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나를 선택한 날

그 말 한 줄이, 나를 과거로 데려갔다

by 부엄쓰c


“많이 컸네. 밥도 잘 먹고, 고마워.”


사진 몇 장과 함께 도착한,

단 한 줄의 문자였다.

세 달 만의 연락이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바로 떠오른 생각 하나.


‘답을 안 하면, 또 화내지 않을까?’


불쑥 올라온 쫄림.

잊은 줄 알았던 감정이

그 한 줄의 말에 다시 살아났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임신 중이던 어느 날,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건 조금 불편해.”


예고 없이 집에 들른 시어머니 이야기였다.

내 공간을 지키고 싶었던, 아주 작은 바람.


그는 그 말에 분노했다.

침대 위로 나를 밀쳤고,

얼굴을 짓눌렀고,

귤이 날아와 내 몸에 맞았다.


나는 그 순간,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내 손에서 그것을 빼앗겼고, 바닥에 던져졌다.


유리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

그날의 나는, 함께 부서졌다.




“나, 이혼할래.”


겨우 내뱉은 말에

그는 말했다.


“그래. 나 죽어버릴 거야.”


카터칼을 쥔 손으로

손목을 짚었다가 떼며 씨익 웃던 얼굴.

베란다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던 모습.


그날 밤,

그는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어떤 도움도 없었고,

고요한 어둠 속에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무력하고 고립된 시간 속에서,

나는 살아남기 위해 버텼다.


수년이 지난 후,

그의 외도와 해외에서의 동거로 우리는 결국 이혼했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은 또다시,

짧은 한 문장을 보내왔다.


“많이 컸네. 고마워.”


그 말이 내게 어떤 감정을 던지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나는 이번에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의 침묵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공포가 아닌, 선택.

회피가 아닌, 경계.


그가 무엇을 느끼든,

그 반응이 어떻든,

그건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몫을 지키기로 했다.




오늘의 실천

‘말하지 않는 침묵’이 아닌,

‘지키기 위한 침묵’을 선택하는 연습.




나에게 남기는 말

그때 너는 말하지 못했다.

살아야 했으니까.

지금 너는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스스로를 위해 조용히 선택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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