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들의 반란 2

설거지 대란

by 수키니피그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구나....
가만히 듣고 있던 주인이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항상 종지들을 제일 먼저 세척기 안에 넣는 건 다른 그릇들보다 더 사랑하거나 더 중요해서가 아니야. 큰 그릇이 세척기의 제일 밑에 있으면 밑에서 올라오는 물살이 그릇들에 막혀 위에 있는 작은 그릇들에게 까지 닿지 않거든.... 그렇게 되면 너희들 모두를 골고루 깨끗하게 할 수가 없어... 위에서 나오는 물은 그저 보조적인 거라..."

"그 말! 우리 큰 그릇들이 설거지에 방해가 된다고 얘기하시는 건가요?"

큰 그릇들은 또 한 번 발끈했어요. 그 말을 들은 주인이 기가 막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하지만 주인이 채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종지가 또 날카로운 소리로 한마디 했어요.

"너희 큰 그릇들! 너희는 불평할 자격 없어! 어쨌거나 물살의 혜택을 위아래로 골고루 받는 건 너희야!"

그때 잠자코 있던 중간 크기의 밥그릇이 입을 열었어요.

"자자! 조용히 해봐 얘들아! 난 너희들 모두를 이해해! 난 가끔 맨 밑바닥에도 있어 봤고 종종 맨 위에도 있어봤거든! 그러니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그러자 순간 작은 그릇 큰 그릇들 모두의 이목이 밥그릇에게 집중 됐어요. 주인도 조용히 밥그릇을 바라봤어요.

"난 우리를 설거지하는 주인이 처음부터 잘못하는 거라고 생각해! 애벌 설거지를 할 때부터 우리를 분류하고 나누잖아. 종지는 종지끼리 대접은 대접끼리 밥그릇은 밥그릇끼리... 세척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차별이 시작되는 거라고. 세척기에 들어가는 순서가 뭐가 중요해? 깨끗하게 씻겨 나오면 그만이지! 사람들이 쓰는 속담 있잖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다른 그릇들이 다그쳤어요. 밥그릇이 주인에게 말했어요.

"우리는 딴 사람이 우리를 설거지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를 분류하지 않는 사람! 보다 자유로운 사람이요!"

그러자 다른 그릇들이 저마다 찬성한다며 목소리를 보탰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주인은 그릇들의 의견을 받아 주기로 했습니다. 주인은 고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알바에게 설거지를 맡기며 말했어요.

"당신에게 설거지를 맡깁니다. 당신의 의사대로 자유롭게 해 보세요! 다만 그릇들이 상하지 않게 조심만 해줘요"



그릇들의 예상은 적중했어요. 새로 온 알바는 너무도, 너무나도 자유로운 사람이었거든요. 그릇들은 큰 그릇이며 작은 그릇이며 상관할 것 없이 뒤섞여 설거지 통 안에 쌓였습니다. 뒤죽박죽 쌓인 그릇들은 식기세척기 안에도 뒤죽박죽 무작위로 들어갔죠.

"와!!! 내가 제일 먼저 세척기안에 들어왔어! 이제 세차게 뿜어져 올라오는 깨끗한 물은 전부 내 차지다!"

대접이 만족한 듯 얘기했어요.

"히야!!! 내가 드디어 맨 꼭대기다!"

맨 밑에만 있던 종지도 그릇들의 맨 위에 있는 자신을 보고 기분이 좋아 외쳤어요. 하지만 말 그대로 무작위였기 때문에 여전히 밑바닥에 깔려있는 종지도 있고 여전히 맨 마지막에 세척기안에 들어가게 되는 대접들도 있었죠. 그들은 '그래 언젠가는....' 하는 희망으로 그 순간을 체념하는 듯했어요. 그렇게 자유롭기 그지없는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릇들은 자신들의 몸상태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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