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것이고,
나는 네 것이고

노는(遊)신부의 대림절 ‘함께 걷는 기다림’

by 교회사이


대림절 세 번째 주 금요일, 기다리며 읽는 마태복음서 (20)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이 진실한 분이시고 하나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시며,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으시는 줄 압니다. 선생님은 사람의 겉모습을 따지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생각은 어떤지 말씀하여 주십시오.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 . . “위선자들아,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세금으로 내는 돈을 나에게 보여 달라.” 그들은 데나리온 한 닢을 예수께 가져다 드렸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물으셨다. “이 초상은 누구의 것이며, 적힌 글자는 누구를 가리키느냐?” . . . “황제의 것입니다.” . . . “그렇다면,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 (마태복음서 22:15-22)


너는 나의 것 2 Denarius from the reign of Tiberius Caeesar.jpg Denarius from the reign of Tiberius Caeesar


“우리 아들 누구꺼?”

“엄마 아빠 꺼!”

“아니, 너는 네꺼. 그리고 너는 하나님꺼. 그리고 하나님은 네꺼고.”

아이가 어렸을 적부터 아이에게 아내와 제가 종종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커 가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먼저 너를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너를 사랑하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다. 그래야 너를 사랑하는 그 만치 너의 엄마와 아빠를, 가족을, 친구를, 그리고 너의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


나는 우선 나의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나의 것입니다. 거기에 황제가 낄 자리는 없습니다. 황제를 핑계하면서 이건 누구의 것이고 저건 누구의 것이고 그리고 그건 또 누구의 것이고, 그렇게 애를 써가며 힘을 써가며 머리를 애써 굴려가며 가르고 나누고 구별하고 분리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그들이 가져온 데나리온에는 분명 황제의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황제는 ‘신의 아들’이고 ‘사람들과 신들 사이를 연결하는 최고의 중재자’, 신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데나리온은 황제의 것입니다. 그 데나리온에는 황제의 얼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황제는 누구의 것입니까? 그 데나리온에 새겨진 황제의 얼굴에는 누가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그 얼굴에서 누구를 봅니까? 그 얼굴에서 무엇을 읽습니까?

이젠 희미진 옛사랑의 추억처럼, 그 추억의 그늘 속 그림자처럼 닳아 없어져 가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 그리고 사랑이라는 글자입니까? 조금 그 흔적이 남아는 있나요?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으니,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창세기 1:27)

그리고,

“너는 나의 것이다.” (이사야서 43:1)


내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하나님 역시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나의 가족이, 나의 친구가, 나의 이웃이 내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없다면, 나의 얼굴에서 그 글자를 읽을 수 없다면, 그냥 나이기만 한다면, 내 얼굴에서 황제의 얼굴을 본다면, 그건 내가 나의 것도 아니고 내가 황제의 것이라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황제가 되는 것도, 황제의 것이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나는 황제의 것이 되어버립니다.


너는 나의 것 3.JPG photo by noneunshinboo


하늘 담은 맑은 호수 그 물 내 손으로 움켜쥐지 않아도,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은 작고 예쁜 새 내 새장에 넣지 않아도, 푸른 들 그 피어난 고운 들꽃 꺽어 내 책상 위에 올려 놓지 않아도, 다 나의 것이고 다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렇게 알면서도, 그렇게 고백하면서도, 그러나 내 손에 움켜쥔 것 없고, 내 새장 문은 열린 채 아무것도 없고, 내 책상 위이고 서랍이고 전혀 있는 게 없고, 그런 생각에 걱정하고 불안합니다. 나는 겨우 걷는데 남들은 걷다 못해 뛰고 뛰다 못해 날고, 그렇게 보여 무섭고 두렵습니다. 그럴 때가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때 우리,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나의 것이다. 나는 하나님의 것이다. 하나님은 나의 것이다.”


그리고 나의 얼굴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얼굴이 누구를 닮았는지, 누구를 닮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보는 이 얼굴에서 누구를 보는지, 무엇이라 쓰여진 글자를 읽는지.

또 이 사람은 나의 얼굴에서 누구를 보고 또 무엇을 읽는지.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연말, 정산을 할 때가 왔습니다. 세금 신고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우린 다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우리의 삶, 우리의 인생, 그리고 우리의 신앙입니다. 간단할리가요. 쉬울리가요.


“내가 너를 속량하였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 네가 물 가운데로 건너갈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하고, 네가 강을 건널 때에도 물이 너를 침몰시키지 못할 것이다. 네가 불 속을 걸어가도, 그을리지 않을 것이며, 불꽃이 너를 태우지 못할 것이다. 나는 주, 너의 하나님이다.” (이사야서 43:1-3)


지금 우리는 ‘너는 내 것이다’ 하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립니다.



keyword
이전 19화그게 어디 무화과나무의 잘못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