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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Seoul, Soul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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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Jang Oct 17. 2024

세 번째 이야기

2019년 NorCal 

현정은 일을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지나니, 

강의를 하는 것도 준비하는 것도,  

출 퇴근도, 

지하철 타는 것도,

주말에 서울에서 평창까지 다니는 것도, 

모두다 익숙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주중에 저녁에 집에 오면, 집 근처의 호수나 공원을 달리는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이혼 직 후, ‘Coastal trails hiking’이라는  클럽에 가입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사람들과 함께 산을 달렸었다. 

‘Pacific Ocean’  해안 산 길을 숨이 차게 달리다 보면 모든 것이 잊히듯,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좋았다. 

그때 그 기분으로 오후에 동네 라도 뛰려는 것이다. 


목요일은, 아침 8시에 강의를 시작해, 2시면 끝난다. 

이 날은, 집에 와 밀린 집안일이나 은행일 혹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한다. 

금요일 아침에는 평창에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 일도 없는 날은 바로 평창으로 내려간다.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강의에 필요한 새 교재를 사고,

 은행 업무를 보고, 

냉장고의 남은 재료 들로 간단하게 이른 저녁을 먹고 나니,

오후 5시이다. 


평창은 내일 내려가기로 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올림픽 공원으로 향한다. 

사는 집 아파트에서 버스로 세 정거장 정도 가는 거리지만 버스를 타는 대신 걷는다. 


걸으면서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본다. 

친구들과 그저 주제 없이 소란스럽게 떠들며 웃으며 걷던 거리,

지나가다 들린 문방우,

그러다 배가 고파져 들렸던, 떡볶이집을 추억해 본다. 


추억속에, 아빠 재철에 대한 생각이 비집고 들어온다. 

저녁을 먹고  함께 나와 사 먹던 아이스크림,

그와  손을 잡거나 혹은 각자 걸으며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 시간과 그 분위기가 그리워져 마음을 휘젓는다. 


현정은 슬픔에 더 깊게 빠지지 않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뛰기 시작한다. 

추억을 간직하는 것은 아름다운 시절들이 생각나,  

‘그때 그랬지’ 하며 

순간의 행복에 머물 수 있지만,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이와 나눈 행복한 추억은,

슬픈 그리움 이다.  


공원 입구에 온 현정은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고, 

미국에서부터 즐겨 들었던, 

한국 밴드의  노래를 들으며 달리기 시작한다. 


 

한참을 달린 후, 공원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리며, 

공원 밖으로 보이는 건물들과 공원 안,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던 현정은 앞에서 달려오는 사람을 미처 보지 못했고,

그 사람도 현정을 보지 못해 달려오다 서로 부딪친다. 

순간적으로 남자가 현정의 두 팔을 잡아당기면서 현정은 뒤로 넘어지는 대신, 

남자의 가슴으로 안전하게 넘어진다. 


더 위험한 건가.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못 봤어요.” 

현정이 튀어나온 거 같은데 남자는 그의 잘못 이라며 사과를 한다. 

“아니에요. 저도 죄송합니다.”

남자가 현정의 무게 중심이 고른 것을 보고 잡고 있던 팔도 놓으며 말한다.

“넘어지실 까봐 잡는다는 것이 그만.”

“괜찮습니다. 다치신 데는 없죠?”

“네.”


현정은 순간 익숙한 목소리와 손의 감촉이라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본다. 

남자도, 여자가 괜찮다고 했지만,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 모자를 벗고 여자를 바라본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현정은 이런 문구의 짤이 생각이 난다. 


늦었지만, 고개를 돌려 외면하며 말한다. 

“괜찮으시면, 그럼.”


말끝을 흐리며 가려 하자, 남자가 현정의 팔을 다시 잡는다. 


현정은 시선을 외면하고 남자는 여자를 바라본다. 


그날 그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그녀에 대한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한국에 돌아 오자 마자 입대한 군대 생활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정해진 시간에 운동하고, 훈련하고,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자고,

그렇게  단체 생활을 하며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문득문득이라는 순간이 사람을 더 미치게 했다. 


