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이 높은 아이

신발이 중간부터 안 들어간다.

by 초코푸딩



이사 와서 아이에게 운동화 하나를 사줬다.

아이는 발은 크지 않지만 발등이 엄청 높고 발이 뚱뚱한 편이라서 신발 고르는 게 참 쉽지 않다.


발 사이즈만 맞춰서 신발을 신기면 딱 발 중간까지만 신발에 들어간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나이키 여성용으로 250mm을 사주니 앞코는 남지만 너무 편안해해서 잘 신기고 있었다.


저번주에 눈이 와서 밖에서 썰매를 타고 눈오리를 만들며 신나게 놀다가 우연히 아이 신발을 봤더니 너무 지저분했다. 집에 가서 세탁해 줘야겠다고 생각해 보니 운동화가 저거 하나밖에 없단 걸 알았다.

그래서 운동화 세탁을 위해 하나 더 사기로 했다.


이번에는 나이키 gs(주니어)의 250mm을 샀다. 이거 분명히 신을 때 발등에서 엄청 끼일 것을 알았지만 아이가 디자인이 너무 좋다고 하여 주문을 했다.

신발이 도착하고 아니나 다를까 발등 중간에서 매우 낑낑거려야 들어가는 나이키 운동화.


다 신고 한번 보자고 하니 역시나 발등과 발 전체가 매우 끼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앞코는 조금 남았다. 늘 그랬듯이.


문득 생각해 보니 아이한테 새 신발을 사줄 때 내가 맨날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너는 아빠 닮아서 발에 살이 많고 발등이 너무 높아서 신발을 무조건 크게 신어야 돼.

앞에가 남아도 어쩔 수가 없어.

너네 아빠도 똑같아서 운동화를 사주면 발등이 다 늘어나서 모양이 다 망가지고 안 예뻐지는데

에이고.. 왜 그런 걸 아빠 닮아서.."


이렇게 글로 쓰니 또 엄청나게 재수가 없어 보인다. 말을 글로 쓰니 계속 반성을 하게 된다.


아이가 그 말을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내 발은 정말 미운 발이구나라고 주눅이 들었었겠지.

도대체 매번 왜 이렇게 후회할 말들을 계속하게 되는지 정말 모르겠다.

아직도 너무 부족한 나란 엄마.


물론 아이는 수더분한 성격이라 내 상상과는 다르게 크게 별 신경을 안 쓸 테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런 말은 그만해야겠다.

아이와 남편의 약점을 건드리면서 기분까지 나쁘게 하는 말이니까.


그렇게 따지면 나는 발가락이 엄청 길어서 발사이즈는 별로 안 큰데 발가락 때문에

250mm을 신으니 나를 닮았어도 별로 좋은 건 없었겠다.


다음부터는 아이발에 맞게 사주고 그냥 아무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아이가 새 운동화를 너무 맘에 들어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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