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꿈을 꾸는 방법
나는 꿈을 매일 꾼다. 그리고 꿈 내용을 아주 자세히 기억하는 편이다. 꿈속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꿈속에서 느꼈던 감정이 뇌리에 박혀서 하루를 시작하더라도 계속 그 감정을 생각하곤 한다.
며칠 전 꿈속에서는 폭설이 내려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꿈을 꿨다. 학생으로서 학교에 가는 게 아니라 선생님으로서 학교로 출근을 했어야 했는데 어찌나 가고 싶지 않은지 카페에 들렀다가 상점에 들렸다가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가 결국 폭설로 학교에 출근을 안 하게 된 꿈이었다. 다소 우스운 꿈이긴 하지만 꿈속에서 만큼은 출근하기 싫은 마음을 처절하게 느낀 터라 깨고 나서도 약간 찝찝했다. 게다가 꿈속에서 출근은 하지 않았지만 대신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해서 카메라를 켜고 학생들을 맞이하는데 동물이 그려져 있는 캐릭터 잠옷을 입고 카메라를 켜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꿈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걸 너무 잘 표현해서 가끔은 소름이 돋을 때도 있다. 그래서 궁금하다. 꿈은 왜 내가 가장 기대하고 소망하는 건 보여주지 않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현실에서 있었던 일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상하게 꿈 내용은 소름 돋게 잘 기억해서 나도 내가 참 신기했었다. 제일 처음 기억나는 꿈은 내가 만 6살 때였는데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캐릭터 괴물이 등장해서 언니 동생이랑 같이 오들오들 떨었던 꿈이었다. 꿈에서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기에 깨고 나서도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기도 했다.
보통 좋은 꿈보다 악몽을 잘 기억하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꿈을 꿔도 기억하고 싶지 않아 애써 떨쳐버리려고 했었다. 그래서 꿈을 꾸고 나서 기록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몽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미국에 한 달간 방문했었는데 그때 연달아 2번 악몽을 꾸었었다. 하나는 칼을 든 살인마가 나온 꿈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사이에서 오묘한 기시감이랄까, 기이함이 잘 표현된 꿈이었다. 가끔 사람들과 있다 보면 싸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게 그 꿈에서 잘 나타나있었다. 특별하게 공포 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악몽을 창의적으로 꾸는지 나는 항상 궁금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모든 게 꿈이었다는 걸 당연하게도 깨닫지만 그럼에도 꿈을 꾸는 그 순간에는 감정과 느낌이 선명하다. 그리고 깨고 나면 괜스레 꿈 내용을 해석하고 싶어서 꿈 해몽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꾼 꿈의 정확한 해몽은 거의 없었고 괜히 해몽을 보면 뒤숭숭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찾아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렇게 악몽만 자주 꾸다가 어느 순간 행복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직 덜 성장해서 불안함을 자주 느껴 악몽을 꾼 것이 아닐까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조금 더 자세하지만 감정적으로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꿈에서부터 나는 글 소재를 얻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꿈에서 소설 소재의 영감을 얻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꿈을 꾸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고 꿈이 소재의 원천이 되기에 항상 기대감에 부풀어 잠에 들고는 했다.
정말 다양한 꿈을 꾸었고 그중에서 내가 쓴 소설의 소재가 된 꿈 내용도 있다. 보통 꿈에서 자세하게 모든 내용을 알 수는 없기에 어떤 이미지를 꿈에서 보고 나면 그 이미지를 부풀리고 확대해서 소설을 쓰는 데 사용하고는 한다. 꿈에 나온 이미지 중 소설로 사용하지 않을 하나를 잠깐 이야기해 보자면, 흐르는 물을 따라 뱃사공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조금 앞에 폭포가 있는 걸 모르고 그 배에는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가 타고 있고 물에 비친 자신의 알록달록한 꽃모자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다. 대충 이렇게 이미지로 기억하고는 하는데 꿈에서 깨고 나면 정확한 내용보다는 이미지를 기억하고는 해서 이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내 취미 중 하나이다.
이제는 두렵고 무서운 꿈이 아니라 기대되고 유용한 꿈을 꾸게 되어 기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꿈을 꾸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모든 사람들은 매일 꿈을 꾼다고 하는데 그 꿈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억을 못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가끔은 정말 뒤숭숭한 꿈을 꿔서 하루종일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기도 하고 어떨 때는 기분 좋은 꿈이 하루종일 미소 짓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내가 꿈을 꾸게 되는지 임의로 간단한 실험을 하나 해봤다.
자기 전에 꿈을 꾸고 싶은 내용을 계속 읊조리고 생각하다가 잠에 드는 것이다. 사실 이 실험은 어렸을 때 읽었던 책에서 나온 내용인데 자기 전에 음악회에 가는 상상을 계속하다가 잠들었더니 정말 음악회 꿈을 꾸었고 해적이 되는 상상을 하다가 잠들었더니 해적이 되어서 보물을 찾는 꿈을 꾸는 그런 내용이었다. 제목을 기억 못 하는 게 정말 아쉽지만 어린 나에게는 자기 전에 상상한 것이 꿈에서 나온다는 이 스토리가 정말 흥미로웠다.
그래서 직접 해보았다. 며칠을 똑같은 상상을 하며 잠에 들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상상한 것이 꿈에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꿈을 꾸고 싶지 않은 내용 혹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을 아주 잠깐 생각했는데 그게 꿈에 나왔다. 다음날 지각하는 것이 두려워서 ‘제발 내일 지각하지 않기를’ 이렇게 잠깐 생각하고 잠에 들었는데 꿈에서 지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 꿈은 신기하다. 나도 모르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내면에 숨겨진 곳에서부터, 무의식의 세계에서부터 꺼내어 꿈으로 보여주다니, 꿈은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