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거짓말에서 너를 위한 거짓말로
학창시절에 즐겨듣던 아이돌 그룹, B1A4노래를 요즘 다시 듣기 시작했다. B1A4 노래만 들으면 초등학생때로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감탄 떡볶이’로 이름이 바뀌기 전인 ‘아빠와 딸’ 떡볶이 가게에 걸려있던 B1A4 포스터를 보며 친구들이랑 밀떡볶이랑 어묵을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B1A4 노래 중에서도 ‘거짓말이야’이라는 노래를 한창 즐겨들었었다. 어린 날에는 가사의 의미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지만 최근에 다시 듣기 시작하면서 가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왜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헤어지자고 말했을까, 환하게 웃지 못하고 눈물만 흘린다면 왜 헤어져야 했을까, 떠나가라는 말은 왜 해야했을까.
애초에 왜 거짓말을 했어야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왜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는걸까? 특히 연인사이에서 거짓말로 괜찮은 척, 화가난 척, 아닌 척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마음이 아플걸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자존심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상대방을 위해서일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주 하는 거짓말을 생각해보면 보통은 상대방을 위해서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내가 한 거짓말을 생각해보면 룸메이트가 친구를 데려온다고 했을때 사실 거절하고 싶었는데 데려와도 괜찮다고 거짓말을 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룸메이트가 친구랑 방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위해서 내가 싫어도 괜찮은 척 거짓말을 한것으로 보이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룸메이트를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룸메이트는 단순히 친구와 대화를 나눌 공간이 필요했고 많은 장소 중 방을 선택했을 뿐, 내가 거절한다고 해서 룸메이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왜 그 순간 거짓말을 선택했을까?
나는 내 마음보다 내 평판이 중요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착하고 친절한 룸메이트로 보이도록 하는 내 평판이 내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 더 중요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얻는 무언가가 거짓말을 함으로써 잃는 다른 무언가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내 방에서 자유롭게 쉼을 얻는 것보다 룸메이트에게 쓴 소리 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나에게는 더 중요했고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도 괜찮다고 거짓말을 할 만큼 나는 내 평판에 무진장 신경을 쓰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거짓말을 할 때 자기 자신에게 중요한 순서를 따지며 거짓말을 이어나간다. 자기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는 본인에게 중요한 우선순위에 따라 거짓말을 한다. 예를 들어, 숙제를 못해갔을 때 하는 거짓말,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한 경우에 하는 거짓말, 혼나지 않기 위해 하는 거짓말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하는 거짓말은 보통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을까?
‘거짓말이야’ 노래 가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는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너’를 위해 헤어진다는 내용이다. ‘너’의 행복을 위해 ‘나’는 헤어짐을 선택한다는 가사인데 희한한 것은 뒤의 가사이다. [어둠 속에 묻혀있던 너의 미소 매일 암흑 속에 갇혀 있던 너란 햇빛 이젠 보내줄게 밝은 햇살 속에 네가 살고 있었다는 걸 언제나 힘없이 쳐져 있던 너의 그림자 항상 입술을 깨물며 고독하게 너는 혼자 고통을 참으며 눈물을 삼키며 하루하루를 넌 괴롭게 보내잖아]
이 가사의 이상한 점은 ‘너’가 고독하고 괴로운 하루를 보내기에 보내준다는 것이다. 즉, ‘내’가 ‘너’에게 상처를 주고 괴롭게 하고 외롭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제 ‘너’에게 밝은 햇살과 행복을 주기 위해 ‘나’의 고통을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가사를 듣고 나 혼자 생각한 해석이기에 작사가가 의도한 의미와 다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했을 때에는 이 노래의 가사는 “‘내가’ 거짓말을 함으로써 ‘너’를 행복하게 한다”는 내용인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본인에게 해가 되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아마 손에 꼽을 것이다. 본인에게 실이 되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도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하고 고민한 후에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짓말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경우에 따라 거짓말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을테니까. 더군다나 우리가 우리에게 중요한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그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연인의 행복을 위해서 헤어지기 싫은 ‘나’의 마음을 애써 무시한채 헤어지자는 말을 거짓으로 고할 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보고싶어도 잘 지내고있지 않아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잘 지낸다고 거짓말할 때.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거짓말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한다면 거짓말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내가 잘먹고 잘살기 위해, 단순히 지금 당장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해야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조금 다른 거짓말은 생각지못한 행복을 선물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