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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Oct 04. 2022

애들 재우다 같이 잤다

잠과의 사투



악 벌써 이틀째다. 아이들을 재우다가 먼저 잠들었다. 억울하다. 아홉 시 반도 되기 전에 잠이 들다니. 놀아야 하는데 못 놀아서 억울하다. 내 소중한 세 시간. 이틀 연속 여섯 시간이거늘.


일찍 자고 푹 쉬면 좋지 않으냐 싶겠지만 일찍도 나름이지, 아홉 시 반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잠이 들면 열두 시나 한두 시에 분명 ‘잠시’ 깨고 만다. 남편이 들어와 부스럭대서 깨고 아이들이 뒤척이다가 내 얼굴을 쳐서 깨고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몇 번 깨는데 시간이 애매하니 다시 에라 모르겠다 잠을 청하고, 결국 얕은 잠을 계속 자서 피곤하길 반복한다. 잠은 잠대로 깊이 못 자고, 놀지도 못하고. 억울하다, 억울해.


애먼 남편에게 성질을 부렸다. 회식은 왜 이렇게 자주 있어서 계속 내가 잠들게 하느냐. 일을 마치고 일찍 왔으면 자고 있는 나를 깨웠어야 하는 거 아니더냐. 남편이 황당해했다. 응? 굳이 자는 사람을 깨우라고?


아, 억울하다. 놀아야 한다는 강박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아홉 시가 지나면 즉시 자야 한다. 왜냐하면 일찍 자고 푹 자야 다음 날 짜증을 안 내기 때문이다. 그래야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아침부터 피곤한 기색 역력하며 짜증 내며 울기 시작하면 답 없다. 모두의 아침을 망친다. 이것이 내가 내세우는 명분이긴 하지만, 진짜 이유는 바로 내가 놀아야 할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전에 모든 숙제를 해 놓고 그날의 할 일을 모두 마쳐 놓아야 일찍 잘 수 있고 모두가 편해진다. 아이들의 숙면은 나의 자유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시간에 잠이 먼저 드는 데에 있다.


잠을 못 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한테는 죄송하지만, 너무 잠이 많아도 스트레스다. 사는 동안 깨어 있는 시간을 좀 더 확보해서 나만의 시간을 좀 보내고 싶은데, 머리만 대면 잠이 들어버리니 야밤에 논답시고 커피를 부러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신들 소용없는 것도 문제다. 마흔 먹고 이런 일기를 쓰는 것도 우습다. 우리 집에는 놀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커피 한 잔을 원샷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바로 남편. 그 나물에 그 밥, 유유상종이다. 경쟁적으로 서로 안 자고 놀려고 아등바등 잠과의 사투를 벌인다.




중년의 철없는 일기를 읽고 다소 억울하실(?) 독자를 배려해, 나와는 반대인 잠과의 사투, 바로 ‘불면’에 좋은 팁을 소개할까 한다. 일명 <수면 위생>이라는 것인데, 사실 빤한 소리다. 잠을 잘 못 자는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하나하나 자세히 읽고 체크를 해 보자.


1.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 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

2. 낮에 40분 동안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늦은 밤에 운동은 도리어 수면에 방해가 된다)

3.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 알코올 그리고 니코틴은 피하라.

4. 낮잠은 피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하라.

5.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를 피하고 적당한 수분 섭취를 하라.

6. 잠자리에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하라.

7.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보거나 TV를 보는 것을 피하라.

8.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하는 것을 배우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9. 잠자리에 들어 20분 이내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완하고 있다가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자리에 들어라.

(즉, 잠들지 않고 잠자리에 오래 누워있지 마라.

이는 오히려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여 더욱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10. 잠자리에 들 때나 밤중에 깨어났을 때 일부터 시계를 보지 말라.


경험상, 제법 자주 보는 숙면을 방해하는 엉터리 생활 습관들은 다음과 같다. TV 보다가 잠든다, 자다 깨서 핸드폰 본다, 밤에 격렬한 운동을 한다, 잠을 잘 못 자면서 낮에 커피를 마신다, 술 먹고 잔다, 어제 못 잤으니 오늘은 일찍 침대에 눕는다. 잠이 안 와도 뒤척대며 계속 누워 있는다. 잘못 알고 있거나,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다. TV 보다 잠들면 생각보다 TV가 밝아서 숙면을 방해한다. 중간에 TV를 끄려고 깨거나 시끄러워서 깨거나 다른 이유로든 다시 각성하기 쉽고, 이는 다시 불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다 깨서 핸드폰을 보는 것도, 생각보다 많이 밝아서 불빛이 숙면을 방해한다. 핸드폰은 멀리 두고 자자. 밤에 운동하면 교감 신경의 항진으로 불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잠을 못 자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잠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예 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낮잠, 커피, 카페인, 니코틴이다. 아침에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응, 아니야. 일단 영향 줄 수 있는 건 다 피하고 보자. 술을 먹고 자면, 처음에는 잠이 솔솔 잘 오는 것 같지만 본인도 모르게 각성 상태가 자주 일어나며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어제 날밤 샜다고 오늘은 피곤하니 미리 누워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깜박 조는 경우가 생기고, 이는 수면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잠이 안 오는데 누워 있는 습관은 좋지 않다. 잠이 안 오면 십분 내로 다시 침대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라디오를 조용히 듣든 수면등만 켜고 재미없는 책을 읽든 다시 잠이 올 때까지 나가서 어둠 속에서 뭔가 하다가 잠이 오면 다시 자러 들어가야 한다. 쓸데없이 누워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야 말로 숙면을 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꼭 명심하자.


요는, 선택과 집중이다. 잘 때 잘 잔다! 잠 올 때 자러 간다! 가 중요하다. 수면에 방해되는 것들은 낮이든 밤이든 다 피하고, 잠자는 곳에서는 잠만 자야 한다. ‘잠이 오는 느낌’을 알고 ‘이내 잠이 드는 습관’이 체화되어야 결국 잘 잘 수 있다. 불안이나 우울증이 없는데도 잠을 잘 못 잔다면 이것들을 숙지해 보자. 특히 수면 리듬이 완전히 깨지지 않은 젊은 사람들은 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너무 자서 괴롭든, 너무 못 자서 괴롭든, 괴로운 시간은 최소한으로만 겪게 되길. 잠자는 시간만큼은 푹 잘 잘 수 있길. 오늘도 꿀잠 잘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 나 역시 오늘은 제발 재우다 먼저 잠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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