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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서비스 기획자,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겪었던 현실적인 문제들과 감정적인 고뇌

by 여기 지금

나는 원래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하든, 최소한의 계획과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움직인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다르다.

이번 퇴사는 ‘계획된 이직’이 아니다.


다음 회사도 정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무계획 상태로 떠나는 것이다.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수없이 고민하고, 망설이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됐다.


"이 회사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내가 원하는 커리어의 방향과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걸까?"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을 때, 나는 퇴사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부가서비스 기획자로서의 3년, 그리고 회의감

처음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면접 당시 '데이터 기반의 기획'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치를 만들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신규 부가서비스 기획부터 운영까지의 전반적인 과정

VoC를 담당하는 부서로 부터 의견 수집

유관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기획을 현실화하는 과정


하지만 3년이 지나면서 강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한 기획’이 전부가 되어버린 현실

하지만, 부가서비스의 실제 업무는 고객 경험보다 수익성을 우선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기능이 고객들에게 정말 필요한가?"
"이 서비스가 사용자의 불편을 해소하는가?"

이런 질문은 점점 의미가 없어졌다.


대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용자를 더 많이 유입시키기 위해,
어떤 기능을 추가할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획자로서의 방향성을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퇴사를 고민하게 된 이유

이러한 업무적인 회의감과 함께,
조직 내에서 겪은 문제들도 퇴사를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1. 직장 상사의 가스라이팅

내가 어려움을 겪거나 기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건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 됐다.

"이렇게 밖에 못해? 너 때문에 팀이 피해 보잖아."
"이건 너무 기본적인 건데, 왜 몰라?"


나는 점점 내 실력을 의심하게 됐다.
정말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서 이런 평가를 받는 걸까?
아니면 지금 이 환경이 잘못된 걸까?

그렇게 자존감이 무너지고, 일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사라졌다.


2. 팀 간의 벽, 불가능에 가까운 협업

서비스 기획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개발팀, 디자인팀, 마케팅팀과 끊임없이 협업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팀 간의 벽이 너무 높았고, 예민했다. 특히 디자인팀은 기획팀의 와이어프레임을 받아 UXUI를 고려하기 보다는 다 된 와이어프레임에 GUI만을 디자인을 해서 제공했다.


디자인팀: "우리 일이 아니라서요."

개발팀: "애자일이요? 우리 회사에서는 불가능해요"

각 팀이 자기 역할만 하려 하고, 협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회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기획자로서 서비스의 중심을 잡고 조율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3. 대표의 마이크로매니징

대표는 서비스 기획까지 세세하게 간섭했다.
처음에는 대표의 피드백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기획자’가 아니라 ‘문서 작성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보고서를 다 작성하면, 대표가 직접 수정을 지시한다.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를 가져가도, 대표가 보고 싶은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획자는 왜 필요한 걸까?

내가 하는 일은 결국 상사와 대표의 생각을 문서화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현실 속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퇴사를 망설이게 했던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이직 준비 없이 퇴사하는 게 맞을까?"
불안했지만, 지금은 일단 쉬면서 방향을 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 회사를 떠나면 더 나은 곳이 있을까?"
"조직문화가 문제일까, 아니면 내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걸까?"
하지만 문제를 인지하고도 머물러 있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느꼈다.


"정말로 기획자로서 계속 커리어를 쌓고 싶은가?"
기획자로서의 역할이 점점 회의적으로 느껴졌지만,
이직 후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해보지 않고 결론을 내리는 건 성급하다고 생각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

결국 나는 퇴사를 선택했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가서비스 기획자로서 한계를 절감했다.

조직 내에서 나의 역할과 가치가 희미해졌다.


앞으로의 이야기

이제 퇴사를 회사에 알리기까지 2주 조금 덜 남았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나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계속 기록해보려 한다.

퇴사를 고민하는 또 다른 서비스 기획자들에게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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