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서비스 기획자,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뒤로 한채 떠나기를 결심한다
당신은 왜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결정했는가?
나의 경우엔, 단순히 피로하거나 불만족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와 좌절은, 조직 전체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와
오너의 강한 영향력 때문에 진정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면접 당시 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획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면접관은 나의 포부를 높게 샀고
“입사해서 충분히 그 가능성을 펼치라”고 당당히 말해주셨다.
그렇기에 당시 내게는 큰 기대와 열정이 있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서, 데이터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비스 기획'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게만 이루어졌다.
데이터는 가입 페이지 전환율 같은 수치에만 집중되었고,
실제 사용자가 체감할 만한 개선에는 전혀 활용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실제 사용자 경험은 ‘그저 가입된 상태’로 남아버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 내의 문제들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내부 회의에서는 새로운 개선안을 제안하려고 해도,
각 팀은 자신들의 영역만 철저히 지키며,
마치 칼과 방패를 든 군인들처럼 서로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내부 설문조사와 여러 의견들이 있었지만,
최종 결정은 항상 오너의 판단에 묶여버렸다.
우리 조직에서는 다수가 옳다는 법칙은 적용되지 않았고,
오너의 강한 입김이 ‘칼과 방패’의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기획자로서 나는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성을 개선하고,
빠른 성장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 회사에서는
사용성 개선이 돈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상사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회피했고,
사용성 개선에 있어, 가입율과 탈퇴율을 따지는 것에 있어
“변수가 너무 많다”며 구체적인 수치 목표가 불필요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회사는 이미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었고,
사용성 개선은 통신사에게 어필될 만한 핵심 요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회사 입장에서는 실패나 성공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시도 조차도 할 수 없는 애물단지 취급받았다.
회사가 지시하는대로 잘만 하면 됐지만,
내 자존감은 점점 갉아먹히는 느낌이었다.
회사에서는 언제나 “언젠가는 그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라는 희망고문을
주었지만, 현실은 3년 내내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결국, 나는 더 이상 내 신념과 열정을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해 퇴사를 결심했다.
하지만 그 결정은 한순간의 해방감만이 아니라, 깊은 불안과 두려움도 함께 동반했다.
퇴사를 결정하기 직전,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사실은...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 정말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퇴사를 결심한 후에도
“내가 틀렸을까? 혹시 이 조직이 옳은 길을 걷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불안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복잡한 인간적인 고뇌로 가득 차 있다.
사용자 중심의 진짜 서비스 기획을 꿈꾸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놓지 못하는 내 모습이 때론 슬프기도 하다.
이 모든 고민과 두려움 속에서,
나는 결국 나의 길을 찾기 위해
퇴사의 결정을 내렸고, 그 과정은 앞으로의 내 인생에
깊은 자취를 남길 것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