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자영업과 같아. 자영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개인 사업을 하는 것에 막연한 로망이 있잖아. 결혼도 하기 전에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올 거라고 상상하지.
결혼만 하면 뭔가 더 행복할 거 같고 꿈같은 미래가 기다릴 것 같고 그런 마음말이야.
그런데 현재가 즐겁지 않은데 결혼하고 상황이 달라진다고 해서 기쁨을 줄 수 있을까? 살면서 현실을 깨닫게 되겠지. “
그녀는 흐리마리한 밤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면서 말을 이어갔다.
“친한 동생이 그러더라. 여자가 40대가 됐는데 결혼을 안 했잖아? 그러면 뭔가 문제가 있거나 이상한 게 분명하다고. 그런데 남자도 마찬가지 아니야?”
철저한 비혼주의가 아닌 이상 점점 나이 들어가는 것을 패자로 인식하는 사회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결혼 여부를 떠나서 인생은 살아가는 자체가 힘든 게 아니었을까. 혼자면 혼자인 대로 결혼을 해서 가족을 꾸리는 상황이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인생의 기쁨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다.
하루하루 살면서 아름다운 것만을 보고 지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인생은 찰나의 좋은 것을 가슴에 품은 채로 지속적인 고된 일상을 견디어 내는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가 어렵다면 지루한 일상에 압도될지도 모른다.
결혼과 육아로 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서 어느덧 중년이 됐다. 나이 듦을 인식한 후부터는 어떤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자신이 없었다. 내 마음이 무기력으로 가득 찼을 때 몇 년 동안은 어떤 것도 시도해 볼 수 없었다. 그런 멍한 우울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니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다.
할까 말까 하는 고민만 몇 년을 보내다가 어느 날 문득 일기를 그리고 싶었다. 아이가 쓰는 스케치북에 연필로 그리면서 그날의 기쁨이 너무 컸다.
낙서로 그린 그림이지만 나도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설렘이었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20대의 젊은 시절의 나는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늘 주변을 신경 쓰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 나였다. 현재는 나의 감정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지금은 여러 가지 해야 할 것들이 가득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열심히 하루를 보낸다.
현재의 삶이 서툰 것 투성이지만 매일의 소소한 기쁨을 주는 일들로 오늘도 넉넉한 마음을 채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