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리와 신경망 통합
사람의 뇌처럼 복잡한 구조에서는 많은 것이 잘못될 수 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대부분의 사람의 뇌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세이머 케티(Seymour Kety)
만약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신경망 내의 인스턴스 생성에서 나타난다면, 모든 종류의 정신병리(가장 약한 신경성 증상부터 가장 심한 정신병까지) 역시 신경망 내에서나 신경망 사이에서 나타나 있음이 틀림없다.
이런 이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신병리는 신경망의 부적절한 발달과 통합 그리고 부조화를 반영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울증과 강박장애와 같은 질환에서 관찰되는 뇌 활성화의 부조화 양상은 정신병리의 증상을 뇌에 기초해 설명하는 이론을 지지하고 있다.
초기 양육에서의 어려움, 유전적 취약성과 생물학적 취약성, 또는 삶의 어떤 시기에서의 외상은 신경망 사이의 통합에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해결되지 않은 외상은 정보처리 과정에 지속적인 결핍을 일으켜서 통합적인 신경처리 과정을 파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외상 이후에 나타나는 해리 증상은 나중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달될 수 있음을 예측하게 한다. 심리적·신체적 그리고 성적 학대를 경험한 어린아이는 신경망의 통합에 꼭 필요한 뇌의 집행 영역에서 전기생리학적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43쪽)
유전적 결함이나 유아기적 충격을 인지하고 치유한다는 것은 현대 의학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장기나 청소년기 혹은 성인이라도 발생하기 쉬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현재 그 치유 방법이 다각적으로 연구, 시행되고 있다.
실제 PTSD로 고통을 겪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이 장애는 한두 번의 대담 치료 후 만성적인 약물 처방에 의존한다. 정신과에서 대담 치료의 고가 진료비 청구가 불가능한 탓도 있겠지만 전문적인 심리치료나 상담치료와 약 처방이 의사에게 제한된 탓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더 글로리’란 드라마는 학교폭력으로 PTSD를 겪는 피해자가 정면으로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으로 많은 피험자들의 대리 만족을 충족하였는데 현실은 드라마와 달리 PTSD를 인지하고 치유하는 데 성공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전통적인 정신치료에서 신경적 통합 중에 일차적으로 초점을 두는 부분은 정동과 인지 사이를 잇는 신경망이다. 이들 두 신경망 사이의 단절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가 오른쪽 대뇌반구와 왼쪽 대뇌반구 사이뿐만 아니라 대뇌겉질과 둘레계통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뇌의 통합능력을 억제하거나 붕괴시킬 때 일어난다.
오른쪽 대뇌반구와 왼쪽 대뇌반구의 통합은 파충류 뇌와 옛 포유류 뇌 사이의 회로들이 의식을 만들어 내는 새포유류 뇌의 대뇌겉질과 단절될 때 붕괴될 수 있다. 다음 장에서 보게 되겠지만, 외상은 외상 후스트레스 장애에서 관찰되는 증상과 연관되어 있는 신경통합의 붕괴를 유발한다.
이런 단절은 진화를 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사고로 발생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인간에게 언어는 매우 가치 있는 것이지만, 위험 상황에 부딪혔을 때 진화적으로는 언어의 차단과 인지적 처리과정의 감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로 나타나는 정보처리 과정의 붕괴는 신경망 해리의 가장 흔한 원인일 수 있다. 기억, 언어 (다양한 형태의) 및 집행기능 조절을 담당하고 있는 대뇌겉질 신경망은 압도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 억제되고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즉각적인 위협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뇌가 진화해 온 방식이 바로 장기간 지속되는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런 취약성이 정신치료를 받으러 오게 만든다.
이런 모델을 적용해 봤을 때, 정신치료는 다양한 신경망 사이의 조화를 만들어 내거나 회복시키는 수단이다. 그동안의 연구는 성공적인 정신치료가 강박장애 및 우울증과 같은 장애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뇌 영역의 활성화에서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정상적인 수준의 활성화와 항상성을 이루는 균형으로의 회복은 연관된 신경구조와 신경망사이의 긍정적인 상호조절을 재확립할 수 있도록 해 준다.(40쪽)
위의 그림은 한 연구소가 어린이 뇌의 활성화를 위한 자극과 훈련의 경로를 묘사한 것이지만 이런 학습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의학 혹은 대체의학적 요법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우선 검증된 것을 따라야 하기에 최소한 전문의사와 사전 상담은 필수적이다.
이 책에서는 다음 파트에서 본격적으로 정신치유의 여러 가지 임상적 방법의 이론적 근거와 실제 사례들이 학술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차근차근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하기 바란다.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성공적인 정신치료는 뇌 영역의 활성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견된 뇌의 가소성이나 생후배선 이론에 의거하여 최소한 PTSD나 알츠하이머 치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스티븐 호킹박사의 말대로 ‘생명이 있는 곳에는 희망이 있다.’ 우리는 생명의 재생력과 복원력에 기대를 가져야 한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은 이 사실을 증거 하는 풍부한 사례로 가득하다. ‘희망은 사랑보다 더 위대한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