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들의 반란1

설거지 대란

by 수키니피그

달그락달그락 다양한 크기와 쓰임새를 가진 그릇들이 설거지 통 안에 모였어요. 그릇들의 주인은 아주아주 장사가 잘되는 식당의 주인이에요. 주인은 부지런하고 온화한 성격을 가진 지혜로운 사람이었어요. 주인은 묵묵히 맛있는 음식들을 담아내 주는 그릇들을 무척 아끼고 사랑했답니다. 사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도 그릇들이 없다면 손님상에 내어 놓을 수 없으니까요.

주인은 한바탕 점심장사가 끝난 후 잠시 한가해진 틈에 어마어마하게 쌓인 빈 그릇을 설거지하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그릇은 자그마한 종지부터 시작해서 그 보다 큰 밥그릇,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국그릇, 보다 더 두껍고 묵직한 뚝배기, 국수나 냉면을 담아내는 넓적한 대접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어요. 주인은 그릇들을 나누어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종지는 종지끼리, 밥그릇은 밥그릇끼리, 국그릇은 국그릇끼리 각기 크기와 쓰임새에 따라 분류된 그릇들은 제일 작은 종지부터 애벌 설거지를 거친 후 식기 세척기 안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들어갔죠. 그리고 종지 위에는 보통 종지보다 크기가 큰 밥그릇이나 국그릇, 아니면 접시나 대접이 쌓여 올려졌습니다.

'쏴아!!!!!!'

식기세척기는 강력한 물살을 뿜어 그릇들을 깨끗하게 목욕시키곤 했는데 그릇들은 조금 괴로 울 수도 있어요. 물이 꽤 뜨겁거든요. 하지만 그릇들은 자신들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목욕을 퍽 좋아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진 때문일까요? 그릇들은 하나둘씩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어요. 제일 먼저 식기세척기의 가장 아래쪽에 있던 제일 작은 그릇 종지가 입을 열었어요.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왜 우리는 만날 가장 밑바닥에서 무거운 그릇들을 떠 받치면서 밑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뜨거운 물을 정통으로 맞아야 하는 거야?"

그러자 그릇들의 맨 위에 포개져있던 큰 그릇들이 자기들도 질세라 불평을 했어요.

"거 참! 팔자 좋은 소리들 한다! 우리는? 우리는 어떻고? 우리도 머리 위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을 맞아야 한다고! 그런데 억울한 게 뭔 줄 알아? 기껏 뜨거운 물을 견뎌 내면 뭐 해? 밑에서 올라오는 물은 너네 작은 그릇들을 거친 더러운 물인걸!"

그릇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자신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또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를 토로하며 웅성였어요.

"우리 주인은 너무해! 저 작은 종지들은 기껏 해야 간장이나 단무지 같은 하찮은 음식을 담는데 우리는 가장 중요한 매인 메뉴를 담아내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맨 나중에야 씻으러 들어간다니까!"

매인 메뉴를 주로 담는 대접과 접시는 자신들의 중요성을 주인이 잘 알아주는 거 같지 않아 또 이렇게 한마디 쏘아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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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이 끝나고 식기세척기를 열자 김이 모락모락 뜨거운 물로 샤워한 반짝반짝한 그릇들의 모습이 드러났어요. 하지만 한바탕 불만을 성토하던 그릇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고 눈치가 빤한 주인은 그릇들에게 물었어요.

"왜? 무슨 일로 그렇게 뿔이 나있니? 너희들."

종지들이 말했어요.

"우린 왜 만날 밑바닥 신세인가요? 몸집 큰 그릇들을 이고 있느라 무거워요!"

그러자 지지 않고 대접이 말했어요.

"왜 우리는 항상 뒷순서죠? 제일 중요한 일을 하는데 설거지를 하실 때마다 우리를 맨 나중에 씻어서 세척기에 넣으시잖아요!"

결국 그릇들이 주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불공평하다'는 거였어요.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구나.... "

가만히 듣고 있던 주인이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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