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남 Feb 21. 2024

무색한 열정


무려 3분의 걸친 장례식이 끝났다. 창문 밖 태양이 기다란 오렌지빛 노을을 만들며 할아버지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을 들었다.  많은 논란을 낳은 그의 유언 덕분인지 장례식에서 무리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기 때문이다. 당장 보물이 있는 곳으로 가야 된다고, 이곳을 떠나자고 열정적으로 소리치는 분이 계시기도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할아버지를 돌무덤에 묻고 마지막 기도를 하고 있을 때 나는 혼자서 눈을 뜨고 있었다. 그리고 기도하고 있는 무리들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노을빛에 물든 그들의 모습은 모두 오렌지빛이 되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도 그들의 논쟁은 생각보다 뜨겁게 이어져 갔다. 그러다 불현듯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는 눈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어른들은 머쓱해지곤 했다. 그때 포가 물 한 방울을 가져다주었다. 


“고마워 포. 마침 목이 말랐는데.”

“힘내 탄.”

나는 그가 준 물방을 에 얼굴을 대고 한참을 들이켰다. 정신없이 물을 마시고 나자 기운이 좀 났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말을 더듬지 않잖아? 


“어? 포! 말을 더듬지 않네?”

“그.. 그랬나? 내.. 내가?”

“어.. 그래… 아까.”


나는 피식 웃었다. 몇 분 만에 웃는 웃음이었다. 포도 덩달아 웃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말하신 그 부엌 말이야.”

“응.”

“너도 가고 싶어?”

“무.. 물론… 가가가고 싶지. 보.. 보물도 이.. 있고.”

“위험하지는 않을까?”

“그 그.. 래도 나나는 가고 시 싶어.”

“죽을지도 몰라.”

“어어.. 어차피 우.. 린 주.. 죽잖아.”

“오오. 좀 용감한데? 멋있잖아!!”


포는 수줍지만 어른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인자한 미소를 보자 친구 몬스테라가 퍼뜩 생각이 났다. 나는 포에게 몇 초 쉬고 오겠다고 말하고 몬스테라 화분으로 갔다. 몬스테라 화분은 나의 아지트다. 그곳엔 언제나 몬스테라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말해주는 위로와 평안이 있다. 


나는 무거운 발을 이끌고 몬스테라 화분 위에 앉았다. 몬스테라는 오늘따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탄. 무슨 일 있어? 오늘따라 마음이 슬퍼 보이네.”

“…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

“ 저런….”

“17일을 사셨으니까 다른 날파리들 보다는 장수하신 편이지만 아직 할아버지와 헤어질 준비가 안 됐었나 봐.”

그 말을 하고 나는 몬스테라의 첫 번째 공중뿌리에 앉아 서럽게 울었다. 할아버지와 놀 던 기억, 처음으로 나는 연습을 할 때 누구보다 좋아하셨던 모습이 생각나자 울음이 솟구쳤다. 몬스테라는 나의 울음이 잦아드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옆을 지켜줄 뿐이었다. 나의 호흡이 가지런해질 무렵 할아버지의 유언이 퍼뜩 생각났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단어를 외쳐버렸다. 


“보물?!”

“뭐라고?”

“할아버지가 보물이 있다고 하셨어. 부엌에 말이야. 너는 부엌에 대해서 알아?”


갑자기 생기가 도는 나의 모습을 보고 몬스테라는 조금 당황해하는 듯했지만 여전히 차분하게 

“으응. 나도 들어봤어. 부엌이란 곳에 대해서. 인간들은 그곳에서 밥을 먹는 것 같아. 아들은 부엌에서 엄마가 음식을 만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곤 했어.”

나보다 훨씬 많은 날을 산 몬스테라는 이 집주인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았다. 나는 잠깐잠깐씩  들러오는 ‘아빠’라는 사람을 최근에서야 인식했을 뿐이다. 

“아 그래서 그곳에 음식이 그렇게 풍부했구나.”

