐든지 데이터를 기반으로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시장에 주어진 자료를 근거로 판단해야할 일이 99%이다.
나란들 이러고 싶었을까
어른이 되면 많은 것이 좌절되고 생각이 굳어진다는데…
내가 회사에 들어와서 이루리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허구였음을 깨닫는 순간이 여러 번 하루에도 수십 번 진행되며 비로소 내가 어릴 때 늘 들어왔던
“네가 내 나이가 되어봐야…”를 체감하게 된다.
나는 데이터를 갖고 노는 멋진 기획자가 되고 싶었다
하기만 했다 하면 멋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멋들어진 사용성을 고려한 기획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데이터가 아닌 개발공수를 고려하는게 최우선이 되어야 하며, 개발 및 디자이너의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두 존중해야하기에 애초에 내가 구상했던 기획요소는 온데간데 없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사용성이 무시된 최소한의 방어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 초라한 의사결정은 내 어린 시절의 위시리스트에서는 없었다…
여기에 덧붙여서 나는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고 마치 서기처럼 받아 적는 일만 해야 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이런 것은 내 위시리스트에서는 없었다. 마치 짐짝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생겼다.
서비스기획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주체적으로 서비스를 이끌고 싶은 욕망이 어느정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 또한 있을 것이다
어느순간부터 데이터 의사결정이 중요하고 채용공고에 그런게 올라오니 주목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나의 경우의 희망사항은 사실 이런 것들이었다.
자수성가한 CEO.
탁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 가능한 최연소 PO.
20대에 팀장을 단 OOO.
몇 살에 1억을 모은 OOO.
꿈은 크게 가지는게 좋다는 말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조바심이 나서 마치 다단계 옥장판을 구매하듯이 허겁지겁 타인의 욕망을 내 안에 가득 채웠다.
하지만 작은 성공을 바라보지 못하고 큰꿈만 바라다가 무엇 하나 이룰 수 없었다.
10여 년 정도 옥장판을 구매하고 쌓아 올린 옥장판이 거대한 산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렇게 실패자가 되어 기분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놀랍게도 이전에 옥장판 산을 내 안에 가득 채웠을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닳았다.
나의 행복의 기준에서
내가 행복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일에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데이터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회사에서 떠나라는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내가 해야하는 일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해내야한다.
혹시라도 남들이 원하는걸 나도 원한다고 착각하고 있는게 아닌지 자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내가 최연소 CEO가 되어야만 행복해질 줄 알았다. 그리고 데이터기반으로 업무가 돌아가는 회사에 몸 담아야만 행복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데이터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10년이 지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나는 회사에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실 개인의 발전을 도모하고 서비스의 발전을 도모해야한다면 당연히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한다. 결코 등한시 될 순 없다.
다만 요즘은 다음의 말을 명심하고 무슨 일에든 다가가려한다.
그렇게 내게 성취감을 주는 일을 지속하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무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내가 멋진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회사에 나보다 앞서서 그것들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리더급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그들의 손발이 되는 정도로만…
그들의 그늘 아래에서 내려오는 오더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진행하는 작업만 해도…
월급받아 생을 유지하고, 회사 안에서도 자아실현이 가능하다. 너무 원대한 꿈을 갖지 않더라도, 서비스기획에서 자아실현을 하려면…
시장에 나와있는 작은 데이터라도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면 진심을 다 할 것.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기획자로서 해내야하는 일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볼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내가 부족한 것은 도움을 요청할 것.
그렇게 너무 높은 도착지를 바라보기 보다 현실의 문제를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되며 바라보니, 오히려 서비스에 대한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높은 산과 같아서 어디서 부터 올라타야할지 모르겠던 해결점도 한바퀴 넉넉히 돌아봤을 때 더 올라가기 좋은 지점을 발견하는 것 처럼.
AI가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사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AI가 많은 걸 대체하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아가려 한다.
슬프지만 기쁘게도 나는 세상을 쥐락펴락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인물이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구의 먼지로서 우주의 먼지로서 살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느낀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나는 나대로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강점에 집중하다 보니 남들이 ‘와’하는 것이 결코 내 진짜 욕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정확히 체크리스트가 주어지고, 내가 어느 정도로 수행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여 일을 성취해 내는 곳이다. 메타인지 되는게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꿈은 크게 가지라는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꿈을 가지는게 허무맹랑한 꿈이 좌절되어 삶에대해 자책사는 것보다 훨씬 좋다.
그래서 나는 데이터기반으로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 회사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는 이제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더 집중하고 싶다. 여전히 삶은 배울게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