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와 양심 사이

by 모퉁이 돌

지인과 맥줏집에 갔다가

계산을 하고 나왔다.


집에 다 와서

핸드폰을 본 순간.


어라,

'승인 취소' 문자가 찍혀 있었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속삭인다.


그냥 공짜 먹은 운수 좋은 날로 쳐라고.


하지만 이럴 때, 내적 갈등의 싸움은

늘 양심이 승자다.


난, 다시 계산하기 위해

그 맥줏집에 가야만 한다.


몇 년 전,

막차로 기억되는 사람 몇 없는 지하철 안에서

13만 몇천 원을 주웠을 때도 그랬다.


뒷날 회사 옆 경찰서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습득물 신고서를 작성할 때,


경찰관 한 분이

'큰돈도 아닌데 굳이 왜 와서는'

약간 그런 성가신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 기억이 있다.


6개월이 지나고

경찰서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주인 못 찾았으니 와서

가져가도 되고

국고에 귀속시켜도 된다고.


운수가 양심을 못 이기더라.


그 돈, 결국 국고에 넣었다.


다음에도 내 양심이

운수로 가장한 가짜 행운에

변함없이 승리하길 바라본다.


맥줏집 사장님,

저녁에 봬요.


#20211009 by cornerkic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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