“할아버지가 부엌 이야기를 하셨다니. 흥미로운걸? 그럼 할아버지는 부엌에 가보셨단 말이야?”

“응. 그곳 출신이셔. 그곳에 가서 수박즙, 포도즙, 레몬즙을 먹어 보라고 하셨어.  그게 떠나시기 전에 하신 말이야.”

“보물이라… 신나는 일이네! 아, 물론 할아버지 일은 애석하게 됐어.”

“너도 알지? 내가 레몬을 정말 먹어보고 싶어 했다는 걸.”

“너의 오랜 꿈인걸 내가 알지.”

“빨리 무리들에게 가봐야겠어. 조금 이따 회의가 시작되거든. 정말 떠날 차비를 해야 할지도 몰라!”

“어서 가봐!”


몬스테라는 언제나 그렇듯 졸음을 유발할 만큼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신나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지만. 

나는 여섯 개의 다리를 힘껏 굴러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어느덧 나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보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감히 헤아려 볼 수는 없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기쁨이었다. 철없다고 비판받았던 나의 말들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한, 포와 나란히 앉아서 마음껏 수박즙을 들이켜고 낮잠을 자는 상상을 해봤다. 조금만 날아도 바나나가 있고, 레몬이 있고, 포도가 있는 부엌을 상상했다. 구석구석엔 숨어서 안식할 수 있는 틈이 많이 있고 그곳엔 항상 좋은 향기가 가득할 것 같았다. 핑크빛 수박즙을 다리에 묻히고 포도즙을 더듬이에 흠뻑 묻힐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힘껏 날아 책장 가운데에서 제일 위, 검은색 책이 수십 권이나 이어서 꽂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이 우리의 기지이다. 이곳에서 우리 무리들의 이민에 대한 회의가 열린다고 했다. 이곳은 책이 어두운 색깔을 띠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안전하다. 무엇보다 인간들은 그 책을 들여다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미 도착한 포와 한이 나를 보자 반갑게 다리를 흔들었다. 


“포! 한!”

“어.. 어서 와 타.. 탄, 이미 마.. 많은 날파리들이 모.. 모여 이.. 있어.”

포가 느지막하게 참석한 나를 반기며 말했다. 저 멀리엔 루도 그의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결승전을 차마 치르지 못한 루는 장례식 내내 조금 억울해하는 것 같아 보였다. 승리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진 건 그에겐 안타까운 일이었다. 루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일이 썩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루는 나를 보자 급히 눈을 피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장례식 이후 어쩐지 날 피하는 것 같았다. 난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한이 우리를 안쪽 자리로 인도했다. 한이 제일 먼저 와서 세 자리를 맡아 놓았다. 이렇게 많은 무리들이 한 곳에 모인 것은 나도 처음 봤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서 어린 친구들이 날개를 비볐지만 그때마다 예의가 없다며 어른들의 핀잔을 들었다. 우리가 촘촘히 서 있는 무리들의 사이를 비집고 나가기 시작하자 조심성 없는 포는 몇몇의 다리를 밟기도 했다. 나는 그들의 불쾌한 얼굴을 애써 뒤로 하고 겨우 자리를 잡았다.

“우린 이쯤에 앉자. 이쪽에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표정을 정확히 볼 수 있어.”

그러고 보니 루, 반대 편에 앉아 있다. 부엌으로 비행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일지도 모르는데 의외의 선택을 했다고 나는 생각했다. 겨우 자리에 앉아한숨을 돌리던 나는 앞다리로 더듬이를 매만지며 한에게 물었다.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꽤 되나 봐. 장례식 때 무리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나름 불만이 많은 것 같더라고. 자세히 듣진 못했어. 많은 무리를 의식해서인지 그들은 모두 속삭이면서 말했거든.”

“흠… 의외로 쉽지 않은 토론이 되겠는데?”


탕탕탕! 

가장 가운데 앉은 분, 한 때 할아버지의 비서였던 김아저씨가 엄중한 얼굴로 회의가 시작됨을 알렸다. 그러자 무리는 조용히 김아저씨를 주목했다. 그분 옆엔 아버지도 앉아 계셨다. 근엄하지만 많이 수척해진 얼굴이다.


