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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아름다운 이유

추억할 수 있는 추억이 있기에

by 에이브 Ave Feb 06. 2025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청춘이 소중하게 담고 있는 추억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한 때 누군가를 그리고 어떤 순간을 추억한다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추억할 수 있을 때까지 그다지 오랜 세월을 살지 않았기 때문일 테지만 또 그만큼 추억할만한 소중한 사람과 순간에 감사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나에게는 후에 기억할만한 순간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가족들과 같이 여행을 가고 사소하게 저녁식사를 하며 수다를 떠는 순간에도 건강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러 시골에 내려갈 때에도 나는 이러한 순간이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나는 그 세월을 허비하며 보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짝사랑하는 아이랑 설레는 순간을 만들어갈 때에도 이 순간이 ‘추억’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어렸고 철이 없었다. 


        마냥 어리고 철이 없을 줄 알았던 나는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게 된 나는 당연한 줄 알았던 저녁식사 후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똑같은 순간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건강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는 것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는 성장하지만 그분들은 늙어가고 계신다는 것이 그제야 보았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이별을 겪고 나서야 나에게도 추억이 생기고 있음을 먹먹한 마음 깊이 새겨 넣었다. 


        며칠 전, 유튜브에 올라온 플레이스트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제목은 ‘청춘’이었고 그 제목에 이끌려 영상을 클릭하였다. 노래를 가만히 듣던 나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지난 20년을 되돌아보았다.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 안에서 나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순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기억’이 ‘추억’과 다를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사람의 기억은 자주 왜곡되고는 하는데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해서 추억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나는 내 기억을 찬찬히 되짚어보았다. 어린 동생이 태어나 외할머니가 집에 와계신 몇 달간 외할머니와 요리도 하고 이야기도 했고 할머니와 같이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고 고구마 케이크도 왕창 먹었던 기억이 났다. 아빠랑 집 앞 편의점에 가서 군것질거리도 잔뜩 사들고 왔었고 엄마가 퇴근하시면 반찬가게에서 만나 먹고 싶은 반찬을 골랐던 기억도 났다. 엄마는 직접 반찬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해하셨지만 나는 엄마랑 반찬가게에 가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했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기억을 되짚어보니 나는 그동안 내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후회로 가득한 기억이 내가 억지로 왜곡해서 기억한 추억이라는 것을. 나는 내 기억이 온통 후회로 얼룩진 줄 알았는데 사실은 후회만 가득한 기억이 아니었다. 내가 온전하게 모두 사실만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의 추억은, 나의 삶은 매 순간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순간을 담고 있었다. 내가 어렸고 철이 없었던 게 아니라 나는 그때의 나의 삶을 살고 있었을 뿐이었다. 추억할만한 사람과의 시간에 나는 감사했고 그 순간에 충실했다. 지금은 어린 시절 가족들과 더 시간을 보낼걸 후회만 하지만 이 순간에도 나는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가족의 품을 떠나 더 큰 사회를 경험하고 배워가야 할 때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지금 이 순간도 ‘추억’이 될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허송세월 보냈다고 생각한 나의 십 대는 실은 소중한 기억들로 가득 차있었고 그리고 나는 그 기억들을 추억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계속해서 후회만 하기에는 지금 이 순간을 또 후회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 오늘에 충실하기로 한다. 내 추억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앞으로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앞으로도 예기치 못한 슬픈 이별을 겪어야 하겠지만 그 이별을 통해 나는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혼자서 헤쳐나가야 할 시련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 시련을 통해 나는 더 배우게 될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추억할 수 있고 추억이라 부를 수 있다. 


찬란한 나의 청춘은
누군가의 빛나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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