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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글 Oct 28. 2022

캐나다에서 내 집 마련하기

2021년 7월 1일 기준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캐나다에 와서 생애 첫 집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한국에서는 가져보지 못 한 내 집을 캐나다에 와서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주택 가격의 80%를 대출해줍니다. 즉, LTV(Loan to Value)가 80%입니다. 따라서 구매하고자 하는 주택 가격의 20%를 지불할 수 있다면 집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집 구매를 결심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월세가 너무너무너무 아까웠습니다.

두 번째는, 3년 치 Cash-flow를 돌려보니 3년 뒤에도 금전적 상황이 지금보다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은, 캐나다에 살아보니 ‘쭉 살아도 좋겠다’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놈의 역마살이 문제다. 한국에 살 때도 이사를 15번 넘게 했다. 캐나다에 와서도 15개월 만에 사는 곳을 3번 옮겼다. 지금 살고 있는 콘도도 4월에 이사했는데, 이사를 또 하기가 너무 귀찮다. 게다가 집주인분이 정말 친절하고 좋은 분이다.


하지만, 이번에 집을 안 사면 다음 기회가 아주 아주 멋 훈날에야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내 집이 없어 이사 다녔지만, 이번에 집을 사면 이사와는 작별하고 싶다.



예산 산출

집을 구매하기에 앞서, 자금 상황을 고려한 예산을 산출했다. 국제학생 신분이고, 비자 때문에 주 20시간 이상 일을 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했다. 비록 내년에 8개월의 코업이 있지만, 얼마의 시급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 최저시급으로 계산했다.


앞으로 3년 간의 cash-flow를 그래프로 만들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금리가 오르거나 환율이 오를 경우의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월 지출이 증가할 경우도 함께 따져봤다.


예산 산출을 통해, 주택 구매 시 처음 내야 하는 down payment 20%, 변호사비와 각종 수수료, 그리고 월 모기지 상환액인 monthly payment를 최대 얼마까지 허용 가능한지를 판단했다.



모기지 상담

동시에 모기지 상담도 했다. 직접 은행을 하나하나 돌아다니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모기지 브로커를 만났다. 다행히 친절한 브로커를 만나서, 매일 전화해서 귀찮게 여쭤봐도 친절하게 답변해주셨고, 메일과 텍스트의 답장도 빨랐다. 집을 꼭 사라는 하늘의 뜻이구나 생각했다.


모기지 1차 심사 때, 매월 받는 수입과 지난해 소득, 그리고 3개월 동안의 통장 잔고를 제출했다. 모기지 1차 심사는 구매할 집을 조건에 넣지 않고, 개인 신용만을 고려한 최대 대출액을 산출하는 과정이었다. 모기지 브로커를 통하니 내 조건에서 이용 가능한 은행과 가장 좋은 조건의 모기지를 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우스 헌팅

그렇게 모기지 1차 심사가 끝나니,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최대 예산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예산에 맞춰 살 수 있는 집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집을 산 이웃을 통해 HouseSigma라는 어플을 소개받았다. 이 어플은 Realtor.ca와 다르게 sold 된 집도 확인할 수 있어서, listed price 대비 sold price의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었다.


캐나다는 부동산 구매에 경매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점이 색다르다.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이 집을 팔겠다고 시장에 가격을 붙여 내놓으면 그것을 listed price라 부르고, 경매를 통해 집이 팔리면 그것을 sold price라고 부른다.


부동산 시장이 seller's market일 때는 listed price보다 offer를 높게 내야만 낙찰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buyer's market일 때는 listed price보다 낮은 sold price도 생긴다. 지금은 seller's market이라 무조건 높게 써야 했다. 보통 싱글하우스는 listed price보다 sold price가 10만 불 이상 높았다. 어차피 그곳은 내 세상이 아니다.


아파트형 콘도도 어느덧 가격이 많이 올랐다. 코로나 초기만 해도 10~20만 불로 살 수 있던 콘도들도 이제는 기본 30만 불을 넘기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에게 딱 알맞은 집이 분명히 나올 거라 믿으며 하루 종일 HouseSigma만 쳐다봤다. 다행인 건 seller's market이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건의 신규 매물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역시 어느 세상이나 다 좋은 것 없고, 그렇다고 다 나쁜 것도 없는 모양이다.



집 구경과 모기지 심사

HouseSigma를 통해 예산에 맞는 집을 찾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서 리얼터를 통해 집 구경을 신청했다. 코로나 전에는 open house를 해서,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집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들이 우르르 가는 방식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시간 단위 예약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한 타임에 한 가구만 들어가 집을 구경할 수 있었다. 여유롭게 집구석 구석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예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선에서 구매할 수 있는 괜찮은 집 10곳을 모두 구경하고 난 후, 마음에 들었던 곳을 한 번 더 갔다. 그리고는 offer를 넣었다. 오퍼 가격은 계속 수정할 수 있기에, 처음에는 낮은 가격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의 상한선을 정하고, 그걸 넘어가면 내 집이 아니구나 하고 단념하기로 했다.


오퍼를 넣으면서 동시에 모기지 2차 심사도 진행했다. 모기지 2차 심사는 실제 구매하고자 하는 집을 조건으로 넣기 때문에, 사고 싶은 집이 있어야 2차 심사를 실시할 수 있었다. 아마도 balanced market이나 buyer's market이라면 이렇게 진행이 빠르지 않을 텐데, 완전 뜨거운 seller's market이라, 비록 캐나다일지라도, 한 스텝 한 스텝의 진행이 상당히 빠른 느낌이었다.



계약 성사

월요일이 오퍼 마감일이었는데, 일요일 저녁에 리얼터에게 전화가 왔다. 집주인이 오퍼를 마감하고 바로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하는데, 지금의 오퍼 가격으로는 우리가 최종 계약을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오퍼 가격을 좀 더 올렸다. 다행히 마음의 상한선은 넘지 않았다.


그리고 최종 계약서가 날아왔다. 드디어 집 구매 계약이 성사되었다! 캐나다에서의 첫 집, 그리고 인생 첫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 계약은 전자계약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방심하긴 이르다. 아직은 내 집이 아니다.



계약 이후 할 일

계약 이후에는 2차 심사 때 제출했던 서류 중 보완 서류를 모기지 브로커에게 제출하는 일이 남았다. 그리고 은행에 가서 최종 모기지 서류에 서명을 해야 하고, 변호사를 통해 필요한 수수료와 세금도 납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사를 위해 유홀(U-haul) 트럭도 미리 예약해야 한다. 다행히 캐나다에서 이사를 3번 했기에 이사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그냥 하는 게 힘들고 귀찮을 뿐이다.


그래도, 드디어 내 인생 첫 집의 키를 받을 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글을 적으면서, 제 글을 읽는 분은 저보다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셨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글에서는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실제 캐나다에 와서 정착하느라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이상한 한인 분들을 만나 불편한 경험도 했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민 1세대는 누구나 다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내야만 행복한 이민 생활이 펼쳐지리라는 강한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꾹 참고 묵묵히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캐나다에서 집 구매, 정확히는 구매 계약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앞으로 캐나다에서 집을 사려고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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