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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그렇지 뭐

상처 주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by 사적인 유디


여러 말 중에서도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니가 그렇지 뭐”이다. 아빠는 주로 내가 실수를 했을 때 이런 말을 내뱉고는 했다.


물건을 떨어트렸을 때나 물을 쏟았을 때 등 사소한 일에도 말이다.


‘니가 그렇지 뭐’ …

이 말은 참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든다.

내가 정말 별 볼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내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잘하는 것도 없고 항상 못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 말을 계속 듣다 보니 내 자존감은 어느새 지하에 머무르고 있었다.


옆에서 진심으로 하는 나에 대한 칭찬에 ‘에이, 그냥 하는 말이겠지.‘, ‘거짓말, 그럴 리가 없잖아.‘, ‘빈말이라도 고맙네.’ 라며 모든 긍정적인 말을 다 부정해 버렸다.


이 화살 같은 말이 더 이상 내 심장에 꼽힐 데도 없을 만큼 가득 찼을 때가 돼서야 나는 더 이상 이 말을 듣기 싫다며 반격을 하게 되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자존감을 깎아 먹는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빠는 마치 나에게 상처를 주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저 말을 뱉어냈고, 나중에는 내 반응이 웃겼는지 장난식으로 더 저 말을 툭툭 내뱉었다. 친오빠 역시 내 반응을 보더니 저 말을 아무렇게 않게 나한테 툭 뱉어냈다.


참다못해 나는 그 말이 나를 죽게 만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고, 몇 번의 울부짖음이 있고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아무도 저 말을 내 앞에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간혹 사회생활을 하다가 또는 주위 친구가 ‘내가 그렇지 뭐’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그 순간 예민해지기도 한다.


내가 뭐가 어때서 다들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인가. 왜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갉아먹는 것인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말에는 큰 힘이 있다고 한다. 나의 가치를 자꾸 갉아먹는 말을 받아들이거나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면, 나는 정말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별 볼일 없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마다 다 잘하는 게 있고,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 나의 가치를 남이 정하게 두어서도 안되고, 내 가치를 함부로 낮춰서도 안된다.


나는 더 빛날 수 있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나 스스로 믿어야 한다.


아빠가 나에게 생각 없이 뱉은 말들은 여전히 큰 상처로 남아있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는 그 말을 내뱉지 않는다.


그 누가 뭐라 해도 결국 나 자신을 굳게 버틸 수 있도록 지탱하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나 스스로에게는 아낌없이 칭찬을 주고 믿어줘야 외부로부터 오는 공격에도 잘 방어하고 이겨낼 수 있으니까.


여전히 때로는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사무치지만, 그 순간순간을 이겨냄으로써 나는 더 단단해지는 것이니까.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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