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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디베어 Aug 02. 2023

내 자녀를 바보로 만드는 방법

40대 기혼남성이 아직도 부모에게 돈 받아서 산다면?

 자녀의 일, 특히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엄마를 헬리콥터 맘이라고 한다. 마치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변을 빙빙 돌며 자녀를 과잉보호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이들은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일일이 챙기며 통제하고 간섭한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 수시로 연락하며 학교 일과 숙제는 물론 교우관계까지 챙기고, 중·고등학교 때는 학교성적과 입시문제, 대학에서는 수강신청과 학점 문제에도 관여한다. 대학졸업 후에는 취업을 알아봐 주고, 결혼상대자를 알아보는 일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부모들은 유년기와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까지 경험해 봤기에 자녀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당하지 않기를 원한다. 완벽한 계획을 만들어서 아들, 딸이 인생을 돌아가지 않고 넉넉하며 행복한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떻게든 높은 점수를 받고 좋은 대학에 가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그런데 이전에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생긴다.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관계 문제로 인해 사직을 한다. 10년째 집에만 있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부모들은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취업하지 않고 방구석에만 있는 자녀만 보면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다. 자신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란 자녀들이 이해되지 않아서 잔소리하기도 한다. 


 뿌리 깊은 나무가 태풍이나 홍수 때 굳건하게 살아남듯이 자녀들도 인생에서 어려움이 찾아올 때 뿌리를 깊게 내려야 이겨내고 버틸 수 있다. 그 뿌리가 주체성과 독립심이다. 주체성과 독립심이 없다면 인생의 위기가 찾아올 때 쉽게 휩쓸리고 부화뇌동하기 쉽다. 


 미리 말할 것이 있다. 독립심은 단기간에 생기지 않는다. 유년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거쳐 형성되기에 벼락치기할 필요도 없다. 단기간에 열심히 한다고 기대한 만큼 형성되지 않기에 마음을 비우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그럼 어떻게 해야 주체성과 독립성을 키울 수 있을까?

첫째, 자녀가 좌절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자녀는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실수와 실패를 통해 새로운 경험이 쌓이게 된다.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낙심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다. 아쉬움도 느껴봐야 되고 한계도 느껴봐야 된다. 그래야 사회에서 실패를 경험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실패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도전하게 된다. 


둘째, 자녀가 혼자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항상 옷 입을 때마다 이거 입어라 저거 입으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었다. 아이가 옷을 혼자 고르고 입을 수 있음에도 기어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입힌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살다 보면 선택 장애가 생기던지, 타인의 선택에 맞춰서 살게 된다. 옷만이 아니다.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지 선택하기,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취미생활 등 부모의 간섭이 아닌 자신이 도전해 보고 마무리까지 스스로 해본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혼자서 이룩해 내면 자신감도 생기고 경험이 쌓이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개입하면 독립심의 성장은 어렵게 된다.


셋째, 자녀 시기에 적절한 사랑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소아정신분석가인 에릭 에릭슨은 인생을 8단계로 나누었다. 모든 사람이 기질을 바탕으로 사회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시기에 맞는 단계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정상적이고 건강한 개인으로 발달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그 단계와 관련한 정서적 결함을 갖게 된다. 


1단계 신뢰 대 불신(trust vs. mistrust) 

2단계 주도성 대 죄의식(initiative vs. guilt)

3단계 자율성 대 수치심과 의심(autonomy vs. shame & doubt)

4단계 근면성 대 열등감(industry vs. inferiority)

5단계 정체성 대 혼돈(identity vs. role confuison)

6단계 친밀감 대 고립감(intimacy vs. isolation)

7단계 생산성 대 침체성(generativity vs. stagnation)

8단계 자아통합 대 절망(ego integrity vs. despair)


우리는 여기서 1-5단계까지만 다루어본다. 

1단계 신뢰 대 불신(trust vs. mistrust) (생후 1년 사이)

이 시기에 아기는 원하는 욕구가 채워지면, 이 세상을 살만한 곳이라 신뢰하게 된다. 반대로 욕구가 채워지지 않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2단계 주도성 대 죄의식(initiative vs. guilt) (생후 1년 – 3년)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환경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성취감을 느끼면 자율성이 생기지만, 이때 부모가 지나치게 통제하고 혼내거나 겁주면 수치심과 의심을 갖는다.