“이제, 수장님의 예언이었던 부엌으로 우리의 안식처를 이동하는 것에 대한 안건이 채택되었으니 이것에 대해 토의를 시작합니다. 수장님의 예언을 따를 의무가 있으나 무리의 이동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만큼 신중히 생각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의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불쑥 말을 꺼냈다. 희망과 확신의 찬 큰 목소리로.


“갑시다! 부엌! 보물이 있는 곳으로! 그곳에서 보물을 먹자고요!”

그의 힘 있는 발언 때문에 주변 무리들이 대뜸 환호성을 질렀다. 포와 한도 덩달아 주먹을 공중에 휘둘렀다. 당장이라도 수박 즙을 뒤집어쓸 모양새였다. 

“포도, 레몬, 수박 다 전설의 음식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있다니 이게 얼마나 가슴 뛰는 일입니까! 거기서 먹다가 죽더라도 먹어보고 죽겠어요!”

저마다 자신들의 소망을 열정적으로 드러냈다. 그중엔 내가 레몬을 말할 때 무시하던 무리들도 더러 있었다. 그들은 신이 났는지 붕붕 날개를 비볐다. 무리들의 흥분이 더할수록 나의 꿈도 선명해짐을 느꼈다. 

탕탕탕! 


사람들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김아저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 난리에도 그토록 엄중한 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늘 그렇듯 신중하셨고 김아저씨는 원래 감정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날파리였다. 


“조용.”


무리는 진정했지만 이내 또 다른 아저씨가 앞 발을 번쩍 들며 말했다.

“무엇보다 수장님의 예언이잖아요. 난 따르겠습니다.”

옳소, 옳소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분위기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분위기만 보면 당장 짐 싸고 부엌으로 나갈 기세였다. 애초부터 결론은 정해져 있었고 반대론자들은 힘을 못쓰는 듯했다. 어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말을 하기 전까지는. 

루의 옆에 있던 자가 번쩍 손을 들며 외쳤다.  치였다.


“이동이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젊고 카랑카랑한 목소리. 귀에 쏙쏙 박히는 것이 호소력이 있다. 목소리에도 정직함을 느낄 수 있다면 바로 이런 목소리 일 것이다. 호감에 사로 잡힐만한 멋진 목소리였다. 나는 유심히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멀리서 짐작해 본 바 치는 나와 비슷한 또래 같았다. 비행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처음으로 반대 의견이 나온지라 무리의 부정적인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는 술렁이는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가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가는 동안 우리가 먹을 음식은 충분한지. 부엌이란 곳은  실제 존재 하는지!”


그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몇몇 어른들은 그를 무례하다고 했고 돌아가신 수장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화를 내며 훈계했다. 


“아니! 부엌이 실제 존재하는지 궁금하다뇨! 어찌 그런 망측한 말이 다 있습니까? 돌아가신 수장님이 헛된 말이라도 하셨다는 겁니까!”

“수장님은 단 한 번도 허투루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수장님의 말이 거짓이라도 된단 말씀입니까!”


발언권을 얻기도 전에 흥분한 아저씨와 아줌마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우리 쪽 무리들이 삼삼오오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런 공격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진 그 사내는 붉은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목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 당당한지 나는 그 사내에게 하마터면 동의할 뻔했다. ‘맞아요. 어쩜 그렇게 논리적이신가요. 똑똑하기도 하셔라.’음음. 


탕탕탕. 

“자 조용. 모든 무리들은 토론 규칙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갑자기 열감을 느꼈다. 내 주위에 앉은 무리들은 일제히 흥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포와 한도 왠지 모르게 씩씩 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 사내를 향해 노발대발하고 있었고 그의 되바라진 태도에 더 화가 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있지도 않은) 수박즙이 횡령이라도 당한 것 마냥 억울해하고 분노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조급해졌다. 이런 갈등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막상 마주하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막연한 적대심이었다. 나는 저 멀리 걸려 있는 시계를 보고 한에게 귓속말했다. 