훈련하다 문득 생각나고,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생각나고, 

이야기하다 문득  생각나고,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 속에 그녀가 규칙적으로  떠오르고 단체 생활이지만 세상과 단절된 생활이라, 

그녀와 있었던 세상이 더 또렷이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는 그녀와의 만남이 도대체 어땠길래, 

그 짧은 만남에도 이렇게 못 잊을 만큼 접어도 접어도 문득문득 떠오를 정도인지 

그 자신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쉬워서?

미련이 남아서?

그렇게 헤어져서?

이런 이유로도 이해는 되지 않는다. 


그만큼 사랑해서?

그만한 사람이 없어서? 

이거야 말로 진상이다.


 “원래 이렇게 조르는 스타일이었어?”


공항에서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때, 그래, ‘조르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그녀를 생각하다 보면, 후회와 아쉬움이 따라와, 

사람을 더 미치게 했다. 


 

그렇게 군대에서도 그녀의 생각은 쉽사리 잊히지 않았고, 

제대를 하고 취업하기 위해 여기저기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미국 회사에도 원서를 넣으면서,

바쁘게 보내는 중에도, 

그리고 그곳을 떠날 때 잊는다고 마음까지 먹었음에도, 

문득문득 그녀를 생각했다. 


 아직도 달리고 있을까?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을까?

그녀도 가끔 이렇게 나를 떠 올릴까?

아니면, 완전히 잊었을까?


 

그렇게 그녀를 생각하다 보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상상으로 이어졌다.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렇게 우연히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하지만 이내, 아무리 상상 이어도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혹시 미국 특히,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간다면,

영화나 드라마, 소설처럼 미술관에서 같은 그림을 바라보다, 

혹시 같이 갔던 카페에 갔다가 만나던가 하는 조금 더 현실적일 것 같은 상상을 하며,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에 입사 원서를 넣기도 했다. 


그렇게 그리워하고 상상하고 우연이라도 만남을 기대했다가, 

그 희망조차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실망하고, 

그러다, 언젠가는 하면서 다시 희망을 가졌던 ,

그 사람을,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단정 했던 곳, 

대한민국, 

서울, 

그것도 강동구 공원에서 만난 것이다.  


그렇게 추억하고 생각하고 만약이라면 하면서 상상까지 했던 그녀, 

하지만, 막상 그녀를 보자,

그의  모든 생각, 행동 그리고 세포들 까지 정지가 된 것 같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현정이  팔을 뿌리치며 가려 하자, 

그는 그녀의 팔을 잡은 채 놓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겨우 꺼내서 건넨 말, 

“보고 싶었어.”


그의  말에 현정의 가슴이 턱 막힌다. 

그렇게 도망쳤는데, 

그는 그녀를 그때로 다시 데려간다. 


Jason. 

그의 한국 이름은 정 재욱이다. 

그는 한국에서 과학 고등학교를 다니는 재원이었고 수학을 잘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SAT’를  공부해, 미국 대학으로 지원했다. 

한국에서의 입시 경쟁만큼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는 미국에 있는 대학에 정말 가고 싶었고, 열심히 준비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영어 점수가 준비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왔고, 

학교 입학처에서는 그의 에세이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했다. 

재욱은 이 세상이, 그를 미국에 있는 대학으로 보내는 데 모든 도움을 주는 것 같았다. 

그가 꿈에도 그리던, ‘MIT’ 입학 통지서를 받았고, 

2011년 봄,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 하고, 

그해 여름, 18살인 재욱은 이민 가방 두 개를 가지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 마중 나온  그의 두 누나와 부모님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혼자 가는 그가 걱정되고 염려되는 얼굴이었지만, 그는 너무 들뜨고 설레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떠났다. 


그는 학교 생활이 너무 재미있었다. 