3단계 자율성 대 수치심과 의심(autonomy vs. shame & doubt) (3-5세)

또래들과 경쟁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동안 아이의 주도성이 길러진다. 


4단계 근면성 대 열등감(industry vs. inferiority) (초등학교 입학시기)

노력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기 시작한다.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주변 또래집단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느끼게 되어 열등감이 생긴다.


5단계 정체성 대 혼돈(identity vs. role confuison) (청소년기)

내가 누구인지, 또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면 건강한 정체성이 만들어지지만, 이를 해내지 못하면 혼돈의 심리 상태에 빠져서 모든 것을 부정하거나 정서적으로 큰 괴로움을 겪는다.  


각 단계마다 원하는 욕구가 충족되면 얻는 것이 있고 충족되지 않으면 결핍이 생기게 된다. 결핍은 우리의 인생의 가시가 되어 나를 찌르고 상대를 찌른다.






40대 파파보이 남성의 이야기

 40대인 T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유부남이다. T의 아버지가 어렵게 컸기에 자녀는 자신과 같은 가난을 경험시키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자동차를 몰고 다녔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다. 20대 초반부터 자가가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T를 부러워했고, T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해보지 못한 T는 공부에 흥미도 없어서 고등학교 졸업 후 인생을 즐기면서 살다가 아버지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T는 무료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주 해외여행을 가곤 했다. 결혼을 하고 생활비가 더 필요한 경우에는 늘 그랬듯이 아버지에게 찾아가 돈을 받곤 했다.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이 고생하는 게 싫어서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도 항상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었다. 


T는 마흔 살이 넘고 자녀가 있어도 여전히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가정과 학교, 직장을 통해 사회성과 독립성을 배울 수 있다. 첫출발은 가정에서 배우게 된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선택하면서 자신만의 주체성과 독립성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겪지 못하면 힘들 때마다 환경과 부딪치지 않고 아버지나 또는 어머니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요청한다. 평생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파파보이가 된다. 


 독립심과 주체성을 갖추지 못한 T는 관계에서 미숙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T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관계에서 오는 문제를 말이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잘 몰랐기에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럴듯하게 넘어가려다가 문제가 커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든든한(?) 아버지가 있기에 항상 아버지의 도움으로 상황을 이겨보려고 하니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다. 


 T가 파파보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될까?

 첫 번째는, 아버지의 결단이 필요하다. 경제적 지원을 요청할 때 과감하게 거절해야 한다. 거절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거절하지 않으면 몸만 큰 성인아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평생 아버지에게 손을 벌리고 부모가 도와준다면 그는 성장할 수 없다. 

 두 번째는, T 자신이 더 이상 아버지에게 손 내밀지 않아야 한다. 관계나 업무상 문제가 생긴다면 혼자 부딪혀본다. 몸으로 배우다 보면 삶의 지혜와 더불어 사회성도 성장된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과정을 겪지 못한다면 자기 절제력이 떨어지게 되고 사회성이 발달하지 못해 성인아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만약 T의 아버지가 독립심과 주체성을 키워주었다면 그의 인생은 날개가 달린 듯 훨훨 날아올라갔을 것이다. 갈등을 만났을 때 아버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돈을 자신의 경제상태에 맞게 소비하여 규모 있고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위 사례는 현시대 종종 나타나는 자녀 문제 중에 하나이다. 아버지를 예로 들었지만 어머니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녀는 가정에서 성격, 대인관계, 사회성, 자기 돌봄 등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초를 배운다. 첫출발인 가정이라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고 공부만 하도록 학원만 보내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자녀가 요구할 때마다 돈을 준다면 아이의 앞날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자녀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면 ‘나는 왜 자녀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자기 탐색을 해보길 권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세월을 아끼는 길이 될 것이다. 온실 속의 화초보다 사막의 잡초가 뿌리가 깊기에 독립성과 주체성이 잘 형성되면 세상의 역경에서도 잘 버티고 이겨낼 수 있게 된다.








인용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 - ‘나는 누구인가’에서 시작된 정체성의 발견 (정신의학의 탄생, 2016.01.15, 하지현)

인생의 아홉 단계(저자 : 에릭 에릭슨, 조앤 에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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