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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한 한라산 눈꽃여행

한라산 눈꽃 보러 가요~~-

by 올제 Jan 13. 2025

어제 전북지역 폭설주의보가 내렸다.  다소 걱정스런 마음으로 오늘은 매주 수요일 산행을 하는 나의 4명의 길 친구(道伴)들과 함께 남원 바래봉에 가서 실컷 눈꽃을 보고 왔다.

    

등산은 젊은 시절부터 마라톤과 함께 산행은 내가 좋아하는 최애(最愛) 스포츠이다.      


봄철에는 철쭉산행, 여름에는 계곡산행, 가을에는 단풍산행, 겨울에는 눈꽃산행을 다녔다. 진정한 산꾼에게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겨울철 눈꽃산행이다. 눈꽃 산행은 봄꽃 산행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나설 때는 언제나 눈길운전의 위험과 무거운 배낭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결심이 필요하다. 특히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는 주말에야 눈꽃을 보러 가야 하니 더 더욱 멋진 눈꽃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 폭설이 내리고 바람 적게 부는 맑은 다음 날은 최고의 눈꽃산행 날짜이다. 01.08.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 폭설이 내리고 바람 적게 부는 맑은 다음 날은 최고의 눈꽃산행 날짜이다. 01.08.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

       

내 인생의 최고의 산행은 지리산 당일종주산행 그리고 퇴직 후 사랑하는 딸과 함께한  한라산 눈꽃산행, 그리고 코타키나발루 일출 산행이었다. 딸과 함께한 한라산 눈꽃 산행의 기억을 되살려 본다.


금강산, 지리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는 한라산(漢拏山·1,950m)은  ‘은하수를 잡아 끌어당길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이라 한다.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이 곧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한라산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제주도에서 차지하는 한라산의 비중이 크다.


우연한 기회에 어렵게 딸과 함께 겨울 한라산 눈꽃산행을 가기로 의기투합하였고 성판악에서 출발한 한라산 겨울산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여행 중 하나였다. 우리 딸의 '성공한 작은 경험'이 삶의 큰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성공한 학습경험을 가지는 것은 인생에 자신감이라는 큰 재산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한라산 눈꽃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는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가고자 마음먹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고 준비과정의 첫 번째이다.

      

1. 일시: 2022.02.10. 목 오전 6:00 서귀포 출발

2. 장소: 성판악⇢ 진달래 대피소⇢ 백록담⇢진달래 대피소⇢ 성판악

3. 동행: 딸과 둘이서

4. 일정: 약 19Km 성판악 백록담 왕복  7시간 40분 소요. (07:20 출발 15:00 하산)

       

1, 한라산 등반 전에 해야 할 일


첫째, 가고 싶은 날짜를 정하고 '한라산 탐방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을 한다. 예약은 전달 1일부터 선착순이다. 예약을 못 했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예약이 못했다면 수시로 사이트에 들어가서 날짜를 확인하고 빈 좌석이 생기면 잽싸게 예약할 수 있기에 충분히 도전 가능하다. 예약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2. 한라산 가는 길


한라산 성판악 입구까지 가는 길은 제주 출발과 서귀포 출발이 있다.

제주시에서 숙소를 잡았다면 06:00에 181번 버스가 제일 편리하다. 그 외에도 성판악 가는 버스 편은 수시로 많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눈이 많이 없는 날이면 렌터카로 바로 갈 수도 있고 택시를 타도 편리하다.

성판악 입구까지 07:00에 도착하면 한라산 등반의 90%는 성공이다.


3. 한라산 준비물

 

등산 장비는 미리 따로 준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제주시 렌터카 회사 바로 옆 '오쉐어'라는 곳에서 모든 장비는 다 빌려 준다.

만일 당일 한라산을 가려고 하면 모든 준비를 하고 빠르게 이동하면 당일 등산도 가능하다.

오쉐어에서 빌리는 기본 장비들은 등산화, 스틱, 스패츠, 아이젠,  귀마개 그리고 보온물통까지 빌릴 수 있다. 그 외 컵라면, 뜨거운 물과 간식 등을 준비해 가면 된다.


< 한라산은 4계절  언제나 최고이지만 특히 겨울 눈꽃은 죽기 전에 반드시 보아야 할 절경이다.  >< 한라산은 4계절  언제나 최고이지만 특히 겨울 눈꽃은 죽기 전에 반드시 보아야 할 절경이다.  >


4. 꿀팁과 주의사항


첫째, 가급적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 등산 하산 인파에 섞이지 않고 편안히 다녀올 수 있다. 07:00 이전 성판악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하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06:00~08:00, 08:00~10:00, 10:00~12:00 세 가지 타임이 있다.

반드시 12:00 이전에 진달래대피소에 가야 백록담을 볼 수 있다. 빠른 사람이 7.5Km의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약 2시간 이상 걸린다.    


둘째, 너무 많은 옷과 짐을 챙길 필요 없다

한라산을 올라가는 동안 에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많이 춥지 않고 정상에서만 매우 강하고 찬 바람으로 짧은 시간만 힘들다.  지나치게 많은 옷과 짐이 정상까지 가는 길을 계속 방해할 수 있다.   


셋째, 비닐장갑, 비닐쉘트, 소시지는 의외로 유용하다.