선의의 경쟁,

배움에 대한 열망,

새로운 지식의 습득, 

그리고 낯선 환경조차도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전공 공부도 그렇고 과제도 그렇지만 외국인이라 영어까지 덤으로 더 공부해야 해서, 

늘 밤늦게까지 공부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모자라,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두, 세 시간 자고, 

수업에 갔지만, 

그는  이런 곳에 와서 이렇게 공부까지 하고 있는 것이 너무 좋아,

매일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다.


아무리 외국인이 영어까지 공부해 가며 전공을 따라간다고 하지만, 

그는  과학고를 조기 졸업한 수재 아닌가. 

그리고 그는 늘 몇 배는 더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했다. 

재능에 노력까지 있는 그는, 똑똑하고 우수한 성적의 학생이라, 

교수님들도  관심을 가지며  눈여겨보는 학생이었고,

특유의 밝고 서글서글한 성격에 동료 학생들도 그를 좋아했다. 


그들은 그를 ‘재룩,’이라 불렀고, 그래서 그는 영어 이름을 제이라고 지었는데,  

친구들이 끝에, ‘son’을 붙여 제이슨 하면 좀 더 친근하게 들리 지 않아? 라고 제안 해 줘서, 

그는 영어 이름을 제이슨이라 지었다. 

친한 친구들은 그를  “JJJ”  혹은 더 많은 “J” 붙여서 부르기도 했다. 

그만큼 그에게 친한 친구들도 있고, 학교에서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


2013년 ‘BTS’가 미국을 강타하고, 

‘K-drama’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제이슨의 인기도 더 좋았졌다. 

국가와 민족의 덕을 본 셈이다. 


그는, 쌍 꺼풀 없는 긴 눈과, 콧대가 높은, 코가 매력적이고, 

늘 셰이빙이 잘 된 입 주변과 단정한 머리의  깔끔한 스타일이었다.  

한국에서는 흔한 스타일일수도 있지만, 수염을 기르거나, 쌍꺼풀이 있는 큰 눈의 서양 남자들 하고는 다른 모습이라 그런지, 그에게 호감을 가진 친구들도 꽤 있었다. 

제이슨은 1학년과 2학년때는 학교와 환경에 적응하느라 데이트 같은 건 생각해 볼 수도 없었지만, 

3학년이 되면서  몇몇 여학생 들과 데이트를 했고, 

그의 공식적인 여자친구는 이탈리안과 라티노가 섞인 미국인이었다. 


나탈리는 짙은 갈색 피부, 콧선이 오뚝하고, 짙은 눈썹, 그리고 눈매가 깊은, 아름다운 얼굴에 성격도 밝고 유쾌했다. 

겨울 방학 때, 제이슨은 그녀의 집인 플로리다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도 했다. 


둘이, 4학년이 되었을 때, 

그녀는 영국으로, 1년 교환 학생으로 가기로 했고, 

제이슨은 IT 회사에서 인턴쉽을 시작하게 되었다. 


둘은, ‘헤어지자,’ 

혹은 ‘다시 만나자, '

라는  말없이 나탈리를 배웅 나간 공항에서,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얼마 후, 그녀는, 제이슨에게, 

‘잘 지내고 있니? 잘 지내.’

라는 이메일을 보냈고, 

제이슨도, ‘너도 잘 지내’라는 답장을 보내면서, 

그는 이제 정말 서로 헤어졌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었다. 

그녀를 만나는 동안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대학 생활 동안 정말 예쁘고 좋은 여자 친구를 만난 인상적인 추억이었구나라는 것을 그녀와 헤어지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만나거나, 기다리는 것이 필요 없었다.  


대학 4학년 때, 

그는  수업을 들으면서, 인턴쉽까지 해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고, 

회사는 공부만큼 이나 재미있었다.  


