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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달리기는 없다.

[Run & Breathe]

by Mindful Clara

일요일 저녁, 점심에 먹은 스테이크를 다 소화시키지 못한 채 달리러 나갔다.

딸 생일이라 남편이 맛있는 요리를 했으니, 가족 모두 함께 둘러앉아 즐겁게 먹었다. 고기는 소화에 시간이 오래 걸려 평소엔 달리기 전 자제하는 음식이지만, 이미 먹은 걸 어쩌겠는가... 최대한 소화를 시켜보려 노력하며 저녁 6시 반쯤 달리기를 시작했다.


몸은 무겁고, 초반에는 살짝 어질어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몸이 풀리고 리듬을 타면서, 예정된 10km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달리기에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뛰기전보다 몸이 가벼워졌다. 생각보다 시원하지도 않았고, 온몸이 땀범벅에 축축했지만 상쾌한 느낌이 컸다.


그 기분 때문에, 언제나 다시 달리게된다.


완벽한 조건에서만 달리기를 할 수는 없다. 엄마로서, 가족과의 식사도 중요하다. 아이들 앞에서 "엄마는 있다가 뛰어야 하니 안 먹을 거야" 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스케쥴이 가능하면 중요한 일을 대비해서 미리 뛰어 놓을때도 많지만, 가끔은 오전부터 꽉 찬 스케쥴 때문에 어쩔 수 없을때도 역시 많다.


주말 아침 친구들과 뛰는 장거리 달리기만이 유일하게 나에게 맞춰진 시간이다. 오전에 남편이 아이들을 챙기고 나는 2-3시간의 달리기를 위한 외출을 한다. (좀 더 길때도 있고..)

그 외의 시간은 온전히 일상과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인다.


달리는 사람으로서 마라톤 레이스를 정기적으로 준비하려면, 체계적인 훈련은 필수라고 여겨진다. 달리는 시간을 고려해서 식사를 하고 컨디션 조절을 한다. 트랙에 가서 속도 훈련도 하고, 주말 장거리도 뛰고, 주중의 일상적인 한시간 달리기도 하면서 실력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나의 달리기는?


나 역시 일년에 한두번의 마라톤(42k)을 목표로 하지만, 대부분의 달리기는 편안한 달리기다. 동네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정도? 트랙에는 가지 않는다. 혼자 찾아가서 속도훈련을 할 정도는 아니다. 크게 밀어붙이며 성장할 타이밍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어제도 아이 체조 수업(6시-8시) 사이에 달렸다. 아이들 방과 후 간식과 저녁을 챙겨주고, 약간은 몸과 정신이 다운 되는 저녁시간...

아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수업장소까지 뛰어가면 재밌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까지의 길을 검색하고, 옷을 챙겨입은 뒤 여유있게 6시 40분 정도 부터 뛰기 시작했다. 남편은 둘째를 차에 태워서 아이 운동하는 곳까지 시간에 맞춰 오기로 했다.

사실 내가 거기까지 애를 데리러 가는 것도 아니니 굳이 그쪽으로 뛸 필요는 없었지만, 이런식의 목적지를 향해 뛰는 달리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달린 후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우리 가족은 더 반갑다.


해지는 시간, 서쪽을 보며 달리는 길은 신선했다. 석양은 붉게 물들고, 구름은 여러 겹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속도로 흐른다. 빛 기둥 같이 삐져나온 햋살은 이 시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코너를 돌면 냄새도 바뀐다. 저녁시간만의 특별한 냄새가 있고, 트레일 속에서는 잔디와 꽃 냄새도 더해진다.


뛰기 전 상상했던 발끝이 사뿐사뿐한 달리기는 아니었지만, (늘 그렇다.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많은 것을 보고 다양한 냄새도 맡은 즐거운 저녁 마실이였다.


아이가 수업하는 짐 주차장에 도착하니 딱 10km였다. 스트레칭을 하고 한숨 돌리니 남편과 둘째가 도착했다. 샤워를 위해 곧장 집으로 돌아왔지만, 저녁 달리기가 나의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거 같아서 내내 기분이 좋았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쓸모없는 달리기는 없다. 모든 달리기엔 나름의 힐링 포인트가 있다!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성공적인 훈련이 아닐 수는 있지만,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달리기는 언제나 나에게 좋은 선물이다. 건강에도 도움이 되면서, 일상속의 소소한 행복도 안겨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기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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