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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전쟁 – 통신사 부가서비스 기획 일상,고민

회사 내부에서 일하는 방법과 통신사(고객)와 일하는 방법

by 여기 지금 Mar 13. 2025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내가 매일 사용하는 모바일 서비스, 그 안에 숨겨진 기획자들의 노력이 얼마나 치열하고 복잡한지. 우리는 그저 손쉽게 이용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치열한 전투가 존재한다.


그 중의 하나가 통신사의 부가서비스 기획이 있다. 이 서비스들은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획은 단순히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복잡하고, 때로는 끝없이 반복되는, 그리고 변화가 느리기까지 한 전쟁의 일환이다.


보통의 서비스 기획자들은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빠르게 혁신을 추구한다. 하지만 부가서비스 기획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변화를 원해도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일종의 ‘정체된’ 환경에서 작업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을 세우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은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고객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 고객의 불만을 피하면서도 기업의 수익을 지키는지. 이 숨겨진 세계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기획자들이 어떤 도전을 맞이하고 있는지,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떤 전략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서비스 기획이라는 직무는 언제나 변화의 중심에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통신사 부가서비스 기획은 조금 다르다.


일반 서비스 기획자들은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지만, 부가서비스 기획자들은 다소 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게 된다. 통신사와 이미 협의된 서비스는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며, 통신사의 요청이 없는 한 기능 개선이나 추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사용성 개선이 내부적으로 적극적으로 논의되기보다는,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소비자 불만이 강하게 제기되거나, 통신사가 직접 개선 요청을 해야 그제서야 기능이 업데이트되는 구조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부가서비스 기획자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어떤 도전에 직면할까?



부가서비스 기획자의 일상

:정해진 틀 속에서의 업무


부가서비스 기획자의 하루는 일반적인 서비스 기획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구조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1. 업데이트보다 유지가 우선

새로운 기능 추가나 서비스 개선보다는, 기존 서비스의 운영과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부적으로 개선의 필요성이 있어도, 통신사가 추가 요청을 하지 않으면 변경이 어렵다.

따라서 개발팀, 디자인팀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움직이는’ 형태가 된다.


2. 문제 해결의 속도와 방식이 다르다

보통 일반 서비스에서는 내부적으로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업데이트를 한다.

강력한 소비자 민원이나 통신사의 공식 요청이 있어야 개선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특정 기능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어도, 단순한 피드백만으로는 반영되기 어렵다.

부가서비스는 외부에서 사용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야 개선이 이루어진다. 강력한 소비자 민원이나 통신사의 공식 요청이 있어야 개선이 시작된다


3. 내부 조직 문화: 각자도생

서비스 기획팀뿐만 아니라, 개발팀과 디자인팀도 본인의 역할만 수행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유저가 많이 사용하고, 가치있게 사용하게 하자"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더가 떨어지는 대로, 각자의 업무를 지키고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변화보다는 ‘지금처럼’ 운영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구조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획자로서의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내부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도, 이를 추진할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구조가 이미 검증된 구조이고, "돈을 잘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문제인 것이다.




부가서비스 기획자의 도전

: ‘체감하지 않아도 괜찮은 서비스를 설계하는 일


부가서비스 기획자의 가장 큰 도전은 ‘이용자가 서비스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요금을 납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인 서비스 기획은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이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통신사의 부가서비스는 다르다. 오히려, 사용자가 특정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계속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기획자는 두 가지 중요한 고민을 하게 된다.


1. 해지 유인을 최소화하는 설계

부가서비스는 가입 후 6개월 동안 사용 기록이 없으면 자동으로 해지되는 시스템이 적용된다.
따라서 기획자는 가입자가 6개월이 되기 전에 꼭 최소한의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 혜택이 과도하게 노출되어 “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오히려 해지 결정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 저장공간 최적화 서비스는 주기적으로 자동 정리 작업을 수행하고, 6개월 미사용 시점에 접어들기 전에 “최근 최적화된 기록”이나 “백그라운드에서 보호되고 있음”이라는 미세한 정보를 제공하되, 이를 통해 해지의 유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기업 수익성과 사용자 인식의 조화

따라서, 기업은 부가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가입자가 서비스 존재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사용자가 직접적으로 “이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라고 느끼지 않더라도, 정기 요금이 계속 청구되는 구조가 아이러니하게도, 이상적이다.




부가서비스 기획자의 현실적인 과제

정리해서,

부가서비스 기획은 전통적인 사용자 중심 서비스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우리 서비스는 이용자가 가입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6개월 미사용 시 자동 해지가 되는 구조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보이지 않게 ‘은밀한‘ 가입 상태 유지


서비스는 백그라운드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며, 이용자가 별도의 조작 없이 가입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가입 후 6개월 이내에 최소한의 ‘숨은 혜택’(예: 주기적인 최적화 결과 요약, 간헐적 자동 점검 등)을 제공하여 해지 조건에 걸리지 않도록 한다.      


해지 유인 최소화 전략

이용자가 서비스의 존재를 과도하게 인지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정보만 노출한다.

기업 수익과 서비스 유지의 균형
회사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요금을 납부하는 상태를 이상적으로 본다. 따라서 기획자는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개입 없이 안정적인 가입 유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비가시적 가치’ 전달에 집중해야 한다.

이처럼 부가서비스 기획은 눈에 띄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용자가 서비스의 존재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도록 설계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부가서비스 기획을 준비하는 신규 입사자에게

부가서비스 기획 분야에 첫 발을 내딛으려는 분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전한다.


1. ‘숨겨진’ 서비스의 특성을 이해하라

부가서비스는 사용자가 직접적으로 인지하지 않아도, 가입 상태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핵심 목표다.

이러한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설계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2. 최소한의 혜택으로 해지 방지하기  

서비스 가입 후 6개월 미사용 시 자동 해지 조건을 고려하여, 그 기간 동안 꼭 필요한 미세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단, 이 혜택은 이용자가 “내가 이 서비스를 쓰고 있다”라고 과도하게 인식하지 않도록,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3. 기업의 수익 구조와 목표를 항상 염두에 두라

부가서비스는 기업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임과 동시에, 가입자가 서비스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의 목표와 전략에 맞춘 기획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시장 데이터와 내부 정책을 꼼꼼히 분석하는 습관을 기르자.



마무리하며

부가서비스 기획자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입 사실을 이용자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6개월 미사용으로 인한 자동 해지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혜택 제공은
부가서비스 기획자에게는 필수 단계 이다.


이러한 도전은 단순한 ‘서비스 개선’이 아닌,

사실상 기업 수익과 가입자 유지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세밀한 설계임을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이 글이 여러분에게 현실적인 인사이트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길 바라며,
앞으로도 함께 성장하는 기획자가 되길 기대한다.



(참고로 위에 나오는 예시 글은 모두 실제 서비스가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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