2015년도 졸업을 앞두고, 미국에 있지만, 

20살이 넘는 한국 남자, 누구든 겪는, 군복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 것은 군복무를 할 것인가 말 것 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 남자로 태어난 이들은 모두 군복무에 대한 의무를 알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 갈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왜냐하면,  언제 갈 것인가 언제 군복무를 마칠 것 인가를 결정하고, 

그 시기는 20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22살이 된 제이슨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제이슨의 또래 남자들은, 이제 막 군대를 가거나, 복무 중이거나, 복학을 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는 가능하면 일찍 군 복무를 마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에 조금 더 남아 공부든 일이든 하고 싶었다. 


졸업과 동시에, 그는 동부를 떠나, 

북부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석사 과정에 입학했고, 

그 다음 해,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리콘 밸리의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규모가 큰 테크 회사에 취업 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취업이 되었다. 


제이슨은 행운이 있다면, 

그 모든 행운은 그에게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공부를 계속해 학위를 먼저 받을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적어도 그의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이었다. 

왜냐하면, 공부도 재밌고, 일도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부는 언제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입사는 마음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석사 과정은 잠시 나중으로 미루고,

회사에 입사했다.  


컴퓨터 사이언스와 컴퓨터 엔지니어를  전공했다면, 

한 번쯤은 들어가 보고 싶은 그곳. 


회사는 제이슨의 학력과 인턴쉽 경력을 고려하여, 팀 매니저의 직함도 주었다.  

그가 맡은 팀이, 회사를 이끌어 갈 정도, 혹은 아이템을 개발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그런 대단한 팀은 아니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이들로 구성된, 실험적, 모델적 팀이면서, 

다른 팀과 협력하는 팀이다. 

팀의 헤드 매니저는 따로  있다. 

제이슨이 맡은 팀장의 역할은 헤드매니저와, 팀원과의 소통의 역할과 

팀을 ‘actively lead’ 하는 역할이다. 


제이슨은  첫 입사인데, 

팀을 하나 맡았다는 것만으로 날아 갈듯 기뻤다. 


  

다른 팀을 보조하면 어떤가. 

새 아이디어를 내는 핵심 적인 팀이 아니어도 어떤가.

이제 시작하는 일인데.

이 일을 발판으로 더 많은 기회와 경력과, 경험이 쌓여 갈 것이라는 꿈도 꿀 수 있지 않는가. 


제이슨은 이미 대학에서도, 클럽을 만들어, 아이디어를 내고, 공모한 경험이 있었다. 

인턴쉽 중에도, 일을 인정받아, 리더와 같은 역할을 해 온 터라, 

그가 이번 회사에서도 팀을 이끌어 가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그의 나이, 그리고 회사의 규모로 봤을 때, 

그에게 꽤나 도전적이고, 엄청난 기회인 것은 맞다.  


18살에 미국에 와, 

5년이 지난, 

23살의 제이슨은, 

이 세상의 성공과 부와 명예를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는 그만큼 만족하고 기뻤다는 것이다. 


그 해 가을, 그는 일을 시작했고, 회사 근처에 꽤 괜찮은 아파트를 얻었다. 

제이슨은 열심히 일했다. 

그가 이끄는  팀이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그는 늘 다른 이들 보다 더 많이 일했다.

왜냐하면 그는 도움을 주는 리더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을 시작하고 3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회사와의 3년의 계약이 거의 만료되어 가고 있었다.

제이슨에게 또다시 선택의 시간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가  선택하기보다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재계약을 할 수 있을까?

다른 회사에 취업 원서라도 지원해야 하나? 

학교로 돌아가 석사 과정을 끝내야 하나?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 군 복무를 해야 할까?


다행히 그가  맡은 팀의 프로젝트가 남아서, 일 년 더 연장 계약을 했다. 

그가 바라던 바였다. 

물론  1년만 재계약이 되어 아쉽지만, 

그래도 그 1년이라는 시간을 더 얻은 것이 어디인가. 


그는 그동안 자신의 미국 생활을 돌아보며, 

나름 즐기며 공부도 하고 일도 열심히 하며 살아온 자신의 20대가 자랑스럽고 귀했다. 


