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병원탈출기
수술 전 검사에서 이미 mri상으로는 암이 안 보이는 것을 확인했지만 정확한 건 열어봐야 알 수 있는 것!
드디어 유방암의 근치적 치료인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막항을 끝내고 수술하기 전에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서울 성모 병원에 설치된 부활의 종
마지막 항암 치료를 끝나고… 이 종을 멋있게 치고 싶었는데.. 완전관해가 된다고 해도 키트루다 후항암을 강력히 권유하시는 교수님 의견에 따라..
나중에.. 후항암까지 하고 나면 그때 정말..
멋있게 쳐야지..
지금은 패쓰
초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항암 중 먹지 말라고 하는 것들이 왜 그렇게
먹고 싶은지..
호중구가 회복되면
정말 좋은 초밥집 가서 초밥을 먹고 싶었는데.. ㅜㅜ
이것도 일단 패쓰
이제 곧 수술을 하고 나면 대중목욕탕을 가는데
조금은 용기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을 하고 나면 당분간 물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수술 전 대중목욕탕에 가서 시원하게 세신을 받고 싶었다.
이제.. 곧… 쭉쭉.. 흉터가 생기게 될 내 가슴
부끄럽지만 수술 전에 바디프로필 사진 형태로..
스튜디오서 수술 전 가슴사진을 남겨두고 싶었다.
아직 철이 안 들었다고..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하고 싶은 걸 어째..
수술 전 내 몸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모습
소중하게 남겨두고 싶은걸..
그치만.. 현실은 난 고열로 응급실 왔다가
11일째 입원 중이라 거의 병원에 감금된 상태!!
스튜디오를 예약할 수도 없고..
가발도..화장품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
비상이다.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수술하게 되면 이제.. 돌이킬 수 없는걸..
고민 끝에… 엄마에게 사진을 찍고 싶다고
얘기하고.. 아니나 다를까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고
그래도.. 가야겠다며.. 병원 탈출계획을 세웠다.
서울 성모..ㅠ.ㅠ 의료진 분들 죄송합니다.
정말 반성하고 있어여.
꼭.. 남기고자 하는 사진이었기에..
아무도 몰래 2시간 외출하고 왔습니다.ㅠ.ㅠ
오전 항생제 치료가 끝나고!!
교수님 회진이 끝나고.!!
아무도 병실에 오지 않는 단 2시간의 시간..
그 시간 안에 집에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엄마한테 등짝을 쳐맞더라도..ㅎㅎ 해야 했다.
환자복을 입고 나가서 화장실에서 사복을 갈아입고
모범택시를 불러 집으로 출발!!
왔다 갔다.. 50분..
촬영할 수 있는 시간 70분..
원래 찍고 싶었던 컨셉은 바프 느낌의 상체
세미 누드였기에 아래 너무 예쁜 싱글즈 모델처럼 이런 느낌을 생각했으나…
난.ㅋㅋ 찍어줄 사람도 공간도 없고..ㅋㅋ
삼각대 설치할 시간도 없고..
오로지 셀카로 찍어야 돼서..ㅋㅋ 저렇게 전신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혼자서 꾸역꾸역 셀카를 찍으니..
응??? ㅋㅋㅋ 먼가.. 길에 주차해 두면..
와이퍼에서… 꽂혀있는 먼가.. 마사지 명함 같은..
요상한 사진이.. 나왔다..ㅋㅋㅋㅋㅋ
다 공개할 순 없지만..ㅋㅋ
요런 느낌..ㅋㅋ
가슴에는 케모포트 니들이 연결돼있고..
의상도.. 공간도.. 화장도.. 엉망진창이지만..
이상해도 나만.. 좋으면 되지 머..
나만 가지고 있으면 되니까..
수술하기 전.. 그래도 흉터 없는.. 내 사진
가지고 싶었으니까..
이걸로 됬다..
이제 수술흉터가 생겨도 짝짝이가되도
됬다.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
병원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임의로 외출하고..
미쳤다고.. 욕하는 사람들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누구보다 중요한 일이었기에..
나는.. 그렇게 몰래 셀카를 찍고..
다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동 화장실에서 다시 환자복을 갈아입고..ㅋㅋ
엄마한테 다시 한번 욕을 바가지로 먹고..
혼자.. 헤죽헤죽 웃으며… ㅋㅋ
세미누드(?) 찍기는 성공!!
자 이제 내일 7시..
악명 높은 유륜주사랑 위치 표식을 위한 와이어를 삽입하고.. 오전 10시.. 수술이다.
저녁 회진 때 교수님이 오셨다.
언제나 믿음직스럽고 친절하신 우리 교수님
“ 자.. 우리는 내일 수술해서.. 암이 다 없어진 걸 확인할 겁니다. 감시림프를 제거해서.. 림프 전이가 없으면 그대로 닫고 림프 전이가 있으면 상위림프…
전이가 더 있으면 곽청술까지 진행을 할 겁니다.
오늘 좋은 꿈 꾸시고.. 잘 주무시고..
내일 뵐게요 “
”저는 수술 들어가면 마취되서 잘 꺼고..
수술은 교수님이 하시는 거니까 ㅋㅋ
교수님이 빨리 들어가서 잘 주무시고
좋은 꿈도 교수님이 꿔주세요”
하고 여유 있는 농담도 던지고..
이제.. 정말 수술이다.
부디.. 림프전이가 없길..
부디.. 완전관해 이길…
40살에 걸려버린 유방암..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나는.. 곧 생길 흉터가 속상했나 보다.
아주 예쁜 젊은 몸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남겨보고 싶었다.
이제.. 내 몸에 남은 흉터들을 보면서..
늘.. 자각하고 경각심 가지고
더 소중하게.. 더 건강하게
살아낼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