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조금은 멀어진 너에게, 그래도 고마워"
요즘 너는 내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
아침이면 인사도 없이 방문을 닫고,
저녁엔 질문 하나에 대답 한 마디 겨우 한다.
처음엔 섭섭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왜 나한테만 이렇게 날카로울까…
며칠 밤, 혼자 속상해 울기도 했단다.
하지만 문득, 나도 그 시절이 있었다는 걸 떠올렸어.
나도 엄마에게 괜히 짜증냈고,
속마음은 말하지 못한 채 방에 틀어박히곤 했지.
오늘은 어버이날이야.
너는 아무 말 없이 식탁에 앉았고,
나는 평소처럼 밥을 차렸어.
그런데 네가
수줍게 내민, 손에 놓인 편지지
길지않은 열줄정도의 편지 안에
그동안 새까맣게 탄 근심덩어리가 녹는듯 하다.
가슴이 먹먹하다.
네가 아직도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말로 다 못 해도 마음은 그대로라는 걸 알았어.
사춘기, 너도 힘들 거야.
나도 알아.
지금은 조금 멀어진 것 같아도
나는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릴게.
고맙고, 사랑해.
내 작은 어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