그리고 남은 1년은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1년을 마치 3년처럼 늘려, 마음도 여유롭게 천천히 가고 싶어졌다. 


제이슨은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검색하다, 

주변에 꽤 많은 ‘social club’  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클럽에 가입해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만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Coastal trails hiking ’이었고,  

즉시  가입했다. 

처음에 그는 산악자전거 클럽에 가입할까 도 생각했다. 

이곳, 북부 캘리포니아의 ‘Coastal trails’가  워낙 아름답고 유명해서, 

산악자전거의 시초가 된 곳이 아닌가.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만 있는데, 

배우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산을 달리는 클럽도, 그동안  가보지 못한 근처의 산도 갈 수 있을 것 같고, 

달리기를 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을 것 같은 데다, 

특별한 장비나 익숙함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가입 후, 처음 한 달 정도는 서너 번 참여하고는, 

클럽이 꽤 마음에 들어, 여름이 시작되면서, 주말에 거의 매주 참여 하기 시작했다.   


제이슨은 현정을 7월 마지막 주 일요일 그날 처음 만났다. 


그는 정확히 기억했고, 현정은  나중에 “그때였어?” 라며 반문했었다.


그가  기억하는 그녀는 클럽에 처음 참여 하는 날이었고,

자기소개를 할 때 흥미와 설렘이 있어 보이는 다른 이들과 달리,

건조하게 그녀를 소개했다.  

그녀는 조용히 뛰었고,

처음이라 뒤쳐지기도 했지만,

페이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묵묵히 열심히 뛰었다. 

정말 달리기만 하러 온 사람처럼.  


뛰는 중간 휴식 시간에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신나게 떠드는 이들과 달리,

그녀는 그룹에는 있지만 주로 조용히 듣기만 했었다. 


제이슨은 첫날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참여할까 라는 생각도 했는데, 그녀는 매주 그리고 어떤 날은 토요일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그녀를 본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그는 처음으로 그녀 옆에서 달리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현정은 이날,  그를 처음 본 날로 기억했었다. 


“오늘 트레일은 쉽지 않네요. 다른 날보다 좀 힘든 거 같아요. 어떠세요?”


그녀는, 말을 건넨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려 보니, 

펌을 한 건지, 살짝 웨이브가 있는 목덜미까지 내려온 밝은 갈색의  머리에, 

귀걸이, 팔찌, 목걸이, 그리고 앱워치까지, 온몸에 액세서리를  많이 걸쳤고, 

진한 갈색에 가까운 피부색, 

그리고 얇고 긴 눈매에 조각 같이 높고 잘생긴 코,

적당한 크기의 입술을 가진, 

언뜻 보기에도 세련되고, 힙 하고, 매력적인 모습이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 건지 원래 체격이 좋은 건지, 

넓은 어깨와 탄탄해 보이는 허벅지에 건강한 남성미까지 있는 남자다. 


현정은 그가 아시안이지만, 한국인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한국말로 말해서 첫 번째로 놀랐고, 

그녀에게 , 말을 건 것에 두 번째로 놀랐다. 

이곳에서 그녀에게 먼저 말을 먼저 건 사람은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현정도 얼결에, 한국말로 간결하게  대답한다. 

“네.” 


앞서 가던 팀이 휴식을 제안해서, 그들도 달리는 것을 멈추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제이슨은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현정에게 다시 말을 건다. 

“전 한국에서 왔어요. 미국에 온 지는 약 8년 정도 됐고,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온 지는 한 3년 정도 됐어요.”


현정은 제이슨을 보며, 한국에서 온 한국 남자를 본지가 얼마나 됐는지 생각해 본다. 

비록 그녀가 봤었던, 한국 남자와는 좀 다르게 생긴 이국적인 스타일이 많이 풍기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니 말끔한 얼굴과 옷차림 그리고 단정하게 말하는 모습이 한국 사람 같다.

게다가,  그는 현정이 기억하는 대학교 1학년때의 남학생처럼 어리게  보인다. 