“벌써 5분이나 지났어.”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거 같아. 우리 생을 토론으로 다 소비하게 생겼네! 이제 곧 끝나지 않을까?”

   “나.. 나도 화… 화장실 가가.. 가고 싶어.”

그때였다. 갑자기 루의 발언이 시작 됐다.


“부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인간의 위협이 너무 많은 곳입니다. 왜 수장님이 가족을 이끌고 이곳으로 오셨는지 생각을 해 보십시오 여러분. 여러분은 목숨이 중요합니까 먹는 것이 중요합니까? 더 많은 자손을 낫지 못하고 죽고 싶습니까 아니면 빨리 죽는 대신 맛있는 것을 먹겠습니까?”


그의 발언이 끝났음에도 한참 동안 그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김아저씨가 주의를 한 번 준 탓인지 루의 말이 합리적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 후자일 것이다. 그의 질문은 흥분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면서 우리의 뜨거운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보물은 생각해 봤어도 죽음과 맞바꿀지도 모르는 보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너무 섣불리 흥분했을까. 맞다. 부엌에 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중에  부엌에 가 본 날파리는… 없다.


 보물이란 단어만 가지고 순진한 결심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구름을 타고 다니는 기분이랄까. 난 무리들의 소란 속에서 초점을 잃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실패감을 잠시 느꼈다. 할아버지가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신 건 아니다. 하지만 난 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차마 하지 못했을까. 


“상대편 발언 해주시죠.”


김아저씨가 우리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아까의 열정이 무색하게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무튼 가야 합니다!”


어떤 두꺼운 목소리가 분에 못 이겨 외쳤다. 아무튼 가야 한다고? 나는 우리 측의 논리성에 실망했다. 창피했다. 소망이 처참히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루와 옆에 있던 사나이는 서로에게 눈을 맞추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는 두 발을 움켜쥐고 그들을 응시했다. 김아저씨와 아버지는 귓속말로 대화를 오랜 시간 나누었다. 


“더 이상의 의견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오늘 1차 회의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아저씨가 말했다. 나로서는, 그러니까 보물을 찾으러 가자고 하는 우리에게는 소득이 없는 회의였다. 반대파의 의견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었으며 좋은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합리적 구실을 찾아야 했다. 김아저씨와 아버지가 자리를 떠나자 무리는 일제히 자신의 자리로 날아가는데 또 다른 많은 무리들이 루와 사나이 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한과 포는 혼란스러웠는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한이 갑자기 날개를 비비며 화를 냈다.


“죽음?”

“보물?”

“네 생각은 어때 탄?”

한과 포가 앞다투어 나의 생각을 물었다. 나도 뾰족한 수는 당장 생각나지 않았다. 그  반대파가 루여서 더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그 사나이. 어두운 기운이 뿜어 나왔지만 엄청난 호감이 동시에 생겼던. 역시 거슬렸다. 잘생긴 외모에 벌써부터 팬덤이 생긴 듯했다. 저 무리들 중 90퍼센트는 여성일 게 분명하다. 나도 반하고 싶었으니까. 쳇.

“가야지. 부엌.”

“그… 그렇지? 가.. 가야 도… 되는 거지?”

“응.”

나는 포를 바라보지 않고 루와 이름 모를 사나이를 매섭게 응시하며 대답했다. 더듬이 끝까지 뜨거운 피가 느껴졌다. 


“가자! 가즈아!”


나의 힘센 외침에 지나가던 무리들도 환호했다. 우리의 의지는 200퍼센트! 우리는 의지를 다짐하듯 실 풀을 뽑아 깃발처럼 실컷 흔든 다음 우리는 목에 둘렀다. 우리 의 팀워크를 보여 주듯  초록빛 실 풀은 우리의 목에서 동시에 매끄럽게 반짝이었다. 

이전 04화 약속의 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