 1회용 비닐장갑을 끼면 장갑에 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보온성을 높인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는 잠시 추위를 피하는 데는 안성맞춤이지만 인파가 많이 몰리는 한라산에서는 사용하기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소시지는 추운 날씨에 장갑을 벗지 않고 사진을 찍기에 편리하지만 손가락보다는 자연스럽지 않지만 사진이 꼭 필요한 순간에는 유용한 도구이고 비상식량도 된다.


넷째, 보온 물통의 뜨거운 물을 담아 진달래 대피소에서 컵 라면을 먹으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먹고 싶은 3가지 라면은 항공기 비즈니스 석에서 먹는 라면, 한라산 눈꽃을 보면서 먹는 라면, 그리고 일요일 아침 온 가족과 먹는 "함께 라면"이다. 요즘은 경동보일러에서 나온 '보일라면'이 새로 출시되어 불이 없어도 물만 있으면 현장에서 즉석라면으로 끓여 먹을 수도 있다.


다섯째, 휴대폰은 날씨가 추우면 금방 배터리가 소진된다. 따라서 한라산 설경을 짓기 위해서는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여 사진 촬영을 하면 비교적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여섯째, 겨울 한라산 눈꽃 산행을 위해서 무리하게 백록담으로 가지 않고 사라오름으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본다. 체력이 약한 분들은 한라산 성판악 코스를 예약코스로 잡고 사라오름에 가도 한라산 눈꽃은 충분히 만끽하고 올 수 있다. 예약이 필요업는 영실기암으로 가는 어리목 코스도 멋진 대안이 된다.  


< 한라산 눈꽃 산행은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


대설 주의보 때문에 하마터면 정상을 가지 못할 뻔하였다. 오후에 대설주의보가 해제되어 오히려 더 멋진 풍경을 연출하였다.  겨울 한라산 등반은 최고였다. 그러나 겨울 눈꽃 산행은  최고일 수도 있지만 최악일 수도 있다. 우리 인생도 최고의 시점과 최악의 시기는 곁에 있기 마련이다. 눈 덮인 한라산은 아름답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 구간은 경사가 급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 가장 힘든 구간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 뒤에 따라오는 이들도, 내 앞에 가는 딸도 모두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발 한발 열심히 올라간다.

       

< 도전에는 언제나 용기와 실천이 필요한다. 2025년 을사년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 도전에는 언제나 용기와 실천이 필요한다. 2025년 을사년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


"왜 사람들은 힘들고 추운 겨울 한라산 정상을 꼭 하려고 할까?"  바로 성취감이겠지!!


같이 동행해 주는 우리 딸이 참 고마웠다. 아니 우리 딸이 아니었으면 겨울 한라산에 갈 엄두도 못 냈을 테고 여러 가지 어려운 난관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을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보니 여기까지 온 힘든 과정을 한꺼번에 다 보상받는 기분이다.


< 인생사진이란 이런 것이겠지?>

   

이 백록담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찍기 위하여 추운 날씨에도 30분 동안 기다려야 한다.  

SNS에서 하트 세례를 받으려는 '인생 사진'은 모름지기 자신의 발로 의미 있는 여행지에서 건져야 하는 법이다. 한라산의 칼바람 속에 30분을 기다려 인증사진을 찍었다.  이런 사진이 인생 사진이 아닐까 한다.  


< 도전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은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 도전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은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

보물 같은 우리 딸 덕분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고맙고 고맙다. 사랑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밖에 없다고 하였다. 혈관속을 요동치며 흐르는 다양한 호르몬과 뇌의 여러 부위에서 오가는 전기신호의 폭풍에 반응하는 것이다.  행복은 내부에서만 온다. 지속적인 행복은 오로지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에서만 온다고 하였다. 


백록담 정상에서 기운을 듬뿍 받아 우리 가족에게 사랑의 말을 전하고 올해 건강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기원해 본다.


 백록담 정상에는 극심한 찬 바람이 불어 짧은 시간 동영상 찍는데도 손이 얼어붙는다.

하산을 하면서 힘들게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에베레스트 등반을 하기 위하여 줄지어 올라가는 동영상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제주는 봄과 겨울이 겹쳐 있는 것 같다. 남쪽 서귀포 바다쪽에는 는유채꽃이 한창인 지금 한라산은 아직도 겨울 중이다.

              

남부지방에서는 올해 한 번도 눈 구경을 하지 못했다.  입춘이 지났는데 올해는 더 이상 눈 구경을 하지 못할 것 같다. 1년 치 한꺼번에 몰아서 눈 구경 다하고 내려가는 느낌이다.


<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점은 언제였던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


하루의 시간 중에 저녁에서 새벽으로 바뀌는 일출의 시간과 일몰의 시간이 가장 아름답듯이 우리 인생에서도 "경계의 시점"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제일 행복했던 시기가 언제였을까?

고등학생을 졸업하여 대학생으로 바뀌던 20살 시절,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바뀌는 사회 초년생의 시작 시점,

교직생활에서도 방학이 시작되는 그 시점,

솔로에서 커플로 되는 신혼부부 시절,


그리고

직장에서 퇴직하여 연금생활자로 바뀌는 시점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점이라고 믿고 싶다.


"기회는 생각의 크기만큼 온다."


time after working life

filled with many activities

became so busier life


표지사진 설명: 2022년 3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 2025년 을사년 (乙巳年) 2월에 부인과 함께 한라산 눈꽃 산행을 보러 제주도로 향할 예정이다. 한라산 백록담의 설경은 우리들에게 너무 익숙한 사진이다. 그러나 사진속의 백록담과 현장에서 만나는 백록담은 감동의 무게에서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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