“저도요." 

현정의 한국말에 제이슨이 놀라며 말한다. 

“한국분이라, 생각했지만, 한국말을 잘하실까 라고 생각했어요. 2세대나 3세대 이민자처럼 보였거든요. 아. 너무 반갑다.”


현정은 뭐가  반가운 건지,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그를 바라본다.


제이슨은 다시 물 한 모금을 마시고는 말한다. 

“아무리 아시안이 많이 살아도, 한국말을 하는 분은 거의 만나 본 적이 없었거든요.”

“네.”

“저는 재욱이라고 해요. 영어 이름은 제이슨이고요.”

제이슨이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하자, 현정은 내민 그의 손을 마지못해 잡으며, 말한다. 

“반가워요. 저는 현정이에요. 그러고 보니 영어 이름도 없네요.” 

“네 알아요. 현정.” 

현정은 제이슨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다.

제이슨이 뭔가 눈치를 채고 말을 잇는다. 

“우리 한 달 전에 처음 만났어요. 그리고 매주 계속 같이 달렸었는데.”


현정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었다. 

달릴 때는  앞서 뛰는 사람의 발뒤꿈치만 봤다. 

정말 달리기만 하러 온 사람처럼.  


그룹이 다시 뛰기 시작해, 그들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달리는 동안 둘은 별 말이 없었다. 


제이슨은 기분이 이상했다. 

옆에 누군가가 있고, 말없이 달리기만 하는데 마음이 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현정의 마음도 이상했다. 

같은 그룹에서 몇 주를 같이 달렸다고 그가 말했지만,  

이제 겨우 통성명 정도 했는데, 옆에서 말없이 달리는 그가 전혀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낯선 타국에서, 동족을 만난 연대감이 들어, 

서로 경계심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한참을 달리니, 해안가에 도착했다. 


현정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태평양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발에 땀과 열이 나게 실컷 달린 후, 담그는 차가운 ‘Ocean’  느낌 때문에, 계속 달리는지도 모른다. 

발부터 전해오는 시원함이 머리까지 시원해져,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현정은 아무 생각 없이 밀려오고 나가는 파도를 바라본다.  


다른 무리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점심을 먹거나, 현정처럼 바다에 발을  담그고, 서로 파도 놀이를 한다. 


혼자 있는 현정에게 제이슨이 또 다가와  말을 건넨다. 

“점심 안 드세요?”

“네?” 


현정은 옆으로 다가온 제이슨을 돌아본다. 

햇볕이 파도에 반사되어 눈이 부신다. 

해맑고 환하게 웃는 제이슨의 모습도 눈이 부신다. 

현정은 한 손으로 해를 가린다. 

그는  앞으로 좀 더 나아가 현정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며 말한다. 


“I have an extra sandwich, if you don’t mind, I would like to share it." 

“네?”


사실 현정은 아침에 도시락을 싸서 들고 나와서는 차에서 가방에 넣는 것을 잊어버렸다. 

해안가에 와서야, 도시락을 안 들고 온 것을 알았고,

주머니에 있는 에너지바 나 대충  먹고 바다에 발을 담그기로 한 것이다. 

배도 그다지 고프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가  샌드위치라는 단어를 말하자, 

갑자기 허기가 진다. 


제이슨은 현정의 대답에 상관없이, 

“이리 오세요.”라고 말하며 앞서 걸어간다. 


그녀는  그가 오라고 한 곳으로 자연스럽게 따라가서는, 

그가 모래 위에 깔아놓은 담요 위에도  자연스럽게 앉는다. 

그는 가방에서 마켓에서 산  샌드위치를 두 개 꺼내, 현정에게 보여 주며, 

고르라는 제스처를 하며 말한다. 


“제가 만든 거면, 먹어보라고 못할 텐데, 마켓에서 산거라. ” 

“샌드위치를 두 개나 샀어요?”

