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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써니 Aug 25. 2023

방울이를 찾아서 2

지난 7월 25일에 방울이를 만나러 양평군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았다.


https://brunch.co.kr/@012f12dcbe174e8/130


방울이가 더 이상 길에서 떠돌며 

배고픔과 여러 위험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무척 안도했다.


보호소 측 설명으로 방울이는 암컷으로

1살이 안 되었지만 성장은 다 끝났다고 한다.

또한 심각한 공격성이나 치료불가능한 질병이 없는 한

보호소에서 계속 지낼 수 있다고 한다.

(방울이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니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보호소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방울이의 상태는 무척이나 불안정해 보였다.

조심스러운 손길에도 움찔하며 몸을 떠는 모습을 보였다.

제대로 눈을 맞추지도 못했고

쓰다듬어 주지도 못했다.


보호소 직원분에게 나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지금은 방울이를 데려갈 수 없지만 종종 만나러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방울이가 입양자를 못 만나게 될 경우

내가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표현도 했다.


그런데,

방울이를 만나고 오는 길은 무언지 설명할 수 없는

어두운 마음에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 어두움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 그 원인을 알 것만 같았다.


https://brunch.co.kr/@012f12dcbe174e8/83


마음속 깊이 눌러놓은 테디에 대한 그리움과 슬픈 마음이

건드려졌던 것 같다...




폭염과 태풍의 8월을 보내고

한낮의 기세가 조금은 꺾인 8월 22일 화요일,

방울이를 만나러 갔다.

두 번째 방문이다.


보호소 방문은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라서

8월의 폭염 속에서는 엄두가 나질 않아서

마음만 급했는데,

드디어 방울이를 만났다.


지난번 방문 때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고

몸상태도 좋아 보였다.


이번에는 내 손도 핥아주고,

나와 남편의 손길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심지어 내 품에 한참을 안겨있었다.

가지고 간 닭고기 간식은 입에 맞지 않는지 먹질 않고,

보호소에 있던 소고기 간식만 먹는다.

이 녀석은 입맛이 나와 닮았나 보다.

입이 무척 짧아서 식탐이 없어 보인다.

처음보다는 좋아졌지만 몸도 약해 보여 걱정이다.

그래도 산책을 시켜주니 엄청 좋아한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냄새 맡기 바쁘다.

나중에는 안 들어가려고 해서 

날씨가 더우니 들어가야 한다고 달래었다.


산책중인 방울이



보호소 직원들은 무척 친절했고

나와 남편이 방울이와 친해질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 도와주었다.

방울이가 한 달 전보다 훨씬 신체적, 정서적으로 좋아진 모습이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 온 뒤 예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남편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게 아닌가?


자기는 방울이에게 정 주고 싶지 않다며,

자기에게는 테디만이 유일한 반려견이라며...


남편의 테디에 대한 그리움과 애도의 마음이

깊은 상처로 남아 있나 보다.


아...

갑자기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https://brunch.co.kr/@012f12dcbe174e8/90



내가 방울이에게 찾아가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는 아니다.

"너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버려진 또는 집 잃어버린 기억 다 버리고,

잘 먹고, 잘 자고, 씩씩하게 잘 살아내길 바래!"

하는 마음이다.


방울이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될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남편도

새로운 반려견을 맞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방울이가 다른 입양자와 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앞으로 방울이와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어쨌든 다음번에 만날 때는

방울이 목욕이라도 시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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