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땅, 가난한 예수

노는(遊)신부의 대림절 ‘함께 걷는 기다림’

by 교회사이


대림절 첫 번째 주 월요일, 기다리며 읽는 마태복음 (2)


“그 즈음에 예수께서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악마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예수께서 밤낮 사십 일을 금식하시니, . . .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말해 보아라.” . . . 그 때에 악마는 예수를 그 거룩한 도성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 . .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여기서 뛰어내려 보아라. . . 그들이 손으로 너를 떠받쳐서, 너의 발이 돌에 부딫치지 않게 할 것이다.” . . . 또다시 악마는 예수를 매우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주고, . . . “네가 나에게 엎드려서 절을 하면, 이 모든 것을 네게 주겠다.” (마태복음 4:1-11, 새번역)



가난한 땅의 예수 2.jpg photo by noneunshinboo


메마르고 척박한, 무엇을 찾아도 구해도 무엇이 없는 그래서 정말 가난한 땅. 유혹과 시험이 저절로 되는, 그래서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땅. 여기 박힌 돌도 먹기 좋은 빵으로 저기 구르는 돌멩이도 잘 구운 빵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누구보다 기적의 사람, 기적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땅. 어떤 신이든 나의 안녕과 안전을 보장한다면 누구보다 그 꼭대기에 가까운 신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 땅. 내 생각대로 뜻대로 계획대로 방식대로 모든 것을 맺고 풀고 쥐고 펴고 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높은 정상 위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 땅. 그래야 한다는 이 곳은 광야입니다. 그게 여기를 벗어나는 길, 잘 사는 길, 그리고 그게 우리 사는 현실이라고 전혀 유혹처럼 시험처럼 들리지 않는 속삭임이 있습니다.


뿔 달리고 뾰족한 이빨에 갈라진 혀와 이글거리는 검고 빨간 눈을 가진 험악한 몰골을 한 악마의 속삭임이라면 못들은 척 할 텐데, 지나가는 홧술에 취한 이의 신세한탄 넋두리라면 안 들은 척 할 텐데, 왠걸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내가 나에게 하는 속삭임이니 이걸 어찌해야 하는지 대락 난감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래야 할까, 그렇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도 따라 듭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사람이 사는 세상이 그게 다일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당신의 외아들까지 보내시며 사랑하신 우리의 여기 사는 목적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다른 모든 창조물들과 함께 이 땅 위에서 사람으로 사는 이유가 그게 다일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가난한 땅의 예수 3.jpg photo by noneunshinboo


그때 가난한 땅 광야의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아니다! 그건 아니다!”


광야는 생존의 필요와 그 너머의 욕망이 뒤섞여 우리가 바라고 추구하는 모든 것에 그리고 그것을 소유하고 또 지키기 위한 모든 행위에 버젓한 이유와 정당성을 내세울 수 있는 땅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땅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가난을 선택하십니다. 자유를 선택하십니다.


그 가난한 예수, 그 자유한 예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광야로 오기 전의 그 거대한 피라미드의 우장함에 넋을 놓고 갇히고 매이고 끌려다니는 삶, 그리고 그 화려한 파라오가 약속한 나일 강의 비옥하고 풍요롭고 평온한 삶, 그 두 개의 삶이 적당히 잘 섞여 그럭저럭 살만했었던,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남들 보다 더 위로 오를 수도 있었던 그 이집트 노예의 삶을 그리워하는 우리, 그 곳이 아닌 이 곳의 가난하지만 하늘의 약속을 품은 자유한 자의 삶을 선택하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가난하게 되신 예수께서는 가난한 땅에 사는 가난한 우리들에게 약속의 땅이 되셨습니다. 가난한 우리들이 하늘 나라에 사는 진짜 부유한 사람이 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다리는 메시아 예수는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셨던 그 가난한 예수입니다.



* “여러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부요하나, 여러분을 위해서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그것은 그의 가난으로 여러분을 부요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고린도후서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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