“둘 다 맛있어 보여서요. 두 개를 사니, 하나는 share도 할 수 있고 좋은데요. 배에 넣어가야 하나, 가방에 넣고 또 달려야 하나 했는데, 이렇게 고민도 덜어주시고 감사합니다.”


현정은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현정 같은데, 그가 오히려 고맙다고 하고, 

얻어먹는 샌드위치가 부담스럽지 않게 말해 줘서, 

뭐라도 말해야 하는데, 

마음과는 달리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의 젊고, 밝고, 신선함에 할 말을 잃은 것일까?


“잘 먹을게요. 고맙습니다.” 

현정이 겨우 한 마디 하고,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먹고는, 마른기침을 한다. 

“Are you ok?”

그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가방에서 물을 꺼내, 뚜껑을 열어 주며 물을 건넨다.

현정은 물을 받아, 마시고는 묻는다. 

“Did you buy a lot of items at the market?” 

“Yeah. I like market shopping and I am buying a lot. Market flex!!”


그는  또 뭐가 재미있는지, 환하게 웃고는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문다. 

“여기 마켓 샌드위치가 맛있어요. Do you know that market?  Go out the Mt. Tam exit and left side there is a small mall and market is in there.” 

현정은 운전하면서 지나치며 보긴 했지만, 가보진 않았다.

“I saw that market but didn’t stop by there.” 

“그 마켓이 깨끗하고, 샌드위치나 샐러드가 신선하고 맛있어요.  전 여기 오는 날은 그곳에 들려 이렇게 점심을 사 와요.  Do you live near here? I live in San Jose.”

“Yeah. I live near here.”

“그러시구나. 여기 너무 좋아요. 주변에 산도 많고. Bay 도 보이고.”

“네. I like living here. You live in San Jose? Are you working in IT?  그쪽 일?”

“그쪽 일이라고 하시는 거 보니, 혹시 동종 업계 분 이신가요?”

“산호세에 산다고 하면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 그렇구나. 하하하.  Yeah. I am a soft engineer. “

“훌륭한 분이네요.”

“네?”


제이슨은 훌륭하다는 말이 왠지 낯설고 신선하고, 

소프트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이 훌륭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현정은 그런 제이슨을 보며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잘 웃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한다. 


“I mean, you are awesome.”
  

그녀의 말에 그는 하얀 이가 다 드러나게  또 웃는다.

그의 얇고 가는 긴 눈이 가만히 있을 때는 날까 돕고 매서워 보여, 강하고 다부진 남자처럼 보이지만, 치아가 다 보일 만큼 웃으면, 반달 모양의 눈이 되면서, 귀여워 보인다.


현정은 그와 말하는 내내, 
그가 참 매력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는 게 쉽지 않다. 

웃는 그를  보며 그녀도 그냥 웃는다. 

웃음도 하품처럼 전염성이 있는 것 같다. 


제이슨도 현정과 함께 있는 것이, 마치 이미 알고 있던 사람처럼  편안하다. 

익숙한 언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타국에서 만난 같은 민족이라서?  

같은 민족이라고 다 편한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계속 시선이 가고 신경이 쓰여서? 

신경이 쓰였다면 불편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시선을 끌만한 외모라서? 그랬다면, 이 놈도 저놈도, 먼저 말을 걸었을 것이다. 

오히려, 괜히 말을 걸었다가, 말 걸면,  쏴 버릴 거예요 할 것 같은, 

사실, 사나워 보이진 않지만, 

그녀는 쉽게 다가가기는 어려운 차가운 인상이다. 


현정은 길고 마른 체형이다. 

165센티 정도로 보이는데, 그 보다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모자를 눌러써서 얼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캘리포니아에서 10년 넘게 산 사람 치고는 관리가 잘 된 깨끗한 피부에, 

가늘고 오뚝한 코, 그리고 그 아래, 반듯하게 다물어진 입술을 가지고 있다.  


제이슨은 저 입으로 그녀가 말을 한다면, 저 입으로 웃는다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차가움과  조용함 뒤에, 감추어진, 슬픔이 느껴졌다.

뛰는 뒷모습, 

간간히 깊게 내뱉는 숨소리, 

조용히 머무는 시선 속에서. 


물론, 눈을 그렇게 뜨지 않았는데, 유혹하듯이 보이는 눈이 있고, 

가만히 있는데, 화나 보이는 인상이 있고, 

아무 일도 없는데, 슬퍼 보이는 사람이 있듯이, 

그도 그녀가 그런 느낌이 나는 사람인가?

아니면, 정말 슬픔이 담겨 있는 사람일까 궁금했다. 


는, 모자 속에 눌려 있는 그녀의 눈은 어떨까 상상해 본다.  


마음이 통했나, 점심을 먹은 현정이 더운 지 모자를 벗고, 

묶은 머리까지 한번 풀었다가, 위로 올려 맨다. 


깊게 파인, 쌍꺼풀이 있는 눈이다. 

눈은 서구적인데, 

코와 입매는 상당히 동양적이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제이슨은 그녀의 동그랗고, 밝은 갈색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이야기를 많이 담은 것 같은 눈동자이다. 

이야기를 많이 담은 눈동자? 

그런 눈동자는 어떤 눈동자일까? 


바라보고 있지만, 공허하고, 

많은 감정이 실려 있지만, 

무의미한 듯 보이는. 


제이슨은 현정이 그렇게 보였다.


“정말 잘 먹었어요. 배가 안 고픈 줄 알았는데 먹으니 또 배가 고팠나 봬요.”

현정은 정말 배가 부른 지, 아니면, 허기진 배를 채워 기분이 좋은지, 

두 팔을 땅에 짚고는 허리를 뒤로 살짝 젖힌다. 


그녀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제이슨도, 현정처럼 앉아서, 현정이 바라보는 바다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서 그런 거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라면 안 먹는다고 해서 하나만 끓였는데 한 입만 해서, 

막 싸우고. 누나들이랑 그래서 많이 싸웠는데, 꼭 내가 끓인 걸 뺏어 먹더라고요.”

제이슨의 말에 현정이 눈이 동그래져 그를 바라보니, 

그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샌드위치는 제가 기꺼이 드린 거죠.”

“누나들하고 친한가 봐요?”

“저요?”

“네.”

“왜요?”

“네?” 


현정은 순간 피식 웃음이 난다. 

그냥 이 맑고 순수한 젊은 청년과의 대화가 생각도 없이 실없고, 단순해서일까?


“당연히 안 친하죠. 다른 집들은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을 귀하고 소중하게 대하는지 모르지만, 우리 누나들은요.  아오. 제가 남자인데 여동생처럼 제 머리에 막 핀도 꽂고 드레스도 입히고  말 안 들으면  누나 둘이 양쪽에서 팔을 잡아당기고, 그래서 제 팔이 이렇게 길어졌나 봐요.”

제이슨이 팔을 쭉 뻗어 보여주며 웃는다.

“그게 친한 거 아니에요? 가족끼리만 할 수 있는.”

“That’s a mystery.” 


제이슨은 또 웃으며 말한다. 


이날 이후, 현정과 제이슨은 하이킹하는 날 외에는 따로 만나지 않았지만,

제이슨은 주중에 가끔, 현정에게,  회사 cafeteria’에서 이런 음식이 나왔더라 하며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혹은 산호세 날씨는 이래서, 야외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라며, ‘laptop’과 하늘이 설정처럼 찍은 사진을 보내기도 했으며, 

점심 먹고, 자전거 타고, 회사 캠퍼스 한 바퀴 돌았는데,  

“너도 와서 자전거 탈래?” 

등등의 자신의 일상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주말에 산에서 함께 달릴 때, 

주중의 그의 문자를 읽으며, 

그리고 

그가 웃을 때, 

현정도 웃는다. 


현정은 그녀의 주변에 살아 있는 사람들 중,

그가  가장 밝고, 유쾌